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의 쉼표 같은 피난처, 영화 ‘리틀 포레스트’ [리뷰]
영화 ‘리틀 포레스트’ 리뷰 임순례 감독 작품, 김태리-류준열 등 출연 쉼의 미학, 힐링 작품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속설이 있다. 한 해가 지날수록 신경 쓸 일이 하나씩 늘어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는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복적이고 바쁜 일상을 버티며 살아간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 쳇바퀴 굴리듯 ‘월급날’만 기다리며 살고 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현대인의 삶은 마치 빽빽한 일정표처럼 느껴진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취직하고 은퇴하는 순간까지의 단계를 마치 정형화된 것처럼 밟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한 순간이라도 뒤쳐지면 영영 따라잡지 못할 듯 재우치는 사회적 분위기에 휴식 시간도 갖지 못하고 달리는 이들이 다수다.
워라밸(WORK, LIFE, BALANCE), 욜로(YOLO)를 부르짖어도 현대인들은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이다. ‘뒤처진다’는 감각은 대부분의 현대인이 공유하는 공포지만, 개중에도 유독 이런 표현이 와닿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삶을 바쁘게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휴식 또한 일이나 공부 못지 않게 인생에서 중요한 요소다. 현대인들에게 단비 같은 휴식을 선물할 수 있는 힐링 영화 ‘리틀 포레스트.’
‘리틀 포레스트'(2018)은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남쪽으로 튀어’ 등의 유명 영화를 제작한 임순례 감독의 작품이다. 배우 김태리, 류준열, 문소리, 진기주 등이 출연했다.
주인공 혜원(김태리 분)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20대 청년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혜원은 시험, 연애, 취업까지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에 지쳐간다. 함께 시험을 준비하던 남자친구는 합격하고 혜원은 불합격을 받은 겨울, 그녀는 잠시 도시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다. 고향 집에 도착한 혜원은 바쁜 도시 생활을 보상하듯 직접 구한 식재료로 음식을 차려 느긋한 식사를 즐긴다.
돌아온 혜원은 그곳에서 고향 친구인 은숙(진기주 분)과 재하(류준열 분)를 만난다. 혜원은 며칠 후면 서울로 올라갈 거라고 습관처럼 말하지만, 이듬해 봄까지 고향 집에 남는다. 작물을 구입해 와 농사를 시작하기도 한다. 혜원은 결국 다음 겨울까지, 고향 시골 마을에서 사계절을 보낸다. 작물이 자라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혜원은 집도 수리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 시간을 차분히 흘려보낸다.
아름답고 정겨운 시골 풍경과, 혜원 본인이 먹기 위해 차린 정갈한 음식들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다. 그녀가 자기 자신을 위해 요리한 정성스러운 음식들을 보면 감상하는 이까지 마음이 따뜻해진다. 혼자 먹는 식사를 위해 정성을 쏟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핸드폰 화면을 몇 번 두드리기만 해도 곧 집 앞에 음식이 도착해 있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삶에서 음식은 고작 ‘끼니를 때우는 연료’로만 기능하지 않는다. 한끼라도 제대로 차려먹는 것, 나 혼자 먹는 음식에도 정성을 다하는 것은 사소해 보이지만 나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휴식도 그렇다. ‘쉼’은 의미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잘 차린 식사 한끼와 같이 삶을 지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혜원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작은 숲, ‘리틀 포레스트’는 그녀의 고향이었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각자의 다양한 리틀 포레스트가 존재할 것이다. 바쁜 삶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것은 초조하고 불안한 일이겠지만 우리에겐 도망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리틀 포레스트’, 인생의 쉼표가 필요하다.
‘리틀 포레스트’는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둔 영화로, 앞서 일본에서 2부작 영화로 제작되어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의 풍경이 각 국가별 차이점이 특히 선명히 드러나는 농촌인 만큼, 한국의 관객들에게는 익숙한 한국 시골의 풍경이 더욱 정겹게 다가올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 이치코(하시모토 아이)의 이야기에만 집중한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달리 한국의 ‘리틀 포레스트’는 혜원의 인간관계에도 조명을 비춰 더욱 풍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런 차이점이 이미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감상한 사람들도 새로운 마음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바쁜 일상에 지쳐가고 있다면, 오늘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감상하며 잠시나마 느긋한 휴식 시간을 보내 보는 것은 어떨까?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에서 시청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