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감염병의 시대에 볼만한 영화 ‘컨테이젼’

어느새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한 지 2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2020년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3월 22일에 첫 행정명령이 내려진 후 무려 757일, 2년 1개월 만에 거리두기 전면 해제가 결정됐다.

2020년 처음 코로나19에 대해 들었을 때만 해도, 누구도 이렇게 긴 시간 두려움에 떨며 지낼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상황이 괜찮아지면 “밥 한번 먹자”, “얼굴 한번 보자”, “여행 한번 가자”라는 약속들은 한없이 쌓이고 쌓였다.

확진자가 줄었다 늘었다 하는 모습을 보며 일희일비하는 동안, 애타게 기다리던 ‘일상 회복’이 드디어 우리 눈앞에 다가왔다. 18일부터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었으며, 25일부터는 영화관이나 경기장 등에서 음식 섭취도 가능하다.

다들 지금 당장이라도 밖으로 뛰쳐나가 밀린 약속을 해치우고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가 곧 코로나19 유행이 끝났다거나 종식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18일, “거리두기 해제가 코로나19 유행 위험이 끝났거나 종식됐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달라”고 전했다.

하지만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마음껏 돌아다닐 계획을 세운 이들에게도, 자발적으로 계속해서 거리두기를 지키려는 이들에게도 18일이 중요한 기점이 되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지난 2년을 돌아보는 의미에서, 그리고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되새기는 의미에서 오늘의 영화를 추천할까 한다. 전 세계적 감염병 사태를 다룬 영화, ‘컨테이젼’이다.

영화 <컨테이젼> 스틸 이미지

<컨테이젼(Contagion)>

어디서 볼까? 넷플릭스, 왓챠, seezn”

미국에서 제작되고 2011년 9월 22일 개봉한 컨테이젼(Contagion)은 개봉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래를 예측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었다.

‘컨테이젼’은 ‘에린 브로코비치’, ‘오션스’ 시리즈 등 유명 영화를 제작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제작한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출연진으로는 마리옹 꼬띠아르, 맷 데이먼, 로렌스 피시번, 주드 로, 기네스 펠트로,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으로 참여했으며, 존 호키스, 제니퍼 엘, 브라이언 크랜스톤, 산나 라단, 엘리어트 굴드, 디미트리 마틴, 모니크 커넨, 조시 호가 조연으로 등장한다.

네이버 네티즌 평점은 8.28(평가자 4090명)이며, 영화 평점 사이트 왓챠피디아에서는 평점 5점 만점에 3.5점(평가자 11만명)을 기록했다. 러닝타임은 103분.

아무것도 만지지 마라”, “누구도 만나지 마라

영화 컨테이젼의 포스터에 적혀 있는 문구들이다. 극단적이지만,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놀라울 만큼 익숙하게 느껴지는 말일 것이다.

영화는 홍콩 출장에서 돌아온 베스(기네스 펠트로)가 기침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공항에서부터 감기몸살 기운에 시달리다 집에 도착한 베스는 결국 발작을 일으키며 사망한다. 그녀의 남편(맷 데이먼)은 아내가 사망 원인을 알아내기도 전 아들마저 떠나보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베스와 같은 증상으로 목숨을 잃는다.

일상생활의 접촉을 통해 이루어진 전염은 그 수가 한 명에서 네 명, 네 명에서 열여섯 명, 이어 수백 명에서 수천 명으로 증가한다. 이후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치버 박사(로렌스 피시번)는 경험이 뛰어난 박사(케이트 윈슬렛)을 감염현장으로 급파한다.

세계 보건기구의 오란테스 박사(마리옹 꼬띠아르)는 최초발병경로를 조사한다. 이 가운데 진실이 은폐됐다고 주장하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주드 로)가 촉발한 음모론의 공포가 그의 블로그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간다.

치사율 20%의 심각한 질병을 다루고 있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흥미진진하다기보다는 차분한 편이다. 화려한 블록버스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개봉 당시의 저조한 성적은 여기서 기인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차분한 흐름에서 현실성이 생겨난다. 감염병으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는 모습, 약을 구하지 못해 패닉에 빠지는 대중,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용해 가짜 뉴스로 유명세와 돈을 벌고자 하는 사기꾼. 영화는 감염병에 대응하는 여러 군상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어두운 코로나19의 터널을 2년간 지나온 관객들은 이 모습들에서 익숙함을 느낄 것이다. 영화는 결국 백신을 개발하며 희망적으로 끝나지만, 우리는 이제 백신의 개발이 완벽한 해피엔딩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영화 <컨테이젼> 스틸 이미지

영화 속에서 토마스 엠호프(맷 데이먼)는 백신 접종을 기다릴 때 “내 삶의 144일이 날아간다”라며 불만스러워하는 딸에게 이렇게 말한다. “다시 옛날로 돌아갈 거야.”

오랜 기간의 기다림이 있었지만, 우리는 어느새 다시 옛날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을 걷고 있다.

희망의 빛이 보이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마스크 착용과 개인위생에 더욱 주의하며 격리 해제를 즐기는 것이 좋겠다. 마음을 다잡는 의미에서 영화 ‘컨테이젼’을 보며 감염병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한 가지 덧붙이자면, 영화의 첫 장면은 감염병 발생 이틀 차인 Day2에서 시작한다. 잘못 튼 것이 아니니 당황하지 말 것. 모든 일의 시작인 Day1은 영화 말미에 배치되어 있다. 감독의 영리한 선택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 속 전 세계를 뒤흔든 사태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러닝타임의 끝까지 화면 앞을 지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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