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불공평한 교육현실 속 엇나가는 천재, 영화 ‘배드 지니어스’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그 의미를 살펴보면 ‘미천한 집안이나 변변하지 못한 부모에게서 훌륭한 인물이 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라고 적혀있다.

‘개천용’ 서사는 언뜻 보면 개인의 노력과 성장을 칭찬하는 듯 느껴지지만, 사실 그 본질은 결국 신분상승을 향한 욕망이다. 이 하찮은 ‘개천’을 벗어나 나도 ‘상류층과 함께 용이 되어 하늘을 날고 싶다’는 것이다. 신분상승의 욕망은 현대에 와서 새롭게 생겨난 것은 아니다.

우리는 평강공주와 혼인해 장군이 된 온달, 그리고 이몽룡과 혼약해 정실부인까지 오른 기생의 딸 춘향의 이야기를 되풀이해 들어왔다. 혼인을 통한 신분 상승은 꽤 고전적이고 글로벌한 욕망이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과거 시험’이라는 등용문이 존재해 온 아시아권에서는 또 다른 신분상승 사다리가 큰 존재감을 과시한다. 바로 ‘공부’를 통한 신분상승이다. 현재는 사법고시가 폐지되었지만, 그전까지는 자식을 ‘개천용’으로 키우기 위해 ‘사시 패스’를 애타게 기원하는 부모들이 많았다.

계층 간 격차가 벌어짐에 따라 이런 ‘개천용’ 신화는 점점 과거의 일이 되어가고 있다. 2021년 11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가구 소득 수준이 낮을 경우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할 확률이 최소 70%에 이른다고 한다.

코로나19 터널을 지나오면서 공교육 분야가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됨에 따라 교육격차가 늘어났다 하니, 신분상승의 문은 2021년 11월보다 더욱 좁아졌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열은 아직 높은 편이다. 지방의 대학교는 학생이 없어 문을 닫아도, 이른바 ‘명문대’는 여전히 치열한 경쟁률을 뽐내고 있다.

길고 긴 서문을 적은 이유는 오늘의 추천 영화, ‘배드 지니어스’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다. 영화 ‘배드 지니어스’의 주인공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천재 소녀다.

영화 <배드 지니어스> 스틸 이미지

<배드 지니어스(Chalard Games Goeng, Bad Genius)>

어디서 볼까? 넷플릭스, 왓챠

 

‘배드 지니어스’는 2017년 제작된 태국 영화로, 2017년 11월 2일 국내 개봉했다. ‘원 포 더 로드’, ‘카운트다운’ 등의 영화를 제작한 나타우트 폰피리야의 스릴러 장르 영화다.

출연진으로는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 차논 산티네톤쿨, 에이샤 호수완, 티라돈 수파펀핀요가 주연으로 참여했으며, 파신 쿠안사타폰, 타네 와라카누크로, 사하작 본다나킷, 사린랫 토마스, 에고 미키타스 등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네이버 관람객 평점은 8.75(평가자 120명), 네티즌 평점은 8.60(평가자 1,134명)이며 영화 평점 사이트 왓챠피디아에서는 5점 만점에 3.7점(평가자 6만명)을 기록했다. 러닝 타임은 130분이다.

영화 ‘배드 지니어스’의 주된 소재는 바로 ‘컨닝’이다. 나타우트 폰피리야 감독은 영화를 기획하기 전 태국의 부패한 교육 시스템과 계급 불평등 문제를 영화 속에 담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로 일어난 국제 시험 부정행위와 관련된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각본 작업을 진행했다.

주인공인 ‘린(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은 중산층으로, 아버지는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다. 린의 아버지는 딸을 성공시키기 위해 린을 자신이 재직 중인 학교가 아닌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시키고자 한다.

린은 천재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어 장학금을 받아 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린은 전학 간 학교에서 친구 ‘그레이스(에이샤 호수완)’와 그녀의 남자친구이자 재벌 2세인 ‘팟(티라돈 수파펀핀요)’을 만나게 된다. 린의 절친이 된 그레이스는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린은 친구를 돕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그레이스의 컨닝을 돕게 된다.

그런데 이 사실을 그레이스의 남자친구 팟이 알게 되며 사건이 심화된다. 팟은 린의 컨닝에 대가를 지불한다. 린은 망설이지만 학교의 비리를 알게 된 후 불합리한 현실에 분노하며 컨닝 사업을 전교 범위로 확대해 돈을 벌어들인다.

영화 <배드 지니어스> 스틸 이미지

 

사건이 진행되면서, 린은 동급생이자 성실한 모범생인 ‘뱅크(차논 산티네톤쿨)’까지 자신의 컨닝 사업에 끌어들이게 된다. 린, 뱅크, 그레이스, 팟 네 사람의 컨닝 사업은 교내 범위를 넘어 공신력 있는 국제시험 STIC까지 뻗어나간다. 윤리보다 등급과 성적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재능있는 학생들을 범죄의 길로 향하게 한 것이다.

영화는 린과 뱅크, 그레이스와 팟의 대비를 통해 재능 있지만 가난한 학생들은 돈이 없어 제대로 된 교육 기회를 얻지 못하고, 능력은 떨어지지만 돈이 많은 학생들은 비윤리적 방법으로 좋은 성적을 얻어 상위계층에 반복하여 편입되는 태국의 현실을 꼬집어 비판한다.

사회 고발 영화라고 생각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영화는 컨닝 행위의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묘사해 손에 땀을 쥐는 스릴을 유지한다. 영화를 보고나면 영화의 장르가 스릴러라는 것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은 로튼 토마토 신선도 100%를 획득했으며, 제12회 아시안 필름 어워드 신인상과 제21회 판타지아 영화제 베스트 아시아영화 금상을 수상했다. 이후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12부작 드라마 ‘배드지니어스 더 시리즈’가 제작되기도 했다.

비록 타국의 이야기지만, 빈부 격차나 학력 경쟁 등의 모습이 한국의 모습을 보는 듯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며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자식의 ‘입신양명’을 위해 다그치는 부모 밑에서 자라온 한국인들에게 딸을 ‘개천용’으로 만들기 위한 린의 아버지의 노력은 상당히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관객은 린과 함께 불합리한 교육사회에 분노할 것이며,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악행을 택한 ‘이무기’ 린의 행동을 마냥 욕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익숙한 할리우드 영화나 국내 영화에 질렸다면 오늘은 스릴 넘치는 사회 비판 태국 영화 ‘배드 지니어스’를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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