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느끼는 것이 금지된 미래 사회, 영화 ‘이퀼리브리엄’ [리뷰]

영화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 ‘매트릭스’ 영향 받은 SF 영화 화려한 액션이 강점

사진=작품 스틸컷

1999년 공개된 ‘매트릭스’는 SF 영화의 전체 패러다임을 바꿨다. 영화 ‘이퀼리브리엄’는 ‘매트릭스’의 영향을 받은 작품 중 하나이다. 얼음장 같은 표정과 검은 롱 코트라는, 네오와 흡사한 주인공의 모습부터 우선 기시감을 준다. 디스토피아적 미래사회에서 지배세력에 대항하는 반군의 존재나 반군을 돕는 전지전능한 존재 등 스토리적 유사성도 상당하다.

그러나 ‘이퀼리브리엄’은 매트릭스에 영향을 받은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강점을 활용해 승부수를 던진다. 주연을 맡은 크리스찬 베일의 멋진 연기와 화려한 액션 장면은 영화 ‘이퀼리브리엄’의 장점 중 하나다.

‘이퀼리브리엄’은 2003년 10월 2일 국내 개봉했다. ‘스피어’, ‘모범시민’, ‘솔트’, ‘토탈 리콜’ 등 유명 영화를 제작한 감독 커트 위머의 액션, SF 장르 영화다. 배우 크리스찬 베일, 에밀리 왓슨, 타이 딕스, 앵거스 맥페이든, 숀 빈, 숀 퍼트위, 매튜 하버가 주연으로 참여했다.

작품의 배경은 3차 세계대전 이후의 21세기초 지구다. ‘리브리아’라는 이름의 세계는 전쟁과 폭력의 원인이 인간의 감정 때문이라고 단정 짓고,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감정을 소멸시키는 약물 ‘프로지움’을 투약한다.

소재는 그다지 새롭지 않다. 약물을 통해 사람을 통제하는 디스토피아 물은 1932년 출간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도 사용된 방식이다. 쾌락의 극단으로 사람을 통제하는 ‘소마’와 감정을 소멸시키는 ‘프로지움’은 양 극단에 있는 듯도 보이지만 사람의 감정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같다.

사진=작품 스틸컷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은 ‘균형상태’, ‘안정’이라는 의미로 인간의 감정을 제거해 얻은 평화를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프로지움 투약을 거부하거나, 감정을 드러내거나 책, 음악, 그림 등 감정을 유발시키는 물품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은 리브리아의 특수요원 ‘클레릭’이 찾아가 처벌한다. 이 설정은 ‘생각범죄’라는 죄목을 만들어 사람의 사고를 감시하고 일기장, 서적 등 금지 물품을 가지고 있는 이를 잡아가는 1984의 정부를 떠오르게 한다. 1984는 1949년 출간된 조지 오웰의 작품이다.

‘멋진 신세계’와 ‘1984’를 통해 알 수 있듯 ‘디스토피아’라는 장르는 오랫동안 수도 없이 다루어져 왔다. 따라서 웬만한 설정으로는 관객에게 신선함을 전달하기 어렵다. 물론 이퀼리브리엄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매트릭스’ 또한 AI에게 인간이 지배당하는 미래사회를 그린 디스토피아 물이다.

‘이퀼리브리엄’은 이 식상함의 장벽을 뛰어넘기보다 담담하게 이용하는 길을 택한다. 웬만큼 영화를 봤다는 관객이라면 영화의 시작부터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할 수 있다.

영화는 새롭고 복잡한 스토리를 작성하는 대신 배우의 감정 연기와 액션을 강점으로 활용한다. 주인공이자 1급 ‘클레릭’ 존 프레스턴(크리스찬 베일)은 아내가 반역죄로 처벌 당할 때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훌륭한 클레릭이다. 그는 어느날 우연한 실수로 프로지움 병을 깨트리고, 약을 맞지 않은 채 출근하게 된다. 이로 인해 존 프레스턴은 감정을 되찾는다. 크리스찬 베일의 훌륭한 연기와 감독의 연출력은 돌아온 감정의 환희를 묘사하며 빛을 발한다.

사진=작품 스틸컷

액션 신은 팬들이 꼽는 영화의 강점 중 하나다. 쌍권총을 들고 중국무술을 펼치는 주인공의 ‘건 카타’ 액션은 ‘이퀼리브리엄’의 특징적인 액션이다. ‘건 카타’는 총을 손의 연장으로 보고 칼처럼 휘두르는 기술로, 무용을 떠올리게 하는 절도 있는 동작이 특징이다. 존 프레스턴이 몸을 이용한 무술로 공화국 군인들을 해치우는 장면은 관객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SF영화를 사랑하며 디스토피아 장르를 즐겨보는 사람들에게, 스타일리쉬한 액션과 더불어 익숙하지만 깔끔한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영화 ‘이퀼리브리엄’을 추천한다.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에서 시청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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