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넘는 시청률의 무게…‘슈룹’, 창작자의 의무 생각할 때

tvN ‘슈룹’ 넷플릭스 통해 해외 공개 5회 방영 후 중국 사극풍 대사 논란 거듭되는 역사왜곡 논란, 창작자의 의무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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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tvN 드라마 <슈룹>이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뜨거운 인기 만큼이나 역사 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1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30일 방송된 <슈룹> 6회는 11.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방송과 비교해 무려 3.4%p 급증한 수치다. 가상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슈룹>은 사고뭉치 왕자들을 위해 치열한 왕실 교육 전쟁을 불사하는 중전의 파란만장 궁중 분투기를 그린 작품. 배우 김혜수와 김해숙이 영화 <도둑들> 이후 10년 만에 재회했고, 김혜수의 <관상> 이후 9년 만의 사극 복귀로 제작 발표 단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드라마는 배경이 조선시대일 뿐, 뜨거운 교육열을 보면 오늘날과 비슷한 모습이다. 바로 여기서 논란이 시작된다.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더해진 각종 설정을 단순 재미로만 봐야 한다는 시청자들과 글로벌 OTT를 통해 해외에도 선을 보이는 상황에서 역사 왜곡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맞붙고 있는 것.

교육열이 뜨거운 궁궐 안 엄마들의 이야기를 그리기 위해 중전이 대군들을 “내 새끼”라고 부르거나, 다른 왕자들이 중전과 세자를 가리켜 “너희 엄마”, “세자 새끼”라고 하는 식의 오늘날과 다를 바 없는 말투가 종종 등장한다.

사진=tvN

5회에선 중국 사극풍 말투가 화근이 됐다. 해당 회차에서는 세자의 폐위를 청하는 신하들과 이에 반대하는 임금 이호(최원영 분)의 대립이 그려졌다. 황원형(김의성 분)이 무언가 말하려하자 중전은 “아직 본궁의 말이 끝나지 않았습니다”라고 소리쳤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본궁’이라는 단어가 어색하다는 지적과 함께 “셀프 동북공정이냐”며 비판했다. 동북공정이란 동북아시아 지역의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규정하려는 중국 정부 주도의 역사왜곡 시도를 의미한다.

실제 ‘본궁’이란 말을 장소나 건물이 아닌 사람에게 사용한 것은 중국 명·청대의 일이다. 당시 본궁(本宮)은 황후·공주·후궁 등 독립적인 궁전에 머무는 이를 일컫는 말로 사용됐다. 중국 사극에서도 이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사진=중국드라마 ‘견유전·이수’ 중

드라마 <슈룹>은 현재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는 중국에서도 불법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공유되고 있으며, 리뷰 사이트 더우반(Douban)에는 작품을 본 시청자들의 리뷰가 이어지고 있다. 더우반의 한 리뷰어는 지난달 25일 쓴 글에서 “한국인들은 이 드라마를 보며 문제점을 알까? 작은 나라의 왕이 제왕의 도를 논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며, 극 중 인물들의 대사는 중국의 말에서 명사를 가져다 조잡하게 꾸몄다”고 비판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과 관련해 역사나 문화왜곡이 최근 심화하는 상황에서 빌미를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아무리 가상의 현실을 그린 드라마라도 조심할 필요는 있다”며 “최근 한국 드라마는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지 않나. 드라마 속 잘못된 표현들은 외국인들에게 역사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니 제작진이 신경을 써야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사극 드라마에서 역사 왜곡은 꾸준히 반복되는 일이다. 지난해 방영한 tvN <철인왕후>는 극 중 인물이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라고 표현하거나 종묘제례악을 술자리 게임 장면에 삽입하는 등 역사왜곡과 희화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철인왕후>는 중국 드라마 <태자비승직기>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방송 초반부터 꾸준히 제기된 논란에도 20부작을 끝냈다.

반면 SBS는 거센 논란에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팩션 사극 <조선구마사>를 단 2회 만에 폐지한 것. 엄연히 실존했던 인물을 폄하하는 장면, 조선인 관리가 외국에서 온 구마사제에게 중국 전통 음식을 대접하는 장면 등이 문제가 됐다. 드라마를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했고, 제작을 지원하거나 광고에 참여한 기업들의 목록이 불매 운동 대상이 됐다. 불명예를 안고 퇴장한 <조선구마사> 작가의 전작은 <철인왕후>였다. 전작에서 꾸준히 제기된 비판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잘못이었다.

왜곡된 표현으로 그려진 영화나 드라마를 접하는 일부 시청자는 작품이 그린 허구와 실제 역사적 사실에 혼란을 겪게 될 수 있다. 또 글로벌 OTT를 통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외국인 시청자들은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배우는 데 있어 잘못된 지점에서 시작을 하게 된다. 보는 이들에게 공감과 재미는 물론,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는 것도 창작자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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