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식 축산업의 민낯을 논하다, 영화 ‘옥자’ [리뷰]

영화 ‘옥자(Okja)’ 리뷰 봉준호 감독의 고발형 영화

사진=넷플릭스

식품의 원산지가 생활권에서 멀어지면서, 현대 사회의 소비자가 자신의 눈앞에 놓인 식품의 원래 모습을 아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마트에서 무화과를 사 먹으면서도 그 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키위가 나무에서 열리는지 덩굴에서 열리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깔끔하게 포장된 정육을 보고 그 생명의 본래 모습을 떠올리기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물론 닭이나 소의 생김새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먹음직스럽고 붉은 고기를 앞에 두고 그 원형을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다.

아직도 사람들은 ‘돼지 멱따는 소리’라는 관용구를 사용하지만, 대부분의 젊은 세대는 돼지의 멱을 따는 소리를 실제로 들은 일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도축에서 멀어졌고, 발전하는 자본주의 아래 도축은 공장형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사람들은 생명이 죽는 모습을 보지 않고도 편리하게 고기를 섭취할 수 있다. 새벽배송으로 집 앞에 신선한 고기가 놓이고, 레스토랑에 가면 맛있게 익힌 스테이크가 눈앞에 놓인다.

우리나라에서만 1년에 1800만 마리의 돼지가, 4억3000만 마리의 닭이 도축된다. 워낙 어마어마한 숫자다 보니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오늘 소개할 ‘옥자’는 이런 공장식 도축 산업 아래 학살당하는 동물들에 대해 한 차례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영화다.

사진=작품 스틸컷

‘옥자’는 2017년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로 2017년 6월 29일 개봉했으며,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와 스크린을 통해 동시 개봉하는 당시로서는 파격적 행보로 인해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기생충’ 등의 유명 영화를 제작한 봉준호 감독의 모험 액션 드라마 장르 영화다.

배우 틸다 스윈튼, 폴 다노, 안서현이 주연으로 참여했다. 그 외 변희봉, 스티븐 연, 릴리 콜린스, 윤제문, 셜리 헨더슨, 다니엘 헨셜, 데본 보스틱, 최우식,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제이크 질렌할, 이정은, 최의서, 장지웅, 박기선, 윤경호, 조완기, 한이진, 곽진선 등이 조연으로 활약했다. 네이버 관람객 평점은 8.77점(평가자 1만 1,019명), 네티즌 평점은 8.46점(평가자 1만 8,524명)이며 영화 평점 사이트 왓챠피디아에서는 5점 만점에 3.6점(평가자 15만명)을 기록했다.

다국적 대기업인 미란도 그룹은 홍보 및 그룹 이미지 개선을 목표로 ‘슈퍼 돼지 프로젝트’를 개최한다. 26마리의 슈퍼 돼지가 각국의 축산 농민에게 보내지고, 그중 한 마리가 강원도 산골 마을의 노인 희봉의 손에서 키워진다. 바로 영화의 주인공인 ‘옥자’다. 옥자는 희봉의 손녀 ‘미자’와 함께 교류하며 성장한다. 마침내 프로젝트가 종료되자 미란도 그룹은 26마리의 슈퍼 돼지를 조사해 가장 완벽한 돼지를 선발한다. 그리고 미자의 친구 옥자가 그 ‘영광의 자리’에 오른다. 옥자는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으로 수송되고, 미자는 옥자가 식용으로 사용될 거라는 말을 듣고 옥자를 구출하기 위해 도시로 향한다. 미자는 이 과정에서 옥자를 금전적 이득을 가져 올 ‘상품’으로 대하는 미란도 그룹과, 옥자를 신념을 이룰 ‘생명체’로 대하는 비밀 동물 보호 단체 ALF의 다툼에 휘말린다.

사진=작품 스틸컷

영화는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란도 그룹에 비해 동물 보호 단체 ALF에게 온정적 시선을 던지고 있긴 하지만, 두 세력은 모두 옥자를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자와 대립된다. 미자에게 옥자는 단순한 짐승이 아닌 가족이다.

