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청와대 공연 논란, “넷플릭스 특혜보다 기획이 더 문제”

문체위 이병훈 의원 “문화재청이 넷플릭스에 특혜” 장소사용 신청 전 공연 홍보한 비 네티즌 “특혜보다 공연 기획 자체가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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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테이크 원>(Take 1)에서 가수 비가 출연한 청와대 공연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공연 당사자인 비와 소속사, 넷플릭스가 모두 침묵으로 일관하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병훈 의원은 문화재청이 넷플릭스에 촬영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 넷플릭스의 장소사용 신청 직전 제정된 규정
문화재청이 올해 6월 7일 제정한 「청와대 관람 등에 관한 규정」은 청와대 장소사용허가기준에 ‘비영리 목적으로 국민 다수에게 문화향유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행사’를 제시하고 있으며, 영리행위를 포함한 경우엔 장소 사용을 허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같은 달 12일부터 시행됐지만, 별도의 부칙을 통해 ’20일 이후 촬영 건부터 적용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넷플릭스는 규정이 제정된지 사흘 뒤인 10일에 장소사용을 신청했고, 일주일 뒤인 17일 비의 공연이 열렸다. 이 의원은 문화재청과 넷플릭스 측이 사전에 공연 및 촬영에 대한 논의를 거쳤고, 촬영일에 맞춰 특혜성 부칙을 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화재청은 “시행일인 6월 12일 이전에 신청이 완료한 경우에 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기간을 두었다”고 해명하며 “규정 시행 전인 유예기간에 촬영이 이뤄졌을 뿐이고, 특혜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규정을 보면 일반 촬영 허가는 촬영일 7일 전, 장소사용은 20일 전까지 신청서를 내도록 되 있다”며 “이 이유로 시행일에 유예를 둔 것”이라고 풀이했다. 아울러 “해당 촬영 건은 개방된 청와대를 글로벌 OTT를 통해 세계에 알린다는 의미에서 허가됐다”며 “무대 설치부터 철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철저히 감독했고, 시설물 훼손 없이 촬영을 마치도록 만전을 기했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의 해명에도 이 의원은 재반박에 나섰다. 그는 23일 “넷플릭스에 문의한 결과, 5월 25일 문화재청으로부터 공연이 가능하다는 확답을 받았고 동선 등을 확인하기 위해 비와 제작진이 직접 청와대를 찾아서 사전답사를 진행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 비와 넷플릭스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비 역시 공연신청보다 훨씬 앞서 팬들에게 청와대 공연을 직접 홍보했다. 그는 6월 2일 자신의 SNS에 “오는 6월 17일 금요일 오후 7시 영광스럽게도 청와대에서 단독 공연을 합니다. 열린 공간에서 여러분들과 함께하고자 합니다”라고 알린 바 있다. 당시 그는 청와대 내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함께 올렸다.

사진=넷플릭스

이는 결국 6월 10일 있었던 넷플릭스의 장소사용신청과 13일 진행된 문화재청의 허가는 겉으로 보이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문화재청은 이어진 의혹에는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비와 소속사 역시 마찬가지다.

◆ ‘테이크 원’ 제작진 “비는 대한민국 문화재”
이달 1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음악 예능 <테이크 원>은 최고의 가수들이 ‘생애 가장 의미 있는 단 한 번의 무대’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발표회 당시 연출을 맡은 김학민 PD는 “청와대를 다루는 것이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며 “비는 대한민국 문화재 아니냐. 넷플릭스가 전 세계에 공개되는 만큼, 비와 청와대를 모두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티스트가 죽기 전 한 번의 무대를 한다면 어떤 무대를 하고 싶냐는 것이었고 그걸 정확하게 구현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정수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부터 우리는 안전하게 끝내는 것은 물론, 논란 없이 정리할 수 있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청와대 보전 문제를 고민하고 담아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촬영된 비의 공연은 프로그램의 네 번째 에피소드를 장식했다. 비는 촬영 내내 ‘최초’를 강조하며 열정을 보였지만 청와대가 가지는 의미를 담아내기 위한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 “특혜보다 기획 자체가 문제”
이번 넷플릭스 특혜 논란이 제기되자 네티즌들 사이에선 “특혜를 떠나 청와대 공연 기획 자체가 적절했는지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비는 <테이크 원>에서 자신의 대표곡인 「레이니즘」을 불렀다. 그는 재킷만 걸친 채 청와대 안과 밖을 오가며 화려한 무대를 꾸몄고, 노래를 마친 뒤엔 아쉬움에 방송과는 별개로 공연을 계속했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창경궁에 동물원을 만든 그들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자연과의 조화가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창경궁은 한때 창경원으로 격하되어 유원지와 동물원 등으로 활용된 바 있다. 당시 창경원은 도시민의 여가 공간으로 활용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일제가 몰락한 왕조를 조롱한 것에 동조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이 부여한 신성한 권위의 상징과도 같았던 청와대. 한 나라의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공간이 모두에게 개방됐다는 것은 그 의미를 널리 되새기기 위한 것이다. 특정 아티스트의 개인적인 열망이나 영리를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미디어 기업의 무대가 되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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