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레이스 마무리, 송강호·송중기→제니·뷔까지 레드카펫 밟은 K-스타 [칸영화제 종합]
제7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女감독 수상 ‘역대 3번째’ 송강호 시상, 이선균-송중기 호평 제니-에스파-뷔-로제-리사 자리 빛낸 K-POP 스타들
칸영화제의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지난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제76회 칸영화제 폐막식 및 시상식이 개최됐다. 최고 영광인 황금종려상은 <아나토미 오브 어 폴>의 쥐스틴 트리에 감독이 수상,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역대 3번째 여성 감독이 됐다. 여성 감독 영화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제인 캠피언 감독의 <피아노>(1993),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티탄>(2021)에 이어 세 번째다.
<아나토미 오브 어 폴>은 한 소설가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고 유일한 목격자로 앞을 볼 수 없는 부부의 아들이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황금종려상의 시상자로 나선 배우 제인 폰다는 “내가 처음으로 칸에 왔던 1960년대에는 여성 감독이 없다는 것에 잘못됐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우리는 먼 길을 왔고, 앞으로 또 먼 길을 가야 한다”고 말하며 여성 감독의 수상에 기쁨을 표현했다.
이날 수상자로 호명돼 무대에 오른 쥐스틴 트리에 감독은 프랑스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해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를 언급하며 “충격적인 방법으로 진압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태다”라고 지적하며 “신자유주의 정부가 문화 상업화를 지원하면서 프랑스의 문화가 파괴되고 있다”고 전했다.
심사위원대상은 영국 감독 조너선 글레이저의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받았다. 2014년 출간된 마틴 아미스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옆에 사는 아우슈비츠 사령관 부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심사위원상은 <폴른 리브스>의 핀란드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에게 돌아갔다. 영화제 소식지 스크린데일리에서 최고점인 3.2점을 받았던 작품으로, 헬싱키에 사는 한 여자가 알코올 중독자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감독상은 <더 포토푀>를 연출한 베트남계 프랑스 감독 트란 안 훙이 차지했다. 1885년 프랑스를 배경으로 요리사와 미식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각본상은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의 각본가 시카모토 유지가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의 영광은 독일의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에서 열연한 일본 배우 야쿠쇼 고지에게 돌아갔고, 여우주연상은 튀르키예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의 <어바웃 드라이 그래시스>에서 활약한 메르베 디즈다르가 받았다.
지난 2022년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송강호는 여우주연상의 시상자로 나섰다. 제76회 칸영화제에서는 경쟁 부문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8년 연속 칸영화체 초청이자 3년 연속 폐막식 참석이라는 영광을 달성한 송강호는 프랑스어로 “메르시 보꾸”(정말 감사합니다)고 말문을 열며 “영광의 자리에서 여러분께 인사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이 무대를 위해 그 긴 고통의 시간을 인내하고 견디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늘 수상하신 모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12일간의 대장정을 마친 제76회 칸영화제. 올해 한국 영화는 경쟁 부문에 한 작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쟁쟁한 K-스타들이 레드카펫을 달궜다.
송강호-임수정-오정세-전여빈-정수정(크리스탈) 등이 출연한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은 2,300여명의 관객이 함께했고, 엔딩과 함께 12분간의 기립박수가 쏟아지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거미집>은 1970년대 초 유신시대의 영화계를 배경으로 하는 블랙코미디 영화로 결말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될 것이라고 믿는 감독과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송중기의 첫 칸영화제 진출로 주목받은 김창훈 감독의 <화란>은 호평과 함께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 분)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 분)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송중기와 홍사빈, 김형서(비비)가 출연했다. 공식 상영 후 소감을 전한 송중기는 “영화를 보니 대본에서 느꼈던 감정보다 더 깊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이 너무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이선균-정유미 주연의 <잠>(감독 유재선)과 미드나잇 스크린 부문에 초청된 주지훈-이선균-김희원 주연의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감독 김태곤) 또한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찬사를 받았고, 홍상수 감독의 신작 <우리의 하루>는 감독 주간 폐막작으로 상영됐다. 영화학도들의 작품을 상영하는 라 시네프 부문에는 서정미 감독의 <이씨 가문의 형제들>과 황혜인 감독의 <홀>이 초청됐다. 특히 남매의 집을 방문한 사회복지사가 아이들 방의 커다란 맨홀을 알게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홀>은 라 시네프 부문 2등 상을 수상했다.
이번 칸영화제에서는 송강호-송중기-이선균 등 화려한 K-배우들 라인업으로 눈길을 끈 것과 동시에 K-POP 스타들이 대거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 영화는 아니지만 블랙핑크 제니가 첫 연기 도전작 <더 아이돌>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영화제에서 공개된 내용 중 제니의 분량은 약 10분 정도였지만, 제니는 레드카펫과 공식상영, 포토콜 행사에서 뜨거운 화제성을 기록하며 칸영화제의 주인공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했다.
걸그룹 에스파는 쇼파드의 공식 앰버서더로서 레드카펫을 밟으며 “정말 환상적이에요”라는 소감을 남겼고, 블랙핑크의 로제는 엠버서더로 활동하는 생로랑의 초청으로 <괴물>의 시사회에 참석, 칸영화제를 빛냈다. 블랙핑크의 또 다른 멤버인 리사는 명품 브랜드 셀린느의 엠버서더 자격으로 방탄소년단(BTS)의 뷔, 배우 박보검과 함께 셀린느의 프라이빗 디너 파티에도 참석했다.
제76회 칸영화제 수상자(작). ▲황금종려상 = 아나토미 오브 어 폴(Anatomy of a Fall)(쥐스틴 트리에 감독, 프랑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