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신작 공세에도 굳건한 K-드라마 파워
2월 3주차 넷플 글로벌 TOP10 차트
압도적 시청 기록 ‘살인자ㅇ난감’ 1위 등극
‘닥터슬럼프’ 반환점 돌아 2막 스타트
K-스토리의 창의성은 오늘도 진화 중.
전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드라마를 쏟아내는 가운데 우리 드라마 세 편이 당당히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에 이름을 올리며 K-콘텐츠 열풍을 이었다.
20일(현지 시각) 넷플릭스가 발표한 2월 셋째 주(12일~18일) 글로벌TOP10 TV쇼(비영어) 차트에서는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살인자ㅇ난감 A Killer Paradox>이 550만 뷰-3,950만 시청시간을 앞세워 1위에 등극했다. 우연히 살인을 시작하게 된 평범한 남자 이탕(최우식 분)과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 장난감(손석구 분)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영화 <기생충 PARASITE>을 통해 전 세계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최우식의 반전 캐릭터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글로벌 리뷰 사이트 IMDb의 한 리뷰어는 <살인자ㅇ난감>을 무려 여덟 시즌을 거듭하며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미국 드라마 <덱스터 Dexter>(쇼타임)에 비교했다. 도덕과 정의, 옳고 그름의 모호한 경계에서 이야기를 펼치는 이들 작품이 기존의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 행동하는 캐릭터의 심리를 매우 다채롭게 풀어냈다는 설명이다. 해당 리뷰어는 “선과 악 사이의 묘한 경계를 탐색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살인자ㅇ난감>을 평가했다.
이 외에도 “순간의 판단 오류에서 시작된 살인이 시적 정의로 발전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지금까지 시도된 적 없었던 방식의 자경주의 장르물”, “액션과 스릴러, 심지어 코미디에 필요한 모든 요소까지 다 들어있는 최고의 드라마” 등 호평이 이어졌으며, “놀라울 정도로 혁신적인 스토리와 연출력에서 끊임없이 진화하는 한국의 창의성을 엿볼 수 있다”는 극찬도 눈에 띄었다. 글로벌 시청자의 열띤 응원 속에서 <살인자ㅇ난감>이 써 내려갈 흥행 성적에 많은 기대가 모인다.
2위와 3위에는 각 일본 오리지널 시리즈 <닌자의 집 House of Ninjas>(420만 뷰-2,980만 시청시간)과 브라질 미스터리 드라마 <굿모닝 베로니카 Good Morning, Verônica>(350만 뷰-1,020만 시청시간)가 새롭게 이름을 올리며 매서운 신작 기세를 드러냈고, 지난 9일 시즌2를 공개한 스페인 코미디 시리즈 <요즘 남자들 Alpha Males>(260만 뷰- 1,530만 시청시간)은 지난주 10위에서 여섯 계단 오른 4위를 기록했다.
5위에는 이례적으로 중동 콘텐츠가 이름을 올렸다. 요르단 청춘 드라마 <알라와비 여고 AlRawabi School for Girls> 시즌2(190만 뷰-1,150만 시청시간)가 그 주인공. 명문 알라와비 여고를 배경으로 집단 괴롭힘의 희생양이었던 학생들이 가해자 무리에게 복수하기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하는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출연진의 대거 교체를 비롯해 ‘문제 제시만 있고 해결책은 없는 중구난방 전개’ 등으로 비판에 직면한 상황. 아쉬운 평가 속에서 탄탄한 마니아층의 응원에 힘입어 흥행에 시동을 건 <알라와비 여고>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며 추가 상승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JTBC 토일극 <닥터슬럼프 Doctor Slump>(180만 뷰 –1,480만 시청시간)는 지난주보다 세 계단 하락한 6위에 자리했다. 비록 순위 하락이 있긴 했지만, 시청 시간으로는 3위에 이름을 올린 <굿모닝 베로니카>보다 앞선 성적이다. 어느덧 반환점을 맞은 박신혜와 박형식의 로맨틱 코미디가 흔들림 없는 기세로 전 세계 시청자들의 이목을 단단히 붙잡은 모양새다.
시청자들은 하늘(박신혜 분)과 정우(박형식 분)가 겪는 성장통과 번아웃에 가슴 깊이 공감하면서 그들의 회복과 재기를 응원했고, 후반부 펼쳐질 그들의 본격 로맨스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다만 극 중 하늘의 시시각각 달라지는 태도에는 일부 지적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하늘은 이성과 손을 잡는 것도 조심스러워하는 사람으로 그려지는데, 그러면서도 술만 취하면 정우와 거리낌이 없어지는 모습”이라고 지적했으며, “박신혜 배우의 연기력은 인정하지만, 기괴할 정도로 널뛰는 감정을 요구한 작가에게는 공감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제 막 반환점을 돈 <닥터슬럼프>가 2막에서는 보다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주 1위를 기록했던 칠레 범죄드라마 <베이비 반디토 Baby Bandito>(180만 뷰-940만 시청시간)는 7위로 가파른 순위 하락에 직면했고, 8위에는 브라질 어린이 드라마 <루스: 마음의 빛 Luz: The Light of the Heart>이 이름을 올렸다. 친절한 카잉강족 가족의 보살핌 속에 자란 어리지만 모험심 강한 여학생 루스(마리아나 산투스 분)가 자신의 뿌리에 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반딧불이 친구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루스: 마음의 빛>은 “가족과 함께 볼 이야기로 더없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차트인에 성공, 이 기간 140만 뷰-1,630만 시청시간의 성적을 기록했다. 9위는 이달 7일 공개된 프랑스 다큐 시리즈 <라엘: 외계인들의 예언자 Raël: The Alien Prophet>(130만 뷰-400만 시청시간)이다.
tvN 토일극 <세작, 매혹된 자들 Captivating the King>(130만 뷰-1,580만 시청시간)은 10위로 4주 연속 차트를 지켰다. 글로벌 시청자들은 높은 자리에 있지만 마음은 비천한 임금 이인(조정석 분)과 그를 무너뜨리기 위해 첩자가 된 여인 희수(신세경 분)가 그리는 팽팽한 긴장감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로맨스에 높은 점수를 줬다.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세작, 매혹된 자들>과 비슷한 분위기의 로맨스 사극을 공유해 달라는 게시글이 속출했을 정도. 이같은 게시글에는 K-드라마 팬을 자처하는 레딧 이용자들의 MBC <연인>, <옷소매 붉은 끝동>, KBS2 <연모> 등을 추천하는 댓글이 쏟아지며 글쓴이의 ‘사극 앓이’를 부채질했다.
이번 주 넷플릭스에서는 한국 예능 <성+인물: 네덜란드·독일 편>을 비롯해 인기 애니메이션 실사화로 화제를 모은 <아바타 아앙의 전설>, 음악 서바이벌 <리듬&플로우: 이탈리아>, 스포츠 다큐멘터리 <F1, 본능의 질주> 등이 연이어 공개된다. 끊임없이 추가되는 신작들 사이 우리 콘텐츠가 강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