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흙수저 여고생의 솔직, 대담 욕망 분출기

웨이브·넷플릭스 오리지널 ‘청담국제고등학교’ 인간의 욕망과 내밀한 심리 흥미롭게 그려 기존 하이틴물과는 다른 다크 하이틴의 매력

사진=와이낫미디어

선택할 수 있다면 누가 가난을 선택하겠는가?

김은숙 작가의 <상속자들>은 물려받을 건 가난밖에 없는 여주인공이 사회배려자 전형으로 제국고에 입학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2003년 방영된 <꽃보다 남자> 역시 사립고에 입학하게 된 세탁소집 딸과 부잣집 도련님들의 사랑을 그렸다. 기존 드라마들이 가난한 여고생과 귀족 고등학교를 다루는 방식은 보통 트렌디하고 풋풋한 청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청담국제고등학교>는 그런 설렘과 풋풋함을 담은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달 31일 첫 공개된 웨이브,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청담국제고등학교>는 모두가 선망하는 귀족학교인 청담국제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여고생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흙수저 전학생 혜인(이은샘 분)과 교내 권력 DIAMOND6의 여왕 제나(김예림 분) 두 사람의 권력 게임을 그린 작품이다.

사진=웨이브, 넷플릭스

고등학생 혜인은 가난을 물려받은 대표 흙수저다. 학교 공부를 마치면 밤에는 편의점에서 알바하며 용돈을 벌어야 하고, 집에는 다리가 아픈 아버지가 병원비를 아까워하며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꿋꿋이 공부해 좋은 성적을 유지하며 뉴질랜드 어학 캠프를 떠나려 애쓰지만 자신보다 더 가난한 학생들에게 밀려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러던 중 명문대생인 언니의 학생증을 빌려 청담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나연(고주희 분)의 수학 과외 알바를 하게 되고, 호기심에 값비싼 나연의 가방을 어깨에 멘 사진을 SNS에 올리게 되면서 가난한 혜인에게 금수저 행세를 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 달콤한 유혹에 빠진 혜인은 급기야 미리 맞춰둔 나연의 청담고등학교 교복까지 입어보다 나연에게 들키게 되고, 그 일로 약점이 잡힌 혜인은 나연의 악의적인 괴롭힘에 시달리게 된다. 이에 분노한 혜인은 나연의 입학 시험장에서 물을 끼얹는 등 난동을 부렸지만, 돌아온 건 호된 후폭풍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도둑 누명까지 쓰며 학교 가십의 중심에 서게 된다.

자신의 불리함을 깨달은 혜인은 나연의 입학을 사정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청담국제고등학교 이사장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 기다림은 혜인을 추락사고의 유일한 목격자로 만들게 되고 혜인은 이를 묵인하는 대가로 청담국제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사진=웨이브, 넷플릭스

작품은 흙수저 여고생 혜인의 시선을 따라가며 인간의 욕망과 내밀한 심리 그리고 계급사회의 민낯을 흥미롭게 그려낸다. 혜인에게 욕망이란 가져본 적도 드러내 본 적도 없는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가난을 먼저 배웠고 분수에 맞는 삶을 일찌감치 깨우쳤다. 하지만 그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자신의 욕망대로 선택하는 법을 배우고, 고민하고, 실행한다. 마냥 순수하고 아름다운 청춘일 것 같은 여고생이 아니라 가난의 불편함을 알고 자신의 명석함을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것이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고 절대 아름다울 수만은 없다. 그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학생들은 아무것도 무서울 것 없는 나이기 때문에 더 잔인하고 폭력적이기도 하다. 작품은 더 이상 여고생을 순진하고 철없는 청춘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지금껏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희망차고 당당한 모습만을 보여왔던 기존의 여고생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런 혜인의 모습이 불편하지만 한편으론 통쾌하다. “가난한 주제에 금수저라 속인 게 잘못이 아니라 가난을 부끄럽게 생각한 행동이 잘못되고 쪽팔린 짓”이라고 말하는 반 친구에게 “누가 물어봤어? 육갑을 떨어요”라고 되받아치는 모습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도 한다. 어쩌면 여고생 혜인이 가난을 대하는 자세는 가장 현실적이고 솔직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신분을 위조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등의 행동이 정당화될 순 없다. 어디까지나 작품적 허용일 뿐이고 모두가 혜인처럼 행동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어 부러워하지도 않았다”던 혜인이 자신 앞에 놓인 선택의 갈림길에서 서슴없이 욕망을 드러낼 때 오히려 숨겨뒀던 비밀을 더 이상 감추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향후 혜인은 본격적으로 청담국제고등학교에서 추락사고의 유력한 용의자이자 교내 최고 계급인 백제나(김예림 분)와 치열한 권력 싸움을 벌이게 된다. 제나는 자신에게 괴롭힘을 당한 친구가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라고 묻자 “정말 몰라서 물어? 그렇게 태어난 게 잘못이잖아”라고 답하는가 하면,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자신을 지적하는 영어 교사에게 “그거 알아요? 당신 발음 되게 후진 거”라고 거침없이 지적할 만큼 부와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원하는 모든 것을 가졌음에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어 하는 제나와 원하는 것을 위해 욕망을 드러내며 거침없는 선택을 하는 혜인. 두 사람의 악연이 학교에선 어떤 갈등으로 이어질지 다음 공개될 에피소드에 기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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