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 경찰의 완벽하게 모범적인 모의 강도극, 영화 ‘바르게 살자’ [리뷰]

영화 ‘바르게 살자’ 리뷰 기묘한 상황 속 소소한 웃음

사진=작품 스틸컷

야전교범을 의미하는 ‘Filed Manual’의 준말 ‘FM’은 일상에서 ‘원칙을 지나치게 잘 지키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다. 보통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통용된다. 사람들은 FM의 융통성 없는 행동을 답답하게 여긴다. ‘바르게 살자’라는 단어는 학급 교훈이나 가훈 액자에나 걸려 있을 법한 원론적인 말이다.

‘이웃을 사랑하나’나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처럼,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따르기는 어려운 이상향인 것이다. 어떤 이들은 쉬운 길이 눈앞에 있는데 정도(正道)를 걷기 위해 사서 고생하는 FM을 내심 비웃기도 하고, 어처구니없어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원칙을 따르는 것이 과연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논란을 제쳐두고, FM과 AM(융통성 있는 사람을 의미함. 동음이의어인 라디오의 FM의 반대항으로 AM을 사용)의 다툼은 상황에 휘말리지 않은 제 3자에겐 일반적으로 꽤 우스운 활극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복합적인 현실에서 글뿐인 원칙을 꽉 막히게 따르려는 FM의 우직함도, 그렇다고 원칙을 따르지 말라고 주장하는 AM의 무책임함도 쉽사리 어느 한쪽의 손을 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영화 ‘바르게 살자’는 우직한 FM 말단 경찰과 AM 경찰서장의 좌충우돌 대결을 그린다. 작품은 누가 옳다 선택하기보다는 그저 FM과 AM의 다툼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내며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사진=작품 스틸컷

영화 ‘바르게 살자'(2007)는 일본영화 ‘노는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1991) 리메이크작이다. 라희찬 감독의 데뷔작으로 배우 정재영, 손병호, 이영은, 고창석 등이 출연했다.

주인공 정도만(정재영 분)은 좋은 머리에 건강한 육체를 가진 올곧은 경찰이다. 영화 초반, 정도만은 새로 부임해 온 서장 이승우(손병호 분)의 차를 붙잡고 신호위반 딱지를 뗀다. “나 경찰서장이야”라는 말에 꾸벅 고개는 숙이지만 면허증을 달라는 태도에는 거리낌이 없다. 정재영의 시종일관 변함없는 얼굴은 영화 내내 관객을 웃음 짓게 하는 중요 포인트 중 하나다.

연이어 일어나는 은행 강도 사건으로 민심이 흉흉한 삼포시에 부임하게 된 경찰서장 이승우는 유례없는 은행 강도 모의훈련을 계획한다. 은행 강도 역으로는 부임 날부터 서장에게 찍히고 만 정도만이 낙점된다. 이승우의 완벽했던 계획에 따르면, 은행 강도로 위장하고 동네 신용금고에 진입한 정 순경은 적당한 선에서 진압되며 경찰의 위상을 세워줘야 했다. 그러나 정도만 순경이 누구인가. 부임 첫날 경찰 서장의 딱지를 떼는 위업을 이룬 정도만은 물론 모의훈련도 허투루 대하지 않는다.

정도만은 여러 자료를 꼼꼼히 조사해 완벽한 강도가 된다. 모의훈련이라는 것을 알고 연극에 참가하게 된 사람들은 대충 훈련이 끝나기만을 기다리지만, 성실한 정 순경은 사람들을 설득하며 경찰들에게서 멋지게 신용금고를 사수한다. 붙잡힌 인질들의 몸에는 포박이라는 팻말이, 진입에 실패한 경찰들의 몸에는 ‘사망’이라는 팻말이 걸린다. 모범적인 강도 정도만은 경찰에게 호락호락 항복할 생각이 없다.

정도만의 열연에 점점 동화된 인질들은 상황극’에 적극 합류한다. 적극적으로 정도만을 돕는 인질들의 행동이 ‘스톡홀름 신드롬(인질이 인질범들에게 동화되어 그들에게 동조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범죄 심리학 용어)’를 떠올리게도 한다. 정도만의 훈련에 어찌나 모범적인 자세로 임하는지, 모의훈련은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영화 <바르게 살자> 스틸 이미지

정도만에게는 물론이고 이제 다른 경찰들에게도 이 사태는 더 이상 훈련이 아니다. 경찰특공대까지 투입되는 데다가, TV로 전국에 생중계되기까지 한다. 강도 정도만과 협상하기 위해 협상전문가가 그의 어머니를 데려오기도 한다. 정도만의 어머니(이용이 분)는 “도만아, 인감 어디 뒀냐? 내일 아침에 동사무소에 가야 하는디”라고 외치며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의 웃음 코드는 바로 이곳에 있다. 모의훈련 상황에서 진땀을 흘리며 경찰들을 막아내려 애쓰는 동시에 일일 강도 정도만과, 함께 일하는 동료를 기를 쓰고 끌어내야만 하는 경찰들의 줄다리기. 그리고 매스컴을 빌려 출세욕을 채우고자 껍데기뿐인 모의훈련을 기획한 서장에게 날벼락처럼 다가온 FM 교통순경의 해프닝을 지켜보다 보면 폭소가 터진다.

모의 훈련이기 때문에 누구도 다치지 않으니 편한 마음으로 웃는다 해도 마음에 거리낄 것이 없다는 것도 영화의 장점이다. 영화는 이 기묘한 상황에 휘말린 이들에게 따듯한 시선을 던지며 소소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가벼운 마음으로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찾고 있다면 오늘은 코미디 영화 ‘바르게 살자’를 선택해 보는 것은 어떨까? 티빙과 왓챠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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