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넷플릭스는 우리에게 기회” 배우 이병헌-박지은 작가
美 스탠퍼드대 ‘한류의 미래’ 콘퍼런스 개최 이병헌 “봉준호-박찬욱 감독 영화 거절 후회한다” ‘사랑의 불시착’ 박지은 작가 “OTT 성장으로 환경 좋아져”
“<기생충>, <올드보이>, <헤어질 결심> 출연 거절 후회된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학교에서 ‘한류의 미래’ 콘퍼런스가 진행됐다. 스탠퍼드대학교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가 주최하고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후원한 콘퍼런스다. 이날 행사에는 배우 이병헌과 <사랑의 불시착>을 집필한 박지은 작가 등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병헌은 스탠퍼드대학교 맥카우홀에서 연사로 참석해 스탠퍼드 대학교 학생들과 그의 팬 등 300여명의 청중이 함께한 자리에서 배우가 되기까지의 경험을 소개했다. 이병헌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배우로서의 자세가 달라졌다고 밝히며 “이전에는 역할과 캐릭터에 신경을 쓰고 작품을 선택했다면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에는 대본을 더 중요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을 선택할 때 중요한 점으로 “대본의 느낌”을 꼽으며 “대본의 감정이나 감성이 재밌다고 느껴지면 따른다”고 설명했다.
할리우드 진출에 대해서도 밝혔다. 이병헌은 2009년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에 출연한 것에 대해 “사실 그들은 연기 잘하는 배우로 나를 캐스팅한 것이 아닌 아시아 진출을 위해 나를 출연시켰던 것이다. 그들은 2006년 도코돔 팬 미팅 당시 4만명의 팬들이 몰린 것을 보고 나를 캐스팅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껏 거절했던 작품 중 후회하는 작품에 대해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헤어질 결심>을 꼽았다. <기생충>은 2020년 개봉한 작품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칸 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 릴레이는 물론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이끌어낸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또한 아시아 필름 어워즈, 칸 영화제 등 국내외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을 기록했다. 이병헌은 작품 출연 거절 이유에 대해 “다른 일정이 잡혀 있었다”고 설명하며 아쉬움을 드러내 폭소케 했다.
행사에서 이병헌은 OTT 플랫폼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후속작을 준비 중인 그는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는 한국 배우들을 비롯해 창작자들의 재능과 실력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아주 큰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지은 작가는 유명 드라마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K-드라마의 인기 이유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박 작가는 <사랑의 불시착>, <별에서 온 그대>, <내조의 여왕> 등 인기 드라마를 집필한 유명 드라마 작가다.
가장 어려웠던 작품으로 <사랑의 불시착>을 꼽은 박 작가는 드라마에 대해 “처음 드라마를 쓸 땐 남북한의 이야기라 한국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에 공감했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 그들이 이해할 수 있고 좋아할 수 있는 내용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50명이 넘는 탈북민들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탈북민 영화 감독과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생활하며 북한말을 배웠다”고 전했다.
손예진과 현빈이 주연을 맡은 <사랑의 불시착>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스트리밍되면서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박 작가는 작품의 인기에 대해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가 궁금했다. 정보가 많이 없는 북한이라는 공간이 나온다는 이유로 신선하게 받아들여 주셨거나, 팬데믹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리움과 향수를 느끼게 해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 세계적인 K-드라마 열풍에 대해 “한국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이유로 꼽았다. 한국 시청자들이 작품을 보는 기준이 해외 시청자들에 비해 높기 때문에 K-드라마의 퀄리티가 좋고, 글로벌 인기를 누릴 수 있다는 것. 박 작가는 “한국 시청자들의 기준이 높기 때문에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의 높은 눈높이가 전 세계 K-드라마 열풍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OTT 플랫폼의 성장에 따라 바뀐 한국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가 한국 드라마 환경에 큰 변화를 줬다고 설명하며 “예전에는 마감 기한에 쫓기며 매일 대본을 써야 했는데, OTT 성장 이후에 사전 제작 시스템이 확산되어 지금은 조금 더 완성도 있는 대본을 쓸 수 있게 됐다. 현장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들도 예전보다 좋은 환경에서 촬영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때그때 시청자들의 반응을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고. 박 작가는 “환경은 훨씬 좋아졌지만 예전에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계속 확인하면서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이 있었다. 사전 제작으로 그런 부분이 사라져 시청자들의 반응을 모르는 상태에서 대본을 쓰는 것이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