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D와 실사의 환상적 만남, 영화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

영화 산업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영화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대부분의 영화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묻혀지거나,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다른 영화에 밀려 묻힌다.

하지만 어떤 영화들은 영화사에 눈에 띄는 발자취를 남기며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두고두고 회자된다. 독특한 기법을 사용한 영화, 기발한 발상이 드러나는 영화, 만듦새가 좋은 영화,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난 영화 등이 이에 속한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독특한 기법으로 두고두고 이야기되는 작품으로, 기발한 발상을 환상적으로 화면에 표현해낸 영화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다.

영화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 스틸 이미지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Who Framed Roger Rabbit)>

“어디서 볼까? 디즈니+”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는 실사 영화와 2D 애니메이션을 결합해 만들어낸 작품이다. 1988년 미국에서 제작되었으며 1990년 8월 4일 국내 개봉했다. ‘빽 투 더 퓨처’, ‘콘택트’, ‘캐스트 어웨이’, ‘폴라 익스프레스’ 등 유명 영화를 제작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액션, 코미디, 가족, 판타지, 범죄, 애니메이션 장르 영화다.

출연진으로는 밥 호킨스, 크리스토퍼 로이드, 조안나 캐시디가 주연으로 참여했으며 스터비 케이, 앨런 틸번 등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네이버 네티즌 평점은 8.51(평가자 110명)이며 영화 평점 사이트 왓챠피디아에서는 5점 만점에 3.3점(평가자 1만명)을 기록했다. 러닝타임은 103분이다.

영화의 배경은 만화 캐릭터들과 현실의 사람들이 뒤섞여 살아가는 가상의 40년대 LA다. 실제 40년대와 같이 만화 영화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지만, 현실과 달리 만화 영화는 펜 끝에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2D 배우들의 연기를 촬영해 제작된다는 설정이다.

작품 속 만화 캐릭터들은 만화동산(Toon Town)이라는 곳에서 살아가며, 실제 인간들과 교류하고 대화한다. 영화는 순수한 2D애니메이션인 마룬 스튜디오의 작품 <뭐가 타는데(Something’s Cookin’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로져 래빗의 슬랩 스틱 코미디가 펼쳐지던 중 감독 조엘 실버(Joel Silver)가 촬영을 중단한다. 이로써 영화는 작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2D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의 혼합 장면으로 넘어가게 된다.

만화동산 출신 배우인 로져 래빗은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며 슬럼프를 겪고 있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스튜디오의 사장 마룬은 탐정 에디 발리언트(밥 호킨스)를 고용해 로져 래빗의 아내 제시카가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찍어오도록 한다.

이후 제시카의 외도 상대로 의심받던 마빈 애크미(스터비 카예)가 살해 당하고, 로져 래빗은 제1용의자로 지목받는다.

과거의 아픈 기억 탓에 만화를 혐오하던 탐정 에디는 얼결에 로져 래빗을 돕게 된다. 영화는 어두운 분위기의 누아르 장르와 가벼운 슬랩스틱 코미디의 장르를 넘나들며 균형을 잡는다.

사실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는 전체적으로 1940년대 유행하던 장르들의 콜라주라고 할 수 있다. 감독은 40년대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만화 영화 산업과 하드보일드, 펄프픽션 작품을 모두 규합해 완성도 있는 작품을 선보이며 과거의 영화 산업을 향해 찬사와 경외심을 드러낸다.

하드보일드 작품 특유의 냉소적인 시선에서 ‘40년대 카툰’의 폭력성과 웃음을 조명한 영화는 과하게 즐겁고 명랑한 로져 래빗과 음울하고 퉁명스러운 탐정 에디의 사이를 영리하게 오간다. 반대되는 듯하면서도 궁합이 잘 맞는 두 캐릭터의 조합으로 영화는 버디물로서의 즐거움까지 달성한다.

만화의 형식을 차용한 덕분에 가능한 비현실적 장면들은 영화의 흥미를 돋우는 요소 중 하나다. 감독은 냉장고에 깔려도,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는 만화 캐릭터들의 모습을 실사 배경 안에서 코믹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영화 속 만화의 명랑함은 실사 장면과 결합해 치정극과 살인사건으로 얼룩지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화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 스틸 이미지

분명 다른 화면에서 연기했을 것이나 마치 실제로 한 곳에 존재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만화 캐릭터들과 교류하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도 영화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영화는 ‘한 탐정이 누명을 쓴 용의자를 도와 진범을 밝혀낸다’는, 어찌보면 평범한 스토리로 진행된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여러 가지 요소들 덕분에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는 영화사에서 ‘실험적이면서 완성도 있는 영화’로서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비록 세월이 지나며 영화의 개그코드가 조금 빛을 바랬고, 당시 영화의 실험적인 기법이 요즘 시대에는 그리 놀랍지 않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영화를 감상한 이들의 입에서 ‘독특하다’, ‘신선하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분명 이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함이 있음은 분명하다.

애니메이션을 사랑하고 범죄 영화를 좋아한다면, 더해서 독특하고 신선한 기법의 영화가 보고 싶다면, 오늘은 영화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를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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