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둔 숨 막히는 탈출극, 영화 ‘모가디슈’ [리뷰]
대한민국은 휴전 국가다. 삼팔선 위로 적국이자 동포를 북에 이고 있으니, 북한의 소식은 하루가 멀다하고 전파를 탄다.
학교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노래를 달달 외우며 ‘통일 글짓기 대회’, ‘통일 포스터 그리기 대회’를 거쳐 자란 세대도 많을 것이다. 통일에 대한 개개인의 찬반 의견은 제쳐두더라도, 분명 우리의 삶에서 ‘북한’이라는 두 글자를 지워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분단국가라는 것을 증명하듯, 남한과 북한의 관계를 다룬 콘텐츠는 셀 수 없이 많다. ‘강철비’, ‘공조’ 등의 액션영화에, ‘코리아’와 같은 스포츠 영화도 있고,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는 남북 관계를 사랑의 소재로까지 이용한다.
그런데 남북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뤘다고 하면 불쑥 찾아오는 불안감이 있다. ‘신파극이면 어떡하지?’ 적국이면서 동시에 같은 조상을 둔 한 동포라는 특성으로 남북을 다룬 영화는 보통 주인공들이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분단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결말로 향한다.
그런데 이 ‘이해와 공감’이라는 것이 보통 지나친 신파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서로를 흰 눈으로 보던 이들이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부둥켜안는가 싶더니, 갑자기 세상에서 가장 애절한 친구들이 되어있는 경우를 몇 번 당하고 나니, 한국 영화에서 ‘남북’ 소재 영화는 신파극이 될까 불안감이 밀려오는 콘텐츠 중 하나다.
그런데 이런 소재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영화가 있다.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모가디슈’는 역시 ‘남북’을 소재로 한 영화지만 신파가 없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바로 이 ‘모가디슈’다.
<모가디슈>
“어디서 볼까? 넷플릭스, 티빙”
2021년 7월 8일 국내 개봉한 영화 ‘모가디슈’는 ‘아라한 장풍 대작전’, ‘베테랑’ 등 유명 영화를 제작한 류승완 감독의 액션, 드라마 영화다.
출연진으로는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김소진, 정만식이 주연으로 참여했으며 김재화, 박경혜 등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네이버 관람객 평점은 8.67(평가자 1734명), 네티즌 평점은 8.33(평가자 1만6850명)이며 영화 평점 사이트 왓챠피디아에서는 5점 만점에 3.5점(평가자 8만명)을 기록했다. 러닝타임은 121분이다.
영화 ‘모가디슈’의 배경은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의 수도 모가디슈다. 남한과 북한의 대사관 직원들은 UN 가입을 위한 소말리아 정부의 지지를 얻기 위해 피 말리는 외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경쟁이 격화된 상황이었던 만큼 영화는 시작부터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러나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등 익숙한 배우들의 열연으로 웃음 또한 놓치지 않는다. 익숙한 웃음과 매끄러운 연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소말리아 내전에 다다른다.
내전으로 모가디슈에 고립된 남한 대사관에 북측 대사관 직원들이 찾아온다. 어린아이들을 외면하지 못한 남측은 북한 대사관 직원들을 받아들이지만, 한 건물 안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긴장감은 더욱 짙어진다.
남한의 참사관 강대진(조인성)과 북한 참사관 태준기(구교환)의 갈등이 가장 두드러진다. 서로를 가장 싫어하도록 교육받은 요원들의 갈등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은 단연 해외로케의 장점을 뽐내는 시원한 카체이스 액션씬이지만, ‘남북’을 소재로 다룬 영화로 동포 간 화합을 다루는 영화라는 점에서 한 곳 더 꼽고 싶은 장면이 있다.
바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깻잎 논쟁’의 원조로, 남한 대사의 부인 김명희(김소진)가 깻잎장아찌를 두고 씨름하는 모습을 본 북측 대사 부인 배명숙(박명신)이 젓가락으로 다른 장아찌를 눌러 도와주는 장면이다. 영화는 ‘깻잎장아찌’라는 민족적 음식을 통해 한 동포의 끈끈함과 남북이 공유하는 감성을 표현했다.
영화는 이처럼 상황 전개를 위해 대사를 통해 상황을 설명하기보다는 소품을 활용하거나 배우들의 훌륭한 감정 연기를 이용해 담담하게 스토리를 이어간다. 대사관을 탈출하는 과정이 얼마나 위험한 길인지 보여주는, 책을 덕지덕지 이어 붙인 승용차도 한 예다. 특정 장면에서 울음소리나 비명을 대신해 오디오를 메우는 자동차 경적도 영리하다.
영화는 이런 무심한 상황 설명을 통해 자칫하면 신파로 추락할 수 있는 장면들을 빠르게 지나친다. 덕분에 ‘모가디슈’는 관객들로부터 ‘신파가 없다’는 긍정적인 평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2021년 개봉 당시 코로나19 시국이었던 탓에 천만 영화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누적관객수 361만명을 달성한 후 OTT 서비스에서 상당 기간 1위를 유지하며 인기를 증명했다.
실화 기반 시대극을 좋아한다면 1991년 당시의 배경을 세밀하게 묘사한 ‘모가디슈’를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은 한국 영화의 고질병이라 불리는 ‘신파’에 대한 걱정을 접어두고 즐길 수 있는 웰메이드 영화 ‘모가디슈’를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