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된다,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리뷰]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리뷰 초저퀄리티 B급 영화, 진실의 대반전

사진=작품 스틸컷

‘좀비물’은 단순한 호러나 액션을 떠나서 독자적인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특별한 장르다. 부두교 전설에서 유래한 ‘좀비’는 살아있는 시신을 의미한다. 영화사에 처음 좀비가 등장한 건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이며, 이후 잭 스나이더 감독의 ‘새벽의 저주(2004)’,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2002)’등 여러 영화를 거치며 좀비물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좀비물의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콘텐츠 중 하나로 꼽히는 ‘워킹데드’는 시즌 12까지 촬영을 진행할 정도로 전세계적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도 ‘K-좀비’의 시작을 알린 ‘부산행’부터 ‘킹덤’, 최근 인기몰이한 ‘지금 우리 학교는’까지, 좀비물 작품의 변주는 끝이 없을 듯하다.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カメラを止めるな!)는 범람하는 좀비물에 지쳐가는 이들에게 새로운 웃음을 가져다줄 호러코미디 영화다.

2017년 일본에서 제작된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저예산 호러코미디 영화로, 처음 일본의 2개 극장에서만 상영하며 조촐한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이후 입소문을 타고 전국 300개 이상 극장으로 확대 상영되며 2018년 일본 자국 영화 흥행 7위, 외화를 합친 전체 흥행에서도 15위라는 놀라운 기록를 세우며 10만 관객 달성에 성공했다. 이후 2019년에는 속편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스핀오프 : 할리우드 대작전’이 제작되어 인기를 증명하기도 했다.

사진=작품 스틸컷

한국에서는 2018년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상영돼 아시아상을 수상했으며 팬들의 입소문을 타고 화제를 모았다. 2018년 8월 23일 국내 개봉했다. ‘주식회사 스페셜엑터스’를 제작한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공포 코미디 장르 영화다. 배우 하마츠 타카유키, 아키야마 유즈키, 나가야 카즈아키, 슈하마 하루미, 마오 등이 출연했다.

저예산 좀비 영화를 찍고 있던 촬영장에 갑자기 진짜 좀비가 출몰한다. 좀비의 등장으로 아수라장이 되는 촬영장을 찍은 첫 번째 씬은 37분 내내 끊기지 않고 원 테이크로 진행된다.  촬영 내내 동안 복잡한 동선은 끊어지지 않는다. 거친 화면의 색감과 어색한 배우들의 연기와 조악한 좀비 분장은 B급 정서 중에서도 하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팬이라면, 이쯤에서 다들 입을 모아 외칠 것이다. “영화를 멈추면 안 돼!”라고. 그리고 한마디 더해서, “다른 정보를 찾아보지 말고 영화를 보라”고, 간곡히 덧붙일 수도 있겠다. 37분만 견디면 극한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입이 떡 벌어지는 ‘저퀄리티’를 뽐낸 초반의 37분은 사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영화 속의 영화, ‘원 컷 오브 데드’다. “빠르고 싸고 퀄리티는 그럭저럭”을 캐치프레이즈로 삼고 B급 재연 연상을 전문적으로 찍어 온 감독 타카유키에게 방송사가 특별한 제안을 한다. 생방송 원 컷 좀비 프로그램을 제작해달라는 것.

타카유키는 망설이지만, 딸 마오가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한다는 말에 작품을 맡기로 한다. 타카유키의 딸 마오는 열정적인 감독 지망생으로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다. 그러나 촬영의 진행은 수월하지 않다. 우선 분장에도 손이 많이 가고, 역동적인 구도로 찍어야 하는 ‘좀비물’을 ‘원 컷 촬영’으로, 그것도 ‘생중계’로 진행하라는 클라이언트의 요구부터 난감하다. 그런 와중에 청순가련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주연 배우는 대본 수정을 요구하고, 자의식으로 가득 찬 다른 배우는 감독의 디렉팅을 거부한다.

사진=작품 스틸컷

이어 촬영 당일 분장사와 감독역을 맡은 배우들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감독인 타카유키가 직점 감독 역할로 출연하고, 그의 아내 하루미가 분장사 역을 맡기도 한다. 배우들의 알코올 중독, 스트레스성 장염, 불륜…촬영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끝도 없이 나타나 ‘원 컷 오브 데드’의 완성을 방해한다.

난감하기 짝이 없지만 찍어야 하는 작품은 생방송. 카메라를 멈출 수는 없다. 일단 촬영에 들어가고 나자, 감독과 스텝, 배우들은 힘을 합쳐 위기를 막아낸다.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는 문제들이 연신 관객의 폭소를 자아낸다.

이제 관객들은 초반 영화의 어설픈 완성도의 이유를 알 수 있다. 왜 그곳에서 뜬금없는 대사가 튀어나왔는지, 갑작스럽게 화면이 돌아간 이유는 무엇인지…영화는 차근차근 ‘원 컷 오브 데드’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는다. 생중계로 돌아가는 촬영 현장이 워낙 긴박하다 보니, 이미 영화가 무사히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긴장감에 절로 몸이 들썩인다.

마침내 촬영이 종료된 후에는 내가 촬영에 함께하기라도 한 듯이 뿌듯함까지 느껴진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에는 전체적으로 영화를 향한 사랑이 흠뻑 묻어있다. 영화 속 이야기는 가상이고 웃음을 위해 만들어진 상황이지만, 실제 촬영장의 돌발상황은 영화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 짐작한다.

사진=작품 스틸컷

영화 속 인물들은 오직 ‘영화를 완성 시키겠다’는 일념으로 구슬땀을 흘려가며 촬영을 마친다. 수작이라거나 명작이라는 이름이 붙지 못한다 해도, 틀림없는 ‘영화’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영화 촬영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다.

삶은 영화 촬영장과 같이 끝없는 돌발상황의 연속이다. 카메라를 멈추고 촬영을 중단하고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찾아오겠지만, 인생은 항상 ‘생방송’이다. 카메라는 멈출 수 없다. 결국 우리는 영화 속 스태프들처럼 최선을 다해, 어설프게라도 문제를 막아내며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정신없이 휘몰아치다 보면 언젠가 우리 손에는 완성된 각각의 ‘원 컷 오브 데드’가 들려있게 될 것이다.

그게 A급 영화가 아니라 ‘B급 코미디’라도 좋다. 뭔가를 완성해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대성공이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이처럼 웃음과 스릴, 그리고 동시에 감동까지 전해주는 웰메이드 B급 영화다. 기발한 상상력의 신선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오랜만에 즐겁게 웃음을 터뜨리고 싶다면 오늘은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넷플릭스, 시즌(seezn)에서 시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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