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② 100억짜리 실패, 그 다음은?

버추얼 콘텐츠, 프로그램 편 버추얼 캐릭터-가상세계 콘텐츠 제작 증가 카카오엔터 ‘소녀 리버스’ 행보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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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시장은 이제 현실이 아닌 가상 세계로 향한다. 팬데믹으로 언택트 방송이 확장되면서 OTT 산업이 발전했고, 이와 함께 메타버스 기술 또한 진화했다. 가상공간이 열리자 가상인간도 활동을 시작했다. 우리도 모르게 일상에 침투한 버추얼(Virtual).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사진=카카오엔터

최근 방송계는 디지털 실감 기술을 적용한 프로그램 제작으로 새로운 도전 중이다. 버추얼 휴먼, 가상세계, AI(인공지능) 등 최첨단 기술의 투입으로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억 소리 나는 제작비를 쏟아붓고도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버추얼’ 콘텐츠의 현 상황을 짚어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는 오는 28일 버추얼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소녀 리버스(RE:VERSE)>를 공개한다. ‘국내 최초’를 강조한 이 프로그램은 실제 K-POP 걸그룹 멤버 30명이 가상의 세계에서 아이돌 데뷔 기회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펼치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버추얼 캐릭터로 정체를 숨긴 채 춤과 노래, 끼와 매력을 어필해 최종 5명의 데뷔 멤버가 선발된다.

<소녀 리버스> 참여 멤버들은 VR 플랫폼 안에서 모든 녹화를 진행했다. VR 세계이기에 가능한 판타지 공간에서 멤버들은 처음 만났고, 관객들 또한 VR 방청객으로 참여한다. 카카오엔터는 <소녀 리버스>를 통해 최근 몇 년 동안 예능을 중심으로 확산된 ‘부캐’ 열풍을 뛰어넘어, 버추얼 캐릭터로 자아를 드러내고 팬들과 소통하며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트렌드를 확산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카카오엔터는 K팝과 버추얼 세계관을 접목한 본편 영상부터 서바이벌 과정에서 공개되는 다양한 음악과 콘텐츠 안에 담긴 서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스토리를 읽는 재미까지 더해 입체적인 콘텐츠 즐거움을 선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찍부터 캐릭터, 티저 영상 등을 공개하며 팬들의 기대를 고조시켰다.

눈여겨볼 점은 <소녀 리버스>의 공개 플랫폼이다. OTT 채널 카카오TV가 아닌 카카오페이지, 유튜브를 선택했다. 관계자는 “버추얼 캐릭터의 세계관, 가상세계 콘셉트에 대한 이해도와 선호도가 높은 유저층이 모여 있는 플랫폼을 선택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즉, 아직까지 버추얼 콘텐츠는 마니아층 타깃에 더 가깝다는 말이다.

게다가 <소녀 리버스>는 버추얼 걸그룹 데뷔 서바이벌로 ‘아이돌’이라는 제한적 소재에도 묶여있다. 이전과 다르게 팬덤화 되어가는 아이돌 시장이 버추얼을 통해 확장될 수 있을지까. 멤버들의 자기소개와 티저영상 공개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의견이 쏟아졌다. 색다른 시도에 재미와 호기심을 느낀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다수가 프로그램 방향성에 의문을 드러냈다. 특히 “아이돌 팬과 버추얼 팬의 니즈를 잘못 이해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아이돌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의 모습을 궁금해한다. 그러나 <소녀 리버스>에서는 버추얼 캐릭터로만 만날 수 있다. 반대로 버추얼 팬들은 본체의 정체로 환상이 깨지는 걸 원하지 않지만, 아이돌 팬들의 추리로 대부분의 캐릭터 속 정체가 탄로 난 상황이다. 이미 양쪽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 과연 제작자들은 주 타깃 소비자의 취향과 성향을 연구했는지 의문이다.

