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가르친다는 것,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리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 Society)’ 리뷰 “오, 캡틴, 마이 캡틴!” 억압된 정신에서 벗어나길 진정한 교육의 의미와 참된 스승의 정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추천이 필요없는 명작이다. 강렬한 이름만큼이나 인상적인 내용으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다.
영화 속 ‘키팅 선생님’은 아직까지도 미디어 속 대표적인 ‘참스승’의 이미지로 회자되고 있다. 보수적인 교육계에서 아이들에게 권위에 대항하고 주체성을 기르는 법을 가르치는 키팅 선생의 열정적인 수업은 입시 위주의 교육관에 매몰된 세계 여러 나라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1989년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1990년 국내 개봉했다. 관객들의 호평에 힘입어 2016년 8월 17일과 2021년 4월 1일 재개봉한 바 있다. ‘그린 카드’, ‘트루먼 쇼’ 등 유명 영화를 제작한 피터 위어 감독의 드라마 장르 영화다.
출연진으로는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으로 참여했으며, 로버트 숀 레오나드, 에단 호크, 조쉬 찰스, 게일 핸슨, 딜란 커스먼, 알레론 루지에로, 제임스 워터스톤, 알렉산드라 파워스, 노먼 로이드, 커트우드 스미스, 조지 마틴, 레온 포낼 등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의 사립 명문고등학교 웰튼 아카데미다. 웰튼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아이비리그에 가기 위해 오직 입시만을 바라보며 억압된 삶을 살아간다. 어느날 웰튼 아카데미에 새로운 영어 교사 ‘키팅(로빈 윌리엄스)’이 부임해 온다. 그는 학생들에게 자신을 평범하게 ‘키팅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좋지만, ‘캡틴(captain)’이라고 불러도 좋다며 월트 휘트먼의 시 ‘오, 캡틴, 마이 캡틴!(Oh, captain, my captain)’을 인용하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학생들에게 사물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려면 시선을 바꿔봐야 한다며 책상 위에 올라가기도 하고, 시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읽는 것이라 가르치며 교과서를 찢으라 교육하기도 한다. 독특한 ‘걷기 수업’을 통해 사회 속의 인간이 얼마나 관습에 순응하기 쉬운 존재인지를 가르치며 “자신만의 보폭과 속도로 걸어라”라는 조언을 한다. 이때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의 한 구절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를 인용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새로운 교육 방식에 충격 받지만, 곧 시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고 현재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키팅은 “할 수 있을 때 장미 봉오리를 모으라”는 로버트 헤릭의 시를 인용하며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외친다.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의미의 라틴어다.
오직 미래의 성공을 위해 ‘오늘’을 포기하고 살아가던 학생들은 주체적인 삶을 되찾고자 노력한다. 그들은 키팅 선생이 학창 시절 만들었다는 소모임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이름을 따온 모임을 조직한다. 그러나 자유에 대한 가르침은 마냥 행복하게 끝나지 않는다. 권위주의적 사회는 학생들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진정을 원하는 것이 연기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닐(로버트 숀 레오나드)은 끝끝내 부모님의 압박 속에서 자유를 찾지 못하고 창밖으로 몸을 던진다.
학교 측과 학부모들은 일의 원흉으로 키팅 선생을 지목한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거짓 된 성명서에 서명을 하도록 강요하고, 키팅 선생을 내쫓기로 결의한다. 이때 키팅이 오기 전 소심한 학생이었던 토드(에단 호크)가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그는 서명을 거부하고, 키팅이 떠날 때 책상 위로 뛰어올라 외친다.
“오, 캡틴, 마이 캡틴!(Oh, captain, My Captain!)”
그리고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토드와 함께 책상 위에 올라 키팅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가장 명장면이라며 손 꼽히는 부분이다. 마침내 권위에 반항하고 자신의 걸음을 걸을 수 있게 된 학생들이 자신들이 인정한 교사에게 바치는 찬사에 관객들의 마음까지 벅차오른다.
한 반에 수십 명을 몰아넣고 가르치는 단체 교육에서 학생들 개개인에게 각자의 길을 걸으라 가르치는 것은 쉽지 않다. 획일화 된 지식이 아닌, 가슴을 울리는 예술을 이해하게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입시 교육이 너무도 깊이 스며든 학벌주의 사회에서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외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고 눈물을 흘린 이들도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키팅 선생’을 마주할 경우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높다.
참된 교육이 지향하는 것이 사회의 톱니바퀴를 키워내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독립된 자유인을 키워내는 것이라면, 우리는 키팅 선생처럼 학생들에게 현재를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있는 시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책상에 올라가듯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영화 속 키팅 선생은 이런 말을 한다.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해. 하지만 시와 미, 사랑, 낭만은 삶의 목적인 거야.” 아직까지도 세상은 ‘죽은 시인의 사회’다.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사라진 낭만이 돌아올 길은 요원해 보인다. 그리운 키팅 선생님은 디즈니+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