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50% 차지하는 여성, 영화에선 38%만 주인공으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7대 항목 포용성 점검 인구통계 50:50 남녀 성비, 영화에선 62:38 기업-소비자 관계 구축 위해선 다양한 관점 대변 필요
우리나라 인구 중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늘날, 영화는 여전히 남성들의 시각만을 훨씬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열린 ‘2022 한국영화 다양성주간’ 콘퍼런스에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 ‘한국영화 포용성 지표 개발 및 정책방안 연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2017년~2021년 극장과 OTT 플랫폼을 통해 선을 보인 영화들 가운데 총 446편 작품을 대상으로 7대 항목의 다양성 및 포용성을 점검했다.
7대 포용성 지표 항목은 성별, 인종, 연령, 지역, 계급, 장애, 성 정체성(sexuality) 이다. 이번 다양성 통계에서는 실제 인구통계와 비교해 영화 속 재현비율을 제1주인공 기준 성별과 연령, 지역, 비한국인, 장애인, 성소수자 등으로 각각 분류한 다음 비교했다.
연령별로는 40-49세 사이의 주인공이 25.2%로 영화에서 가장 많이 재현됐다. 실제 인구 중 25.9%를 차지하는 60세 이상 연령대는 영화에서는 11.2% 등장하는 데 그쳤다.
장애인 주인공의 비율은 9%로 통계청과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장애인 현황 기준 장애인 비율인 5%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이는 영화에서 장애인들의 시선을 적극적으로 담아내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수치는 보건복지부의 통계에서 치매 환자를 장애인에 포함하지 않은 반면 한국영화성평등센터의 연구에선 치매 환자를 포함한 것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영화에서 성소수자 주인공의 비율은 3% 정도로 나타났다. 국내에선 집계된 바 없지만, 해외의 경우 일반적으로 성소수자를 전체 인구 중 7% 정도로 본다. 성소수자 역시 실세보다 현저히 낮은 비율로 재현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별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재현 비율이 눈에 띌 만큼 큰 차이를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여성과 남성 인구 통계는 각각 50.2%, 49.8%이다. 반면 영화나 OTT 오리지널 콘텐츠 속 주인공의 성별은 여성과 남성이 각각 38.4%, 61.6%로 집계됐다. 이는 여성이 실제 인구통계보다 11.8%p 낮게 재현된 셈이다. 김선아 한국영화성평등센터 책임연구원은 “일반 상업영화는 물론, 다양성을 추구하는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모두 합쳐도 성별 불균형이 여전히 큰 상태”라고 지적했다.
올해 역시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극장가에서 가장 큰 흥행을 기록한 국내 영화 중 <마녀(魔女) Part 2. The Other One> 단 한 작품을 제외하면 <범죄도시 2> <한산: 용의 출현> <공조 2: 인터내셔날> <헌트> 등이 모두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OTT 오리지널 영화에서도 현재 제작 중인 웨이브 <젠틀맨>, 티빙 <샤크: 더 비기닝> 시즌2 등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넷플릭스만이 21일 공개하는 오리지널 영화 <20세기 소녀>에서 배우 김유정을 제1주인공으로 내세웠을 뿐이다.
드라마보다 짧은 시간 내 강렬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 영화 콘텐츠의 특성상, 그동안 힘을 쓰고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주인공은 남성이 소화했던 것이 대부분이다. 여성들은 주변인이나 조력자 정도에 그쳤을 뿐이다. 하지만 관객들의 취향은 점점 관행을 벗어나고 있다. <마녀(魔女) Part 2. The Other One>의 흥행이 증명하듯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액션에 더 열광하는가 하면, 심지어 무자비한 액션이 난무하는 영화 자체를 꺼리는 이들도 많다.
미디어 기업이 소비자들과의 더욱 의미있는 관계 구축을 위해선 작품을 통해 조금 더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을 대변할 필요가 있다. 일관된 관점만을 고집하는 영화나 드라마에 언제까지나 귀를 기울여 줄 소비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