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의 원조이자 홍콩 느와르의 완성, 영화 ‘무간도’ [리뷰]
한국 느와르물 중 가장 유명한 영화는 무엇일까? 각기 다른 대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대부분 주저하지 않고 ‘신세계’를 꼽을 것이다.
장르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의 숙명대로 2012년 개봉 영화 신세계는 아직까지도 한국 느와르 콘텐츠의 공개 때마다 ‘신세계를 뛰어넘는’, ‘신세계에 버금가는’ 등의 묘사에 이용당하고 있다.
반대로 신세계 개봉 당시 신세계의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된 유명작이 존재한다. 신세계는 경찰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조직에 잠입하는 ‘언더커버’ 소재를 사용하는 등 다수의 유사성을 보인 탓에 개봉 당시 홍콩 영화 무간도와 함께 언급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형만한 아우 없다고, 무간도가 신세계보다 뛰어난 영화라는 데 반론을 제기하는 이는 거의 없다.
영화 ‘무간도’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화 팬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명작 느와르 영화 중 하나다. 2002년 개봉하며 홍콩 영화 붐을 일으킨 덕분에 80년대 홍콩영화의 황금기를 다시 불러오는 것은 아닌가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영화 ‘무간도’는 홍콩을 넘어 전세계에 팬을 양산했으며 2, 3편까지 이어 제작됐다. 세계적 인기를 증명하듯 할리우드에서 영화 ‘디파티드’로 리메이크된 바 있다.
무간도1~3은 세 편의 이야기가 모두 이어지는 완결성을 보이지만, 오늘은 우선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첫 번째 무간도 영화에 대해서만 소개할까 한다.
<무간도(Infernal Affairs)>
“어디서 볼까?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seezn”
경찰의 스파이가 된 범죄 조직원과 범죄 조직의 스파이가 된 경찰, 두 남자의 운명을 다룬 영화 ‘무간도’는 2002년 홍콩에서 제작된 영화로 2003년 2월 21일 국내 개봉했다. 이후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2011년, 2016년 재개봉한 바 있다. ‘별련’, ‘이니셜D’, ‘상성: 상처받은 도시’, ‘삼국지: 명장 관우’ 등을 제작한 맥조휘 감독의 영화다.
출연진으로는 양조위, 유덕화가 주연으로 참여했으며, 황추생, 증지위, 소아현, 진관희, 여문락, 두문택, 완치컹 등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네이버 네티즌 평점은 9.11(평가자 2898명)이며 영화 평점 사이트 왓챠피디아에서는 5점 만점에 4.1점(평가자 29만명)을 기록했다. 러닝타임은 100분이다.
무간도의 주인공은 홍콩의 폭력조직 ‘삼합회’에 잠입한 경찰 스파이 진영인(양조위)과 경찰에 침투한 조직의 스파이 유건명(유덕화)이다. 영화는 두 이중첩자를 소재로 짜임새 있게 스토리를 전개하며 두 사람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해 낸다.
영화 무간도는 범죄 조직을 중심으로 한 배경 설정이나 마약, 경찰, 남자들의 의리와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여성 캐릭터의 역할 등 기존 ‘홍콩 느와르’의 전통적 요소를 보유하고 있지만 화려하고 폭력적인 느와르 특유의 액션과 비장미나 영웅적 캐릭터는 찾아볼 수 없다는 데서 특별한 차별점을 가진다.
무간도는 느와르의 통쾌한 액션 대신 홍콩이라는 도시의 황량한 분위기와 그곳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고독’에 집중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스파이 생활을 십 년째 지속해 온 진영인과 유건명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누구에게도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밝힐 수 없으니 그들의 삶은 끝없는 고통이다. 정직한 경찰이지만 겉으로는 조폭에 불과한 진영인도, 승승장구하는 경찰이지만 끝없이 조직에게 정보를 넘겨주며 정체를 숨겨야 하는 유건명도 불안감에 떨 수밖에 없다.
영화 제목 ‘무간도’는 바로 이런 삶의 고통을 의미한다. 무간지옥은 불교의 팔열지옥(八熱地獄)의 하나로, 고통이 간극 없이 지속된다는 뜻에서 ‘무간(無間)’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즉, 고통이 끝없이 반복되는 두 사람의 삶이 바로 지옥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관객들은 경찰이지만 어쩔 수 없이 조폭으로 생활하고 있는 진영인에게 강하게 이입하게 되지만, 삼합회의 일원으로 지내며 이미 많은 범죄를 저지른 진영인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운명이다. 심지어 진영인의 신분을 알고 있는 유일한 존재 황지성 국장이 목숨을 잃으면서 진영인의 탈출로는 완전히 막혀 버린 듯 보인다.
유건명의 미래도 밝지 않다. 조직원 출신으로 애초부터 죄를 짊어진 유건명은 밝은 곳에 존재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더욱 무거운 죄를 저지른다.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든 죄책감에 눌려 살아갈 유건명의 앞날은 어두울 것으로 짐작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유건명과 진영인이 마침내 각자의 존재를 알게 되고, 옥상에서 총을 겨누는 장면이다. 거울처럼 닮은 두 남자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관객은 긴장감 속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게 된다. 결말은 영화에서 확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의 느와르 영화를 사랑한다면 시초의 시초격에 해당하는 무간도를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기존의 홍콩 영화 팬에게 만족감을 주는 동시에, 양조위와 유덕화라는 명배우들의 가슴 저린 연기가 기존의 홍콩 영화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큰 울림을 줄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