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틴 코미디를 사랑했던 모든 어른들에게, 영화 ‘시니어 이어’[리뷰]

영화 ‘시니어 이어’ 리뷰 향수 느껴지는 하이틴 코미디물 시청은 넷플릭스에서

사진=넷플릭스

‘시니어 이어’는 ‘하이틴 코미디’ 영화다. 하이틴 코미디는 주로 청소년, 그 중에서도 고등학생들의 생활상을 다루는 장르로 2000년대 초 큰 인기를 끌었다.

하이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하이틴 코미디’라는 장르를 들었을 때 2004년의 ‘퀸카로 살아남는 법’이나 1995년의 ‘클루리스’, 2006년 ‘쉬즈 더 맨’, 2003년 ‘왓 어 걸 원츠’, 2008년 ‘와일드 차일드’, 2003년 ‘리지 맥과이어’, 2001년의 ‘프린세스 다이어리’, 2000년의 ‘브링 잇 온’ 등의 작품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제작 년도들을 보면 하이틴 영화가 유행하던 시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하이틴 코미디 장르는 대부분 예쁘거나 잘생겼지만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십대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의 짝사랑과 친구들과의 우정, 삼각관계와 청소년의 성장 등 십대 후반 겪을 수 있는 일상적 사건들을 보여주며 당시 많은 이들을 열광하게 했다.

그러나 시대가 흘러 ‘하이틴 코미디’라는 장르의 뻔한 문법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유치하다’는 평을 남긴 채 장르를 떠나기 시작하면서 하이틴의 흥행은 막을 내렸다. 이후에도 넷플릭스를 통해 ‘키싱부스’(2018),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2018) 등 하이틴 영화가 흥행하기도 했으나, 하이틴 코미디 장르 전체를 부활시키지는 못했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와 ‘키싱부스’가 요즘 십대의 삶을 세련되게 표현한 것과 달리 오늘 소개할 영화 ‘시니어 이어’는 하이틴 영화의 전성기인 2000년대 초반의 감성을 가득 담고 있다. 하이틴 장르이면서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모순적인 영화지만, 영화가 2000년대 초반 하이틴을 즐기던 ‘그때 그 시절’ 어른들의 추억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큰 흠은 아니다. 직접적으로 선정적인 장면이 등장하거나 폭력적인 묘사가 있지는 않지만, 영화 내내 수위가 높은 미국식 농담이 오간다는 점이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원인으로 보인다.

사진=작품 스틸컷

‘시니어 이어’는 2022년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로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탠츠다. 드라마 ‘오피스 시즌7’, ‘그레이스 앤 프랭키 시즌4’ 등 연출에 참여한 바 있는 알렉스 하드캐슬 감독이 제작을 맡은 코미디 영화다.

출연진으로는 레벨 윌슨이 주연으로 참여했으며, 조이 차오, 샘 리차드슨, 메리 홀랜드, 저스틴 하틀리, 크리스 파넬, 앵거리 라이스, 알리시아 실버스톤 등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네이버 네티즌 평점은 8.01점(평가자 80명)이며 영화 평점 사이트 왓챠피디아에서는 5점 만점에 2.8점(평가자 4,022명)을 기록했다.

주인공 스테파니 콘웨이는 1999년 호주에서 미국으로 이주해 온 학생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스테파니는 마침내 치어리더 단장이 되고,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남학생 블레인도 차지한다. 이제 스테파니에게 남은 목표는 졸업파티 인기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어 ‘프롬 퀸’에 오르는 것.

그러나 2002년 졸업파티를 앞두고 치어리딩 공연을 하던 중 사고를 당한 스테파니는 코마 상태에 빠지게 되고, 20년이 지나 37살이 된 몸에서 눈을 뜬다. 스테파니는 자신의 친구들이 각각 교장과 사서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그녀의 라이벌이던 티퍼니는 스테파니의 남자친구였던 블레인과 결혼해 살고 있다. 스테파니는 바뀐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고등학교로 돌아가 남은 학교생활을 마치겠다고 주장한다.

사진=작품 스틸컷

37살이 된 스테파니의 목표는 17살 시절과 동일하다. ‘프롬 퀸’을 노리는 스테파니는 학교에서 더 이상 ‘프롬 퀸’을 선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진다.

하이틴 코미디 주인공답게 엉뚱하고 매력적인 스테파니는 호주 출신인 배우 겸 스탠드업 코미디언 레벨 윌슨이 연기했다. 레벨 윌슨은 ‘피치 퍼펙트’, ‘하우 투 비 싱글; ‘어쩌다 로맨스’ 등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바 있다.

레벨 윌슨의 통통 튀는 사랑스러운 연기는 2000년대 초반 하이틴 코미디의 향수를 가득 채워 준다. 치어리더인 주인공과 라이벌의 대결, 남사친과의 미묘한 긴장감 등이 하이틴 코미디의 클리셰를 충족시킨다. 그러나 영화는 자신의 배경이 2022년이라는 사실 또한 잊지 않는다. 2000년대에 정신을 잃은 스테파니가 가장 당황스럽게 여기는 것은 20년간 이루어진 시대의 변화다.

스테파니는 스마트폰과 SNS의 발전에 놀라워한다. 하지만 기술적인 발전에 적응하는 것은 인기를 얻고 싶은 스테파니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테파니를 가장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20년 사이 무섭게 달려나간 사회의 윤리의식이다. ‘게이’나 ‘장애인’을 비하 용어로 쓰면 안 된다는 말에 스테파니는 웃음을 터뜨리고, 성적 대상화를 피하기 위해 체육복 바지를 입은 치어리더 단원들 앞에서는 망연자실한다.

사진=작품 스틸컷

스테파니는 영화의 결말에서 자신이 인기를 좇다 놓치고 있던 소중한 것들에 대해 깨닫게 된다. 전형적인 하이틴 코미디식 교훈이지만, 영화는 스테파니가 20년간 코마 상태에 있다 깨어난 인물이라는 점을 활용해 한 가지 메시지를 더 전달한다.

2000년대에 추억을 만든 어른들에게 2022년을 살아가는 십대, 이른바 ‘요즘 애들’은 영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것 같고, 모든 것에 ‘혐오’ 딱지가 붙은 세상은 각박하기만 하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과 SNS만 들여다보고 있는 건 시간낭비 같고 한심하다. 그러나 ‘시니어 이어’는 바로 이 어른들의 시점에서 십대를 향해 이해심과 존경심이 어린 시선을 던진다. 시대는 변했다. SNS는 새로운 소통 방식일 뿐이고, 변화된 윤리 의식 덕분에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영화는 십대의 긍정적인 변화를 향해 호의적인 시선을 던지며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려 노력한다.

‘시니어 이어’는 사실 짜임새 좋은 명작이라 하기 어렵다. 20년 만에 코마 상태에서 깨어난 스테파니는 씩씩하게 병원 복도를 걸어 다니고, 친구를 추락시킨 라이벌 티퍼니는 아무런 벌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비현실적 전개도 하이틴 코미디 물의 장르적 특성이라고 생각하면 눈 감아줄 만 하다.

과거의 하이틴 코미디를 사랑한다면, 혹은 배우 레벨 윌슨의 코미디 연기를 좋아한다면 오늘은 넷플릭스에서 영화 ‘시니어 이어’를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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