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부터 반려동물 공략까지…전문성 높인 특화 OTT 열전

여성영화-BL-다큐-반려동물 “하나에 집중” 창작자 지원 확대로 우수한 평가 글로벌 특화 OTT들 기업가치 급상승

엔데믹을 맞이한 OTT 시장은 대형 미디어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OTT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글로벌 최대 OTT 넷플릭스를 비롯해 시즌(seezn)을 흡수하며 토종 OTT 1위를 예고한 티빙(TVING)과 지상파3사·SK텔레콤을 등에 업은 웨이브(Wavve), 저렴한 구독료로 단기간에 급성장한 쿠팡플레이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OTT 시장에 이런 대기업들만 참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틈새시장을 공략 중인 중소형 OTT들도 있는 것. 저마다의 특색을 가진 전문 콘텐츠로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는 ‘작지만 강한’ OTT들을 꼽아봤다.

사진=헤븐리

헤븐리 heavenly │ BL-여성향 로판 전문

지난해 9월 서비스를 시작한 헤븐리(heavenly)는 BL(Boys Love, 남성 주인공들 기반의 로맨스) 콘텐츠와 여성향 로맨스 판타지 콘텐츠 전문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비롯해 웹툰, 웹소설, 오디오 등 BL 콘텐츠를 다수 확보해 전 세계에 157개국에 다국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국내 최초 BL 웹드라마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의 독점 공개로 서비스를 시작한 헤븐리는 K-POP 아이돌 팬픽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형 BL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와 함께 전 세계에 고유의 팬덤을 구축했다. 이어 동인지 문학 기반 정통 일본 BL과 다양한 성 정체성 인정을 강조하는 태국 BL 콘텐츠 등을 추가하며 글로벌 가입자 확대에 열심이다.

오는 12월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밥만 잘 사주는 이상한 이사님>을 선보이며 국내 이용자 유치에도 박차를 가한다. 네 번의 생을 모두 기억하고 살아낸 주인공 ‘유담’과, 신의 아이 ‘동백’이 만나 서로의 저주를 풀기 위해 진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작품이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를 애틋하고도 즐겁게 그려내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헤븐리는 BL과 여성향 로맨스 판타지 장르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문화 다양성’과 ‘소수 문화 존중’이 중요시되는 오늘날 미디어 시장에서 한층 성숙한 한국 콘텐츠 산업을 보여주고 있다. 헤븐리 관계자는 “우리는 여성향에 치우친 스토리와 소수의 이야기라고 해도 각기 다른 취향이 존중받는 콘텐츠를 글로벌 팬들이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짧게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이야기 안에서 여러 사람의 판타지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OTT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퍼플레이컴퍼니

퍼플레이 Purplay │ 여성영화 전문 

2017년 설립된 여성영화 전문 퍼플레이컴퍼니는 OTT 기업 가운데 국내 최초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콘텐츠를 통한 성평등 문화 조성”을 외치며 서비스를 시작한 퍼플레이는 기존 시장에 유통되지 않았던 다양한 여성영화를 발굴해 선보이는 데 앞장서 왔다. 현재 약 360편의 여성영화를 제공 중이며, 이 가운데 90% 이상이 다른 OTT에서는 볼 수 없는 독점 공개다.

성평등 문화를 나누고 창작자에게 배분되는 수익을 늘리는 등 취지에 영화계와 창작자들은 물론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4월엔 회원참여 기능 강화와 성평등 지수에 따른 영화 세분화 등 새로운 서비스 확장에 나섰다.

이 외에도 온라인 매거진 ‘퍼줌’을 운영하고, 온·오프라인 상영회, 성평등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등 여성영화 관련해서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또 전주국제영화제, 여성영화인모임,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등과 손잡고 다양한 협력 사업을 통한 여성영화 판로개척에 앞장서고 있다.

