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통한 아날로그의 낭만, 영화 ‘시월애’ [리뷰]
영화 ‘시월애(時越愛)’ 리뷰 가슴 깊숙한 곳 자극, 감성적 로맨스 영화 ‘오징어게임’ 이정재의 반가운 과거
실시간 소통의 시대 카카오톡, 라인, DM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단문의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한 시간 안에도 수백 개씩 메시지가 오간다.
편리한 시대지만, 아날로그 시대를 떠올리면 ‘불편함’은 하나의 감성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아직까지도 특별한 날에는 메일이나 SNS 메시지보다는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담은 종이 편지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편지는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답장이 오기 전까지는 편지가 도달했는지 아닌지 알 수 없다 보니 로맨스 영화에서 소통의 오류나 지연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위해 주로 사용된다.
50년이 지난 러브레터의 주인을 찾아 떠나는 ‘레터스 투 줄리엣(2010)’, 죽은 연인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에게 편지가 전달되는 ‘러브레터(1995)’ 등이 그 예다. 두 영화에서 편지는 ‘과거를 추억’하는 소재로 활용된다. 어떻게 보면 시간을 뛰어넘는 소재로 활용되는 셈이다.
영화 ‘시월애’에는 다른 영화들과 다른 독특한 점이 있다. 편지를 활용한 소통이라는 점은 같지만, 영화에서는 한 가지 판타지스러운 설정이 활약한다. 바로 과거와 미래를 잇는 우체통이 존재한다는 것. 독특한 설정과 아날로그적 감성을 활용한 애수적 분위기로 많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할리우드에서 ‘레이크 하우스(The Lake House)’라는 이름의 작품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배우 이정재, 전지현 주연의 ‘시월애’(2000)은 ‘그대 안의 블루’, ‘푸른소금’ 등의 영화를 제작한 이현승 감독의 작품이다. 제목 ‘시월애’는 ‘시간을 뛰어넘는 사랑’이란 의미다.
영화는 바닷가 옆의 주택 ‘일 마레(이태리어로 바다를 의미한다)’에서 생활하던 은주(전지현)이 이사를 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녀는 우편함에 새로 이사 올 사람에게 편지를 남긴다. 중요한 편지를 기다리고 있으니, 자신의 앞으로 편지가 오거든 꼭 이사 간 주소로 전달해달라는 내용이다. 이후 일 마레에 이사 온 성현(이정재)가 그 편지를 읽지만, 그는 누군가 장난이나 실수로 우편함에 편지를 넣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 마레는 신축 주택이고, 성현이 건물의 첫 번째 입주자이기 때문. 그러나 자신이 일 마레라는 명패를 달기도 전에 주택의 이름을 알고 있는데다가, 편지 말미에 미래의 날짜를 쓴 상대가 미심쩍어진 성현은 편지에 답을 보내게 된다. 답장을 받은 은주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편지에 적힌 날짜가 2년 전이기 때문. 그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2년 전의 날씨를 적어 보낸다.
“1998년 1월엔 눈이 많이 왔어요. 감기 조심하세요.” 은주의 편지대로 폭설이 내리고, 성현은 감기에 걸린다. 두 사람은 여러 가지 정황을 통해 자신들의 미래와 과거를 거쳐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성현은 은주에게 점점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은주는 여전히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고 있는데다가, 두 사람의 사이에는 2년의 시간 차이가 있다. 성현은 자신을 모르는 은주는 찾아갈 수 있지만, 성현을 알고 있는 은주를 만나려면 2년의 기다림을 견뎌야 한다.
소통할 수는 있지만 만날 수는 없는 시간의 단절이 사랑의 애틋함을 키운다. 아름다운 화면과 OST, 그리고 이정재와 전지현 두 명배우의 감정 연기가 영화에 감성을 더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은주가 성현이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려다 목숨을 잃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으로,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성현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은주는 다급하게 편지를 쓰지만, 편지의 특성상 은주도 관객들도 그 편지가 제때 성현에게 도달했는지를 알 수 없다. 애절한 긴장감이 짙어지면서 영화 ‘시월애’는 멜로 장르로서의 특성을 한껏 발휘하게 된다.
감성적인 로맨스 영화를 찾고 있다면 오늘은 영화 ‘시월애’를 보며 두 사람의 사랑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전세계적 인기를 끌어냈으며 최근에는 감독 데뷔작 ‘헌트’로 칸 영화제에 초청된 배우 겸 감독 이정재의 과거 모습을 되돌아보는 재미도 상당할 것이다.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에서 시청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