사진=TV조선, 티빙

<소녀 리버스>를 향한 우려는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예능물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받는 넷플릭스 <신세계로부터>(2021)는 이승기, 은지원, 김희철, 조보아, 박나래, 카이 등의 출연에도 이렇다 할 반향을 불러오지 못했다. ‘메타버스 아바타쇼’를 표방한 TV조선 <부캐전성시대>(2021)는 제작비 40억원에 버추얼 휴먼 제작비까지 더하면 70억원이 넘는 돈이 투입됐다. 하지만 최고 시청률 1% 외에 0%대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올해 초 선보인 티빙 오리지널 뮤직쇼 <얼라이브>(2022)는 AI, 확장현실(XR), 음성·페이스 복원, 딥페이스 기법 등을 활용해 싱어송라이터 故 유재하, 울랄라 세션 리더 故 임윤택의 모습을 복원했지만, 역시 화제가 되지 못했다. ‘한국 최초 메타버스 음악쇼’를 내세운 MBN <아바타 싱어>(2022)는 회당 10억원, 총 제작비 150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최초 시청률 1.4% 이후 0%대 시청률로 고전 중이다. 가수들이 ‘또 다른 나’로 구현된 아바타로 공연을 펼치는 ’메타버스 AI 음악쇼’ TV조선 <아바드림>(2022)은 故 김자옥, 故 김성재의 무대를 구현하며 화제가 됐지만, 최고 1%대 시청률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러 실패 케이스로 보아 버추얼 콘텐츠는 대중의 니즈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억대의 제작비를 투입해 버추얼 기술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IP(지식재산권) 비즈니스와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함이다. 박정훈 (주)루트엠엔씨 대표(아바타싱어 제작)는 “새로운 버추얼 방송에 대한 시청자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IP(지식재산권)를 중심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NFT(대체불가능토큰)을 연결해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 새로운 IP 비즈니스가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용호 갤럭시코퍼레이션 대표(부캐전성시대 제작)는 “국내 예능물 100억원 시대가 왔다. 앞으로 메타버스 예능물이 쏟아질 거다. 어느 정도 녹여 내느냐 차이일 것”이라며 글로벌화되는 예능을 영화, 뮤지컬로 세계관 확장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콘텐츠 제작비 상승은 급성장한 OTT의 영향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K-콘텐츠가 엄청난 파급력을 불러오면서 투자자와 투자액이 증가했다. 드라마는 물론 예능까지 거대한 스케일로 제작하다 보니 100억원대 제작비가 평균치가 됐고, 유저 확보를 위해 더 새롭고 놀라운 걸 만들기 위해 신사업인 버추얼 휴먼과 가상세계로 눈을 돌리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버추얼 콘텐츠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한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고, 보다 화려하고 멋진 무대를 만들 수도 있다.그러나 지금까지 OTT 플랫폼, TV 방송할 것 없이 버추얼 콘텐츠는 환영받지 못했다. 아직 대중들에게 낯선 소재라는 점보다 새로운 기술로 예측 가능한 범위 내의 콘텐츠를 만들어 감동을 선사하려는 의도가 뻔하기 때문이다. 버추얼의 장점은 접근성과 소통, 비현실의 현실화다. 대중들은 기술을 통해 비현실을 마주하고 자극받길 원한다. MBC VR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가 기술과 방송의 좋은 예다.

예능 치트키인 아이돌 서바이벌로 마니아층이 모인 카카오페이지에서 승부를 건 카카오엔터의 도전이 무모해 보이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건, 모두 성공 사례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가상인간, 디지털 휴먼, 버추얼 휴먼을 만드는 기술의 장벽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지난 1일 미국 기업 유니티(CEO 존 리키텔로)는 ‘디지털 휴먼 패키지’를 선보였다. 디지털 휴먼을 지금보다 쉽게 만들 수 있는 서비스다. 아직까지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모양새지만, 글로벌 흐름으로 보아 버추얼 콘텐츠는 늘어날 전망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OTT, 방송계가 어떻게 첨단 기술과 융합된 콘텐츠를 선보일지, 기대감과 함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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