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에 “ESPN 분사하라”던 투자자, 입장 번복
월가의 행동주의 투자자 대니얼 롭이 월트디즈니를 향했던 스포츠 네트워크 ESPN 분사 요구를 거둬들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다수의 현지 매체에 따르면 롭은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ESPN이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며 제임스 피타로 ESPN 수장이자 디즈니 이사회 의장을 언급했다. 그는 “피타로 의장이 디즈니 내부에서 의미있는 성장과 혁신 계획을 실행할 거라고 믿는다”고 말하며 자신의 ESPN 분사 요구를 사실상 철회했다.
앞서 롭이 이끄는 헤지펀드 서드포인트는 지난달 15일 밥 채펙 디즈니 CEO에 서한을 보내 경영 관련 변화를 요구했다. 서드포인트는 올해 초 디즈니 지분을 대규모 처분했다가 다시 매입했다. 롭이 사들인 디즈니 지분 규모는 10억 달러(약 1조 3,750억 원)어치인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롭은 롭은 디즈니+의 성장은 높이 평가하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ESPN을 분사하고 미디어 그룹 컴캐스트로부터 OTT 서비스 훌루(Hulu)의 잔여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즈 콘텐츠를 주로 선보이는 디즈니에서 ESPN을 분리할 경우 신규 수입원 모색이 더 쉬워질 것이란 설명이었다.
당시 디즈니는 “모든 투자자의 의견을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다. 그리고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롭이 의견을 철회한 것. 그가 입장을 번복한 배경에는 지난주 디즈니 100주년 기념 행사에서 체이펙 CEO가 “ESPN을 회사의 큰 성장 엔진으로 키울 계획이 있다”는 발언을 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WSJ는 “케이블TV 시청자 수는 감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스포츠 채널은 여전히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보는 채널 중 하나”라고 짚으며 “황금시간대에 펼쳐지는 주요 스포츠 경기는 엄청난 규모의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고, 그 영향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ESPN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ESPN+의 올해 가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늘어난 2,280만 명을 기록 중이다.
디즈니는 롭의 추가 요구에 대해서는 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