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이용권도 판매 중단…페이센스 사실상 영업 종료 수순
페이센스 29일 디즈니+ 1일권 판매 중단 공지 사실상 영업 종료 수순…업계 “심각한 약관 위반” 네티즌 “유료 이용권 가입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
국내외 OTT 서비스 이용권을 1일 단위로 쪼개 팔던 페이센스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26일 페이센스는 “오는 29일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디즈니+ 1일 이용권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간 “자사의 사업모델은 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해 오던 페이센스지만, 이제 사업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디즈니+는 이달 16일 페이센스에 1일 이용권 판매 중단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 29일 디즈니+ 1일 이용권까지 판매가 중단되면 페이센스에서 판매하는 이용권은 비플릭스만 남게 된다. 인기 OTT 플랫폼 1일 이용권 판매를 연이어 중단하며 페이센스는 더 이상 각 플랫폼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짧고 굵게’ 보려는 이용자들을 유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센스는 올해 5월 주요 OTT 플랫폼의 이용권을 하루 단위로 쪼개 400~600원에 판매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간 “막상 구독을 시작하면 볼 게 없다”고 호소하던 이용자들은 크게 환영하고 나섰다. 하지만 OTT 업계의 시각은 달랐다. 각 플랫폼 이용약관에 ‘회원은 회사의 명시적 승인 없이는 유료 서비스를 이용한 어떤 영리 행위도 할 수 없다’는 내용을 명시해뒀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OTT 3사(웨이브·티빙·왓챠)는 6월 페이센스에 1일 이용권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페이센스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사업을 이어 나갔다. OTT 3사는 법원에 서비스 중단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페이센스는 결국 3사의 1일 이용권 판매를 중단했다.
그러는 동안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내 OTT 3사와 페이센스의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도 “내부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한 것. 하지만 3사의 강경한 태도에 페이센스가 꼬리를 내리자 재빨리 자사의 1일 이용권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페이센스는 이달 21일 넷플릭스 이용권 판매 중단에 이어 디즈니+ 이용권 판매도 중단하게 됐다.
그간 국내외 OTT 업체들은 유료 계정 하나에 2~7개의 프로필을 생성해 가족이 한 계정으로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특징을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어필해 왔다. 넷플릭스의 경우 약관에 ‘한 가구 내에 함께 살고 있지 않은 사람과 계정을 공유해선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긴 하지만 이용자들 대부분은 “가족이 꼭 함께 산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며 타인과도 계정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OTT 시장이 성장세를 기록하는 동안에는 업체들 역시 계정 공유에 대해 묵인했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다만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넷플릭스는 일부 국가에서 거주지를 벗어나 2주 넘게 계정을 이용할 때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을 시험했고, 업계 1위 넷플릭스의 태도 변화에 다른 OTT 업체들 역시 계정 공유 금지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OTT 업체들은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이는 곧 콘텐츠 질 저하로 이어진다. 소비자들의 불편은 물론, 시장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공감하지 못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 결과 국내 OTT 이용자들은 평균 2.7개의 서비스를 구독하며 월평균 1만3,212원의 구독료를 지불하지만 “볼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이유로 지금도 충분히 플랫폼을 옮겨 다니고 있다는 설명이다.
페이센스가 국내 OTT 3사에 이어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1일 이용권 판매를 중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중국에선 아예 불법으로 공짜 시청도 하지 않나”, “페이센스 막는다고 유료 이용권 가입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특히 넷플릭스 이용권 판매 중단 소식에는 “망 사용료는 안 내면서 권리만 주장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묵인되던 계정 공유는 월 단위 구독권을 결제한다는 점에서 약관에 기재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짚으며 “페이센스는 1일 이용권을 ‘재판매’하는 개념으로 심각한 법적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페이센스는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대로 월 구독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우수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OTT 플랫폼의 정당한 권리만큼, 콘텐츠 창작자의 정당한 권리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