영화’ 옥자’는 고기 샘플을 추출 당하는 모습이나 강제 교미 장면 등, 실제 대규모 공장형 축산 시스템의 잔혹성을 고발한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를 준비하면서 미국 콜로라도에 있는 거대한 도살장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하루에 소 5000마리를 도살한다. 옥자 후반부를 보고 무섭고 충격적이라는 분이 있지만, 실제 본 것은 영화보다 스무 배나 서른 배 끔찍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많은 이들이 동물을 사랑하지만 그 이면을 마주하는 데 불편해한다. 경계를 허물고 싶어 미자와 옥자 앞을 가로막는 장애의 정점에 도살장을 배치했다. 사랑하는 존재가 아우슈비츠 수용소나 다름없는 곳으로 끌려가는 장면을 통해 관객을 불편하게 하고 싶었다”고 장면의 의도를 전했다. 그는 도살장을 방문한 후 한동안 채식을 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봉 감독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본 후 육식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채식주의자의 길을 걷게 된 사람들도 있지만 봉준호 감독은 “육식에 대한 죄의식을 심어 주기 위해 찍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육식과 채식은 개인의 선택”이라며 “동물도 육식동물이 있지 않나, 인간은 잡식동물이다. 그게 죄악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에서 주인공인 미자는 영화 내에서 매운탕을 끓여 먹는다. 그리고 미자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역시 고기가 들어간 음식, 닭백숙이다.

사진=작품 스틸컷

ALF는 결국 옥자에게 설치한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영상으로 미란도 기업의 실체를 고발하고, 미자는 금돼지를 내고 가족인 옥자를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미자가 추구하던 목적이 달성되었음에도 영화를 해피엔딩이라 단정 짓기는 어렵다.

ALF의 폭로에 외적으로나마 윤리를 외치던 루시가 CEO자리에서 물러나고, 그의 쌍둥이 언니이자 무자비한 자본주의자인 낸시가 대표의 자리에 오른다. 그녀는 소비자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공장을 최대한 가동해 돼지고기 생산량을 늘리라고 지시하며 이렇게 말한다.

“가격이 싸면 사람들은 먹어. 초반 매출이 아주 좋을 거야. 내가 장담하지.”

옥자를 구해낸 미자는 돌아가는 길에 옥자와 같은 슈퍼돼지들이 갇힌 우리 옆을 지난다. 슈퍼돼지 한 마리가 자신의 새끼를 철조망 틈새로 밀어내고, 미자는 아기 돼지를 숨긴 채로 공장을 떠난다. 옥자와 아기 돼지는 이제 도축의 위협에서 벗어났지만, 수천수만 마리의 돼지가 도축당할 것이라는 걸 아는 미자와 관객의 마음은 이전과 같을 수 없다.

옥자는 이처럼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즐겨 먹는 ‘고기’의 근원을 들여다볼 것을 요구한다. 육식도 채식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선택일 뿐이지만, 그것이 잔혹한 대량학살의 산물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봉 감독은 영화 ‘옥자’의 제작 의도에 대해 “자본주의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결국 사업은 ‘돈’이다. ‘값 싼 고기’는 분명 사람들의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 있는 선택지다. 그러나 여력이 된다면, 그리고 다른 좋은 선택지가 있다면 가끔 다른 소비를 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비건 인구가 증가하면서 대기업에서도 앞다퉈 비건 상품이 출시되고 있고, 유행의 흐름을 타 국내에도 비건 식당이 하나 둘 들어서고 있다. 자본주의의 폐해를 완화하기 위해 자본의 힘을 이용해야 한다니 모순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금돼지’ 하나가 한 마리의 ‘옥자’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물론 영화를 보고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판단에 달렸지만, 생각할 기회를 준다는 것 만으로도 ‘옥자’를 감상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평소 육식을 즐긴다면, 혹은 육식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면 오늘은 영화 ‘옥자’를 보며 현대 사회의 공장형 도축 산업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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