12월부터는 영화 배급 사업도 시작한다. 기존의 사업에서 한 걸음 나아가 직접적인 배급으로 영화를 통한 다양한 부가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첫 배급작은 부지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다. 공효진과 신민아 주연의 여성 로드무비로, 공동체나 여성연대, 다양성 등을 잘 녹여낸 작품이라는 호평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조일지 퍼플레이컴퍼니 대표는 “기존에 진행하던 여성영화 스트리밍과 온라인 영화제 개최 등과 연계해 영화를 매개로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적 편견을 무너뜨리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보다

보다 VoDA │ 다큐멘터리 전문 

보다는 지난해 10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DMZ Docs)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OTT로, 다큐멘터리 산업에 기여하고 관객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창작자 중심의 수익구조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개별 배급 주체가 자신의 콘텐츠 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 창작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늘리기 위해 힘썼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이 창작자를 훨씬 적극적으로 응원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 구독형 서비스가 아닌, 개별 작품 단위로 콘텐츠를 판매한다.

현재 약 150편의 국내외 다큐멘터리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계속해서 추가 중이다. 국내 작품으로는 DMZ Docs 수상·상영작은 물론, 영화제에서 공개된 후 극장 개봉을 하지 못했거나, 타 OTT를 비롯한 온라인 판로를 찾지 못한 작품들을 다수 포함한 것이 특징이다.

해외 상영작들도 풍성하게 마련됐다. ‘아시아의 시선’, ‘월드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나눠 이용자들의 편의를 도왔다. 또 다큐멘터리 교육 프로그램 ‘독 스쿨(Doc School)’에 뽑힌 단편 다큐멘터리들도 제공 중이다.

수익 창출을 위해 운영되는 대형 OTT와 달리 보다는 공공성 추구와 비영리 운영을 최우선에 뒀다. 독보적인 콘텐츠와 새로운 시도로 ‘다큐멘터리 특화 OTT’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사진=해피독

해피독 Happydog │ 반려동물 콘텐츠 전문

가족들이 모두 외출한 사이 집에 남겨지는 반려동물을 위한 OTT도 있다. 해피독TV가 론칭한 해피독이다. 기존 IPTV를 통한 실시간 방송에서 한 단계 발전, 강아지마다 생활환경과 성향이 다르다는 점에서 출발해 더 전문적이고 세분된 콘텐츠를 갖췄다.

종일반과 샛별반으로 구성된 두 개의 실시간 채널을 비롯해 다양한 VOD 콘텐츠들로 구성됐다. 다수의 수의학 전문가들은 물론 테라피 음악전문가, 영상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연구하고 제작한 기능성 콘텐츠를 강아지별 성향에 따라 골라 보여줄 수 있다. 기존에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유튜브 콘텐츠와는 차별화를 두기 위해 반려동물 교육 프로그램이나 동물매개 치유 프로그램 등 전문가의 검증을 거친 콘텐츠를 통해 전문성을 살렸다.

현재 해피독은 삼성전자 iOT 기반 ‘스마트 씽즈 펫 케어’ 서비스와 연동되어 있다. 치료를 위해 입원한 반려견들에게 틀어주면 안정 효과가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오며 해피독을 구독하는 동물병원이 늘고 있다. 해피독은 입원 치료 중인 강아지들을 대상으로 코르티솔, 옥시토신 등의 혈중 수치를 측정해 데이터 하는 과정을 거쳐 치료 방법 개선을 돕고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향후 미국과 일본 등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공략도 모색 중이다.

해피독 측은 “반려동물을 혼자 집에 뒀을 때 보호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강아지와 보호자를 모두 만족시키고 우리나라 동물복지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OTT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특화 OTT

이처럼 다양한 특화 전략을 내세운 OTT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미국 애니메이션 전문 OTT 크런치롤은 지난해 1조원이 넘는 금액으로 소니에 인수되었으며, 다큐멘터리 특화 OTT 큐리오시티스트림은 단기간에 2,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유치하며 사업을 확장 중이다.

그동안 국내외 대형 OTT들은 영화와 드라마 중심의 콘텐츠 라인업을 내세워 경쟁해왔다. 특히 드라마의 경우 이용자를 장시간 OTT 플랫폼에 붙잡아둔다는 점 때문에 갈수록 치열한 싸움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대형 OTT들이 경쟁에만 몰두해 있는 동안 이용자들의 취향이나 기호의 폭 또한 넓어졌다. 다양해진 고객의 취향을 저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진 가운데, 하나의 카테고리에서 전문성을 확보한 특화 플랫폼의 활약은 이용자를 만족시키는 것에서 나아가 OTT 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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