“신은 선하지 않다” 발칙한 엉뚱함,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리뷰]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리뷰 엉뚱한 상상에서 탄생한 블랙 코미디 “완전히 새로운 신약성서”
‘세상에 신이 정말 존재하는가’에 대해서는 다들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신을 믿는 이들이 각자 근거를 가지고 있듯,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나름의 이유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무신론자들이 이야기하는 많은 이유 중 한 가지,
“전지전능한 신이 있다면 어떻게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지켜볼 수 있겠어?”
매일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사건 사고 이야기를 보고 듣다 보면 절로 이런 볼멘소리가 흘러나올 수밖에 없다.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이 질문에 유쾌하지만 도발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그야 신은 인간의 불행을 즐기는 괴팍한 아저씨니까!”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2015년 벨기에에서 제작된 영화로 2015년 12월 24일 국내 개봉했다. ‘토토의 천국’, ‘제8요일’, ‘미스터 노바디’ 등을 제작한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블랙 코미디 영화다. 배우 브누와 뽀엘부르드, 욜랭드 모로, 필리 그로인, 카트린 드뇌브, 프랑수아 다미앙이 출연했다. 네이버 관람객 평점은 7.32점(평가자 591명), 네티즌 평점은 7.11점(평가자 1,516명) 영화 평점 사이트 왓챠피디아에서는 5점 만점에 3.4점(평가자 9만명)을 기록했다. 러닝타임은 115분이다.
벨기에 브뤼셀의 한 아파트에는 추레한 모습의 중년 남성 디유(브누와 뽀엘부르드)가 가정을 꾸려 생활하고 있다. 서재에서 낡은 컴퓨터를 두드리며 줄담배를 피는 디유의 정체는 바로 전지전능한 ‘신’이다. 그는 낡은 컴퓨터로 세상의 규칙을 조정하는데, 주로 그의 유일한 낙인 ‘인간 괴롭히기’를 위해 사용한다.
그가 취미로 입력하는 ‘보편짜증유발의 법칙’은 이런 식이다. ‘욕조에 들어가기만 하면 전화벨이 울린다’, ‘접시는 꼭 설거지가 끝나면 깨진다’, ‘빵은 꼭 잼을 바른 면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사소한 괴롭힘으로 성이 차지 않을 때는 자연재해, 전쟁, 빈곤에까지 손을 뻗는다.
신의 열 살 난 딸 에아의 눈에는 그런 아버지가 한없이 한심하다. 그녀의 오빠 예수(다비드 무르기아)는 이미 아버지의 꼴을 보기 싫어 인간 세상으로 가출했다가, 현재는 작은 조각상의 모습으로 숨어 지내고 있다.
어느 날 디유가 인간들에게 일으킨 끔찍한 재앙을 알게 된 에아는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고, 신은 딸에게 폭행을 가한다. 에아는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버지의 컴퓨터를 이용해 인간들에게 남은 수명을 전송하고 드럼세탁기를 통해 인간세상으로 나선다.
자신의 남은 생명을 초단위로 알게 된 사람들은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인다. 누군가는 몇십 년이 남은 기간을 보고 재미삼아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고, 이제껏 하지 않았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사람도 있다.
무슨 짓을 해도 다른 이의 정해진 죽음의 시간을 바꿀 수 없으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던 전쟁도 중단된다.
그녀는 오빠 예수처럼 사도를 모으기 시작한다. 길거리에서 만난 노숙자 빅토르(마코 로렌치니)에게 새로운 성서 기록자의 지위를 부여하고, 장애인, 성도착자, 살인자, 병든 자, 늙은 여인과 어린 소년까지 6인의 사도를 만난다.
에아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무너진 삶을 일으키는 기적을 행하며, 빅토르에게 사도들의 이야기를 담은 여섯 가지 복음을 기록하게 한다.
이때 에아는 인간마다 저만의 음악이 있고, 자신에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밝힌다. 6명의 사도 각자에게 담긴 헨델의 ‘울게하소서’나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 등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영화의 감상 포인트 중 하나다.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은 “자신이 죽는 날짜를 모른다는 것은 우리가 죽음에 대해 잊어버리고 영혼불멸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죽음의 그림자는 우리의 삶에 대한 의욕을 살려내 왔다”고 밝혔다.
영화는 신화와 종교의 기원이 바로 인간이 자신의 죽을 날짜를 모르기 때문에, 죽음을 잊고 영혼의 영생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영화 내에서 신 디유는 “사람들이 죽을 날을 몰라 우리 말을 듣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은 에아의 입을 빌려 “죽은 뒤엔 아무것도 없다”며 “지금을 살아가라, 사랑을 찾으라”고 말한다.
영화는 ‘유일신’이라는 대상을 두고 조롱하고 풍자하지만, 사실 이는 종교에 대한 비판이 목적이라기 보다는 삶에 대한 찬양에 가깝다. 모든 삶이 소중하며 행복은 이 순간에 있다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며 자신의 삶을 살라는 조언을 건네는 것이다.
자크 반 도마엘 감독과 공동 극작가 토마스 귄지스는 ‘신이 괴짜라면? 아들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아무도 몰랐던 딸까지 있다면?’이라는 아이디어 아래 6개월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엉뚱한 상상에서 탄생한 위트 있는 블랙 코미디 작품 ‘이웃집에 신이 산다’의 영어 제목은 ‘The Brand New Testment’로, 직역하자면 ‘완전 새로운 신약성서’다. 새로운 메시아 에아의 ‘신 신약성서’에 관심이 생긴다면 오늘은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를 감상해 보는 것이 어떨까?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