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 있는 인물들, 그래서 더 공감”…‘사막의 왕’ 양동근X김보통 작가 [인터뷰]
왓챠 ‘사막의 왕’ 양동근·김보통 작가 인터뷰 양동근 “내 드라마 보고 펑펑 운 건 20년 만” 영상-웹툰 동시 공개…’김보통 프로젝트’의 시작
짧지만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최근 OTT 이용자들 사이에서 화제의 중심에 선 작품이 있다. 왓챠 오리지널 <사막의 왕>이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김보통 작가와 배우 양동근이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에 입을 열었다.
<사막의 왕>은 돈이 전부라고 믿는 사람들과 돈이 다가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영상과 웹툰의 경계를 넘나드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왓챠의 포부가 담긴 ‘김보통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넷플릭스 <D.P.>를 통해 성공적인 OTT 데뷔를 알린 김보통 작가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연출에 도전했다. 26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그는 “왓챠에서 6부작 단편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먼저 제안을 해주셨다”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 계기를 밝혔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겠지만, 김 작가는 힘들었던 만큼 경험해 볼 가치가 충분했다고 이번 도전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글을 쓰고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 장면을 어떻게 영상화할지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많았기 때문. 김 작가는 “제가 직접 연출을 해보니 현장에서 ‘아, 이게 정말 힘들구나’ 생각이 들었다. 연출하시는 분이나 배우들은 제가 제시하는 이야기에서 바로 장면으로 연상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연출자를 비롯한 현장 제작진의 고충을 이해했다.
<사막의 왕>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 7인의 캐릭터를 짜임새 있는 스토리에 녹여낸 작품이다. 김 작가는 “모든 등장인물과 그들이 처한 상황을 개성 있게 그리려 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그리고 그 개성 있는 캐릭터를 소화해낸 양동근, 장동윤, 진구, 정이서 등 배우들의 열연 역시 드라마와 함께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다.
김 작가는 “양동근 배우께서 자기 배우 인생의 20대 커리어를 차지한 작품이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라면, 40대의 커리어를 차지한 작품이 <사막의 왕>일 것이라며 보면서 많이 우셨다고 하더라. 실제 촬영 전 리딩 현장에서도 눈물을 흘리셨다”며 배우들의 열연으로 작품이 인기를 누리고 있음에 감사를 전했다. 이어 “다만 눈물을 흘릴 만큼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눈물을 흘리셔서 ‘아 양동근 배우도 연세가 드셨구나’ 싶었다”며 웃었다.
양동근 역시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제 연기를 보고 운 게 <네 멋대로 해라> 이후로 처음이었다. 욕실에서 반신욕을 하면서 <사막의 왕>을 봤는데, 욕조에 앉아서 펑펑 울었다. 딱 20년 만이었다. 감독님 말처럼 대본 리딩 때 울컥했던 것도 사실이다”며 <사막의 왕>이 자신에게 갖는 특별한 의미를 강조했다.
<사막의 왕>에서 양동근은 죽음 직전 12시간을 더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딸과의 마지막을 보내는 ‘동현’으로 변신해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그는 “자식을 둔 시청자분들은 아마 많이들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공부도 시키고, 먹여 살려야 하니 일을 해야 하고, 그 때문에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지 않나. 거기에 많이 공감이 됐다. 저부터 캐릭터에 깊게 공감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중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치얼업>에 이어 디즈니+ 오리지널 <커넥트>, 왓챠 <사막의 왕>에 이어 현재 방영 중인 MBC <금혼령>까지 양동근은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는 “제3의 전성기 같은 느낌이다. 20대 때 바쁘게 일하고, 또 한동안은 푹 쉬었다. 다시 이렇게 여러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며 좋은 작품을 통해 시청자와 만날 수 있음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30대를 돌아보며 “제 길을 많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내가 평상시에도 프레임에 갇혀있었구나’였다.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틀에 저를 넣으려고 했던 것 같다. 대중이 보는 이미지와 제가 다른데 그걸 지키기 위해 애썼던 것 같다”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만나게 된 것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 뮤지컬 <소크라테스 패러독스>에도 출연 중이다. 양동근은 “연기가 프레임에 들어가는 일이라면, 음악은 그 프레임을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와 작품을 통해 팬들에게 다가갈 것임을 알렸다.
김 작가는 이처럼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사막의 왕>에 흔쾌히 출연해준 양동근에 대해 감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사실 캐스팅 제안을 하면서도 이분들이 이렇게 흔쾌히 받아들여 주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작품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양동근 배우를 비롯한 배우들이 소화한 모든 캐릭터가 크고 작은 결함을 가진 인물들이다. 분명히 하기 싫은 역할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마지막 에피소드를 장식한 배우 장동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장동윤은 <사막의 왕>에서 돈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잃은 후 경찰 행세를 하는 공시생 ‘천웅’ 역을 맡았다. 극 중 천웅은 소중한 사람을 앗아간 실체를 마주하고 혼란에 빠지는 인물. 장동윤은 취업을 하라는 가족의 조언에 이성을 잃고 무너지는 모습을 소화하며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김 작가는 “극 중 천웅은 지금까지 장동윤 배우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인물이다. 천하의 패륜아라고 보면 된다. 장동윤 배우가 그런 ‘인간쓰레기’ 캐릭터를 너무 잘해줘서 놀라웠다”며 그의 연기 변신을 극찬했다.
왓챠는 <사막의 왕> 드라마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며 확장된 스토리를 다룬 웹툰을 동시 공개하며 시청자들의 경험을 확대하고 있다. 왓챠의 새로운 시도가 ‘김보통 프로젝트’의 첫걸음인 만큼, 앞으로 김 작가의 연출을 더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상황. 김 작가는 “지금은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일단은 시나리오 작업에 집중하려고 한다. 영상 작업은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다시 도전하고 싶다”며 독보적 스토리텔러로서의 활약에 기대를 높였다.
<사막의 왕>은 ‘가치 있는 일’과 ‘돈’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과제로 남겼다. 크고 작은 결함에도 불구하고 공감할 수밖에 없는 7인의 캐릭터를 통해 저마다 다른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왓챠 오리지널 <사막의 왕>은 이달 16일 총 6부작을 전체 공개했으며, 웹툰은 매주 금요일 8편씩 순차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