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킬링 콘텐츠 ‘BL’, 극장으로 영역 확장

BL 작품, OTT 킬링 콘텐츠→영화관 확장 왓챠 ‘시맨틱 에러’에서 시작된 BL 인기 OTT-극장, 마니아층 공략 ‘윈윈전략’

사진=왓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킬링 콘텐츠로 급부상한 BL(Boy’s Love)작품이 극장으로 영역을 넓힌다.

최근 OTT 플랫폼의 작품 라인업을 살펴보면 BL 장르가 빠지지 않는다. ‘마니아만 즐기는 서브컬처’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로맨스의 한 부문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 ‘대중화’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지난해 공개한 왓챠 <시맨틱 에러> 대히트로 BL 장르 활성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극과 극 성격을 가진 장재영과 추상우의 캠퍼스 로맨스물 <시맨틱 에러>는 7주 연속 왓챠 인기 순위 1위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드라마의 흥행과 함께 원작 웹소설, 웹툰이 주목받으며 판매액이 급증했다. 드라마 공개 이벤트 첫날 웹소설 거래액이 이전 대비 916%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BL 시리즈로는 이례적으로 극장판 제작,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 등 영역을 확장했다. 이와 함께 파생 예능 프로그램, 블루레이 제작 및 포토에세이, 대본집, 굿즈패키지 등 부가 상품도 불티나게 팔렸다. 지난해 3월에는 지상파 영화 소개 프로그램 MBC <출발! 비디오여행>에도 등장하며 장르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BL 드라마에 관한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원작 인기가 높았던 만큼 드라마화 과정에서 스토리, 캐릭터 붕괴를 걱정한 팬들도 존재했다. 그러나 김수정 PD를 비롯한 제작진은 12세 관람가로 수위를 낮추고 청춘의 풋풋한 느낌에 집중하여 BL을 처음 접하는 시청자를 배려했다. 동시에 두 사람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과몰입을 유도했다.

<시맨틱 에러>의 인기는 곧 BL 장르의 저변 확대로 이어졌다. OTT 플랫폼의 가능성을 확인한 많은 제작사가 ‘제2의 시에러’를 꿈꾸며 BL 작품 제작에 뛰어들었다. 왓챠를 시작으로 국내 OTT 티빙, 웨이브 등도 콘텐츠 수급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아쉽게도 <시맨틱 에러>의 아성을 위협할 만한 드라마, 영화는 탄생하지 않았다.

BL을 ‘B급’ 콘텐츠 취급하던 예전과 비교하면 장르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이와 함께 제작 환경도 좋아졌다. 과거 경험 없는 신인들이 주로 출연했던 것과 다르게 인지도 있는 배우, 아이돌도 BL 작품을 선택하고, 영화감독 김조광수(왓챠 신입사원) 등이 연출을 맡기도 했다. 완성도와 작품성을 높이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서브컬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이에 대해 BL 제작사 관계자 A씨는 “한국에서 제작한 BL물은 해외에서 인기가 많다. 한국 성적만으로 성과를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왓챠에 따르면 <시맨틱 에러>는 ‘가장 많이 재생된’ 콘텐츠가 아니라 ‘가장 많이 반복된’ 콘텐츠다. 구독자 4만 6,249명이 반복 시청한 덕분에 장기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여전히 마니아층 타깃인 BL 드라마를 OTT 플랫폼이 품는 이유는 반복 시청으로 인해 사용자가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에 따라 ‘시청 습관’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작품에 대한 충성도가 플랫폼 친숙도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사진=헤븐리, 플레이그램

OTT에서 시작된 BL 작품 인기는 극장으로 향한다.

최근 한국 BL 시리즈 <여덟 번째 감각>은 일본 OTT 플랫폼 라쿠텐TV(Rakuten TV) ‘한국 BL 드라마’ 섹션에서 1위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는 시리즈물이 아닌 영화 버전으로 지난 3월 29일 메가박스에서 단독 개봉(스크린수 80개)하여 누적관객수 3,923명을 동원했다. 영화로 BL을 맛 본 관객들은 바다 건너에서 들려오는 호평에 곧 한국에서 공개될 시리즈물에 기대를 드러냈다.

<여덟 번째 감각>은 한국-영화, 해외-시리즈로 나눠 서로 다른 이슈를 생산하고, 궁금증을 자극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특히 해외에서 먼저 호평을 받은 만큼 한국 시청자들이 기다리는 콘텐츠가 됐다. 입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영화관으로 발을 옮기는 경우도 늘고 있어 영리한 전략이다.

글로벌 BL 콘텐츠 전문 플랫폼 헤븐리(heavenly)는 CGV와 손을 잡고 ‘BL 로맨틱 시리즈’를 극장에서 선보인다. <밥만 잘 사주는 이상한 이사님 극장판>, 태국 인기 BL 드라마 <천 개의 별 이야기 더 시리즈>,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영원한 1위> 등 인기 작품을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게 된 것.

헤븐리와 CGV의 동행은 OTT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며 탄탄한 팬덤을 지닌 BL 장르를 통한 윈윈전략으로 풀이된다. 헤븐리는 극장판을 통해 BL 장르의 확장을, CGV는 침체된 극장에 새로운 장르로 활기를 기대할 수 있다.

서정선 헤븐리 콘텐츠본부장은 “모바일 앱으로만 즐기던 BL 콘텐츠를 큰 스크린으로 선보이게 되어 기쁘다.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더 많은 관객을 만나 더욱 성장할 수 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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