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도 IP 공동 보유해야” 문체부, OTT 콘텐츠 전 주기 지원한다
문체부·콘진원-5대 토종 OTT 업무협약
토종 OTT 글로벌 경쟁력 강화 지원
제작사 중장기적 수익 모델 구축 기대
앞으로 영화나 드라마 등을 제작할 때 플랫폼과 제작사가 지식재산권(IP)을 공동 보유하는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한 OTT 콘텐츠는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부터 최대 30억원(약 225만 달러)의 제작비를 지원받게 된다. 정부가 토종 OTT와 국내 제작사의 세계 경쟁력 강화에 팔을 걷어붙이면서다. 업계는 막대한 시장 영향력을 앞세운 글로벌 대형 OTT의 콘텐츠 독식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시름을 놓게 됐다고 안도하는 분위기다.
작품당 최대 30억원 제작비 지원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은 28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이같은 내용의 ‘OTT 콘텐츠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업무협약을 맺은 OTT 업체 티빙, 웨이브, LGU+ 모바일TV, 쿠팡플레이, 왓챠의 관계자도 함께했다.
지난해 12월 유인촌 문체부 장관 주재로 열린 ‘OTT 산업 현장 간담회’의 후속 조치로 이뤄진 이번 업무협약은 정부와 OTT의 콘텐츠 투자 협력, OTT와 제작사의 IP 공동 보유, 국내 OTT를 통한 편성 및 방영 등 조건을 갖춘 콘텐츠에 작품당 최대 30억원의 제작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OTT 플랫폼은 우수한 콘텐츠를 유치해 경쟁력을 높이고, 제작사는 IP 보유를 통한 중장기적 수익 모델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간 미디어 업계에서는 콘텐츠의 핵심 수익원인 IP를 플랫폼이 독점하는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우수한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토종 OTT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이번 업무협약에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고객 맞춤형 콘텐츠 제공 메타 데이터 구축 △디지털 리마스터링(화질·음향 개선) △해외 방송 및 OTT 규격 고려 해외 포맷화 등에 대한 지원이다. 이 외에도 토종 OTT의 해외 방송영상 시장 참가를 돕는 방안을 꾸준히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문체부와 OTT 업체들은 장벽 없는(Barrier-Free) 미디어 환경 조성을 위해서도 손을 맞잡을 계획이다. 플랫폼 내 자막과 수어, 화면해설방송을 고도화해 시·청각장애인도 소외됨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유 장관은 “OTT를 비롯한 방송영상산업은 K-콘텐츠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업무협약은 문체부와 콘진원, 주요 OTT 사업자가 한자리에 모여 상생 발전을 다짐했다는 점에서 위대한 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IP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방송영상산업의 화두로 떠올랐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함께 성장하는 방안을 계속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OTT 시장 ‘빈익빈 부익부’ 해소될까
그간 막대한 자본력과 시장 영향력을 앞세워 콘텐츠를 독식하는 글로벌 플랫폼의 행태를 지적해 온 미디어 업계에서는 반색을 표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글로벌 OTT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IP 소유권이 OTT에 귀속되는 탓에 전 세계적 흥행을 기록한다 해도 국내 제작사가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은 매우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넷플릭스 사상 최대의 흥행을 기록한 <오징어 게임>은 플랫폼에 최대 7억5,000만 달러(약 1조원)에 달하는 수익을 안겨준 것으로 추산됐지만, 이 과정에서 국내 제작사가 거둔 이익은 제작비 1,900만 달러(약 25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논리에 따라 글로벌 OTT를 선택하는 제작사와 연출자가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도 “이같은 현상이 계속되면 국내 업체들이 가진 IP는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넷플릭스가 공개하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는 드라마와 영화, 예능 등 30여 편에 달한다. 디즈니+ 역시 최소 10편 이상의 한국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반면 토종 OTT 웨이브는 올해 단 한 편의 오리지널 드라마도 기획하지 못했다. 심지어 오리지널 시리즈 중 최대 화제작으로 꼽히는 <약한영웅 Class1>의 시즌2 제작을 넷플릭스에 양보하기까지 했다. 토종 OTT와 글로벌 OTT의 제작비 감당 능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기획과 제작, 유통으로 이어지는 콘텐츠의 전 주기를 지원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돕겠다는 정부의 상생안이 눈에 띄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