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올드 가드’ [리뷰]
샤를리즈 테론 주연 넷플릭스 ‘올드 가드’ ‘클리셰의 연속’ 혹평 지운 섬세한 액션 우마서먼 합류한 시즌2로 기대감↑
어떤 선물은 환영받지 못한다. 취향과 동떨어진 옷이 그러할 수 있고, 한없이 가라앉은 기분을 한 순간에 솟아오르게 할 달달한 디저트는 누군가에겐 독이 된다. 그나마 선물은 주는 이가 누구인지 안다면 정중히 말할 수 있다. “날 생각해서 이런 선물을 준비하다니, 정말 고마워. 하지만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야. 다음부턴 마음만 받을게”라고.
여기, 원치 않았던 선물을 받아든 이들이 있다. 영원불멸의 삶을 받아든 이들은 ‘내 스타일이 아니’라며 돌려줄 수도, 다음부터 이런 선물은 사양한다는 거절의 뜻을 전할 방향조차 잡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살아간다. 오늘 소개할 넷플릭스 영화 ‘올드 가드’는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불멸의 삶을 살게 된 이들의 이야기다.
지나 프린스-바이스우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액션 여전사 샤를리즈 테론이 125분의 러닝타임 동안 쉬지 않고 활약한다. 이 외에도 키키 레인, 마티아스 스후나르츠, 루카 마리넬리, 마르반 켄자리 등이 출연한다.
영화는 함정에 빠진 이들 팀이 총을 맞고 몰살당한 장면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그들의 온몸에 박힌 총알이 튕겨져 나오고 그 자리엔 다시 살이 차오른다. 되감기가 아니다. 그들은 곧 뻐근한 몸을 일으켜 자신을 공격한 적과 싸운다.
‘올드 가드’는 친절하다. 캐릭터의 초능력을 영화의 시작에 선명하게 보여준다. 새로운 팀원이 돼 얼떨떨한 나일(키키 레인 분)에게 팀원들은 옛 이야기를 숨김없이 들려주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불멸자인 그들에겐 ‘생포당하는 것’이 가장 두렵다는 말도 이 신입 동료에겐 솔직히 털어놓는다. 시청자는 나일의 귀를 빌려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죽지 않는다고 해서 고통이 없는 것은 아니며, 고통과 치유를 반복하는 순간이 오게 될까 두렵다는 마음에서다.
자신을 걱정하는 가족들이 있다며 불멸자로서의 삶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나일. 앤디(샤를리즈 테론 분)는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옛날에 자신도 그러했음을 어렴풋이 떠올린다. 하지만 이러는 동안 그들의 위치는 발각되고 동료 두 명이 납치되어 버린다.
‘올드 가드’는 한없이 친절하지 만은 않다. 영원할 줄 알았던 치유의 능력도 떨어지는 순간이 오고, 결국은 죽음을 맞이한 동료도 있는 것. 이들에겐 더 이상 지켜내야 할 보물 같은 것도 없다. 신념이란 것은 시대가 바뀌며 그들을 좋은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나쁜 이들로 몰아가기도 한다. 사랑하는 가족은 이미 오래 전 죽고 없다. 그나마 그들에게 지켜야 할 건 함께하는 동료들뿐이다.
앤디와 나일, 부커(마티아스 스후나르츠 분)는 자신들을 함정에 빠트리고 동료들을 납치한 코플리(치웨텔 에지오포 분)의 위치를 찾고 그곳으로 향하지만 나일은 더 이상 함께 가길 거부한다.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돌아가길 원한 것. 결국 앤디는 나일을 돌려보내기로 한다.
나일을 돌려보낸 앤디와 부커, 그리고 납치된 두 명의 동료는 단순한 적군이 아닌 이들이 가진 치유와 불멸의 능력을 악용하려는 글로벌 기업과 맞서 싸워야한다.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올드 가드’는 그 설정과 스토리를 충실히 따르기 위해 원작의 작가 그레그 루카가 직접 각본을 맡았다. 원작의 명성이 높을수록 영상화된 작품에 쏟아지질 수밖에 없는 혹평을 그런 면에서는 조금이나마 덜어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불멸’이라는 어쩌면 식상한 설정과 단순하고 평면적인 빌런의 존재 때문에 클리셰의 연속이라는 비판은 피하지 못했다. ‘올드가드’는 네이버 평점 10점 만점에 8.17, 왓챠피디아에서 5점 만점에 3.4의 별점을 받았다.
친절한 것 같은 ‘올드 가드’에 불친절한 긴장감을 부여하는 건 운명론이다. 이들이 왜 불멸자가 됐는지 알려주지 않는 것 처럼, 언제 어떤 이유로 치유의 능력을 잃고 ‘필멸자’가 되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저 ‘운명’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이들이 각자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모두 다르다.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에 갇혀있는 이가 있는가 하면, 과거와 상관없이 지금의 사랑을 좇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모든 상황을 뒤바꾸기 위해 위험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들이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을 나눠지는 모습에서 자연히 ‘삶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란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상처와 치유를 반복한다. 영화 속 대사처럼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쓸지는 결국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한편, 영화의 중반부에 언급된 ‘꾸인’이란 불멸자의 존재는 영화의 막바지에 다시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장치로 등장한다. ‘올드 가드’를 통해 아크로바틱한 액션은 물론 깊은 내면의 고통까지 잘 연기했다는 평을 들은 샤를리즈 테론은 일찌감치 다음 편 출연을 확정했다. 또 ‘킬 빌’의 주역 우마 서먼의 합류까지 예고되며 기대감을 높인 ‘올드 가드2’ 역시 현재 제작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통과 치유를 반복하며 ‘여전히 살아가야 할’ 이들 등장 인물이 새롭게 마주할 위기에선 또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극복할지 기대를 모은다.
맥락 없는 액션은 싫다. 하지만 감정을 쥐어짜는 과한 서사도 피곤하다 싶은 시청자들에게 ‘올드 가드’는 충분히 즐거운 125분을 선물할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