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경 작가 “OTT 영향력 점점 커져, ‘작은 아씨들’ 해외 반응 신기해” [인터뷰]

‘작은 아씨들’ 11.1% 시청률로 종영 영화 ‘헤어질 결심’ OTT 인기몰이 중 정서경 작가 “OTT 영향력 확대, 영화만 집중할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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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작은 아씨들>이 종영 후에도 티빙과 넷플릭스 등 OTT에서 여전히 상위권 순위를 지키는 가운데 드라마를 집필한 정서경 작가가 소감을 전했다.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는 이야기로, 익숙한 원작 소설을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정서경 작가는 드라마의 제작 발표 당시 소설 「작은 아씨들」을 처음 읽었던 때를 떠올리며 “소녀들은 누구나 이 소설을 보며 자신이 네 자매 가운데 누구일까 생각한다. 소설 속 자매들은 계속해서 돈과 가난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이 자매들이 오늘날의 한국에선 어떻게 성장하는지 그려보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드라마는 주인공 세 자매가 악에 맞서 승리하며 크게 성장한 모습으로 막을 내렸다. 최종화에선 11.1%의 시청률을 기록(닐슨코리아 집계)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드라마 종영 후 다시 만난 정 작가는 “저는 시청률 3~5%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워낙 흥행 감독님이시니 두 자릿수는 찍어야겠다 싶었죠”라며 홀가분한 웃음을 지었다.

작품을 마친 소감을 묻자 그는 “제가 이야기를 쓰고 싶은 대로 쓰는 편이다. 시청자 반응이나 조언을 듣고 나중에야 놓쳤다고 깨닫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드라마를 쓰고 싶었는데 방송을 보니까 또 마음대로 썼더라. 그런데도 재밌다고들 해주셔서 조금은 기뻐하고 있다. 다음 작품은 좀 더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말하며 시원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 ‘돈’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핵심 주제였다. 정 작가는 “나는 옛날 사람이라 사실 돈에 관해 얘기하는 게 불편하다. 수치심을 자극하는 것 같달까”라며 운을 뗐다. 하지만 이내 “요즘 사람들은 다르지 않나.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돈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게 된 배경에는 뭔가 주목할 만한 사건이나 변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극 중 주인공 자매의 가난은 부모로부터 대물림 된 족쇄였다. 도박에 빠져 집을 나간 아버지와 언니들이 마련한 수학여행 비용을 훔쳐 아빠를 따라 간 엄마. 이런 불우한 환경의 세 자매의 대척점에 있는 가족은 대대로 물려받은 부를 가친 금수저로 그려져 세 자매의 초라함이 한층 강조됐다. 정 작가는 “요즘 보면 부는 세습되는 경우가 많고, 가난한 가정에서 성장한 청년들은 계층 사다리에 오를 수 없는 상황이 많다. 그 지점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tvN

극 중 세 자매 오인주(김고은 분), 오인경(남지현 분), 오인혜(박지후 분)가 돈을 바라보는 시선을 저마다 달랐다. 드라마는 인주를 통해 나는 힘들어도 동생들은 부족함 없이 뒷바라지하겠다는 K-장녀의 책임감을, 인경을 통해 사회 정의 실현에만 몰두하며 현실는 한발 뒤쳐진 모습을, 인혜를 통해 돈에 찌든 환경에 넌덜머리가 난 모습을 그리며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정 작가는 “내 시대에서 돈은 곧 풍요였다. 그런데 요즘 청년들이 바라보는 돈은 생존의 본질이라고 느껴졌다. 이 점을 드라마에서 적극적으로 그려내고 싶었다. 특히 내 집 마련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사는 세대에 대한 공감대를 전하고 싶었다. 집으로 상징 되는 돈은 결국 요즘 사람들에게 생존에 대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것이니까”라고 말했다.

<작은 아씨들>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나며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베트남 전쟁을 묘사하며 역사를 왜곡했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점에 대해서 정 작가는 “더는 우리 드라마를 우리만 보지 않는 상황이니, 앞으로는 글로벌 시청자의 관점에서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며 빠르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그는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실수로 이어진 것 같다. 이야기 속 돈의 기원을 되짚는 과정에서 그 시작점을 베트남 전쟁으로 설정했는데, 우리나라가 베트남전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며 경제 부흥이 시작된 맥락으로 접근하다 보니 전쟁에 대한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했다”고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사진=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이 종영 후에도 티빙과 넷플릭스에서 여전히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는 가운데, 드라마의 인기를 견제하고 나선 것 역시 정 작가의 작품이다. 바로 박찬욱 감독과 함께한 영화 <헤어질 결심>. VOD 공개 후 10위권 차트를 지키더니 결국 OTT 통합 랭킹 1위를 차지했다.

<박쥐> <아가씨> 등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영화를 다수 탄생시킨 그는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극장과 TV, OTT 등 플랫폼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데 크게 앞장선 인물로 꼽을 수 있다. 정 작가는 “OTT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데 영화에만 몰두할 수는 없지 않나. 드라마를 처음 시작할 때는 긴 이야기를 쓰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막상 시작하니 든든한 지원 덕에 성능 좋은 슈퍼카를 탄 느낌이더라. 넷플릭스 통해서 해외 공개되니 글로벌 시청자들 반응도 들을 수 있어 신기했다”며 앞으로도 더 풍성한 스토리를 선보일 것을 시사했다. 차기작에 대한 질문에는 가만히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젓는 모습으로 말을 아꼈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통해 ‘고난 속에서도 끝끝내 오늘을 살아갈 우리’와 영화 <헤어질 결심>을 통해 ‘말이나 글로는 정의할 수 없는 미묘한 사랑의 형태도 있다’는 사실을 전한 정서경 작가가 앞으로 전할 공감과 위로에도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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