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영화로 만나는 생생한 인도 신화, ‘바후발리: 폭풍의 신’ [리뷰]

인도 영화 ‘바후발리: 폭풍의 신’리뷰 500억원 투입된 블록버스터 어디서 볼까? 넷플릭스

사진=작품 포스터

인도는 미국에 맞먹는 글로벌 영화 생산국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 영화 랭킹 등에서 인도 영화의 이름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지만, 문화적인 차이 탓인지 우리 나라에서는 대부분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내 이름은 칸’, ‘세 얼간이’, ‘슬럼독 밀리어네어’ 등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국내 관객들의 기억에 발자취를 남기기도 했으나, 그래봐야 열 손가락을 채우지 못할 것이다. 최근 OTT 시장의 발전으로 국가간 콘텐츠 장벽이 허물어지며 국내 넷플릭스 순위권 안에 ‘강구바이 카티아와디: 마피아 퀸’ 등 인도 영화가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물론 대부분 힌디어 사용권에서 제작된 ‘발리우드’ 영화다. 국내에서는 인도 영화 전체를 ‘발리우드’로 묶어 분류하지만, 사실 인도 영화는 사용 언어와 제작 지역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우선 가장 유명한 발리우드는 뭄바이 지역을 중심으로 제작된 힌디어 영화를 일컫는다.

그리고 텔루구어 사용 지역에서 제작된 톨리우드 영화, 타밀어 사용 지역에서 제작된 콜리우드 영화 등이 대표적이며, 그 밖에도 여러 영화단지가 존재한다. 힌디어와 영어 외 무려 14개의 공용어가 사용되는 인도의 특성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한 국가 내에서 여러 언어가 공존하다 보니 더빙도 활발하고, 영화가 개봉할 때부터 각 지역의 언어로 더빙되어 공급된다.

인도의 대표적 영화단지로 꼽히는 발리우드 영화의 경우 최근 할리우드를 따라 맛살라(인도어로 향신료를 뜻하는 단어로 춤과 노래가 섞인 인도 영화의 특징을 의미함) 스타일을 지양하는 추세다. 그러나 톨리우드, 콜리우드 등 로컬 영화단지의 경우 아직까지도 인도 영화 특유의 스타일을 분명하게 유지하고 있다.

사진=작품 포스터

영화 ‘바후발리: 폭풍의 신’은 텔루구 지역에서 제작된 대표적인 톨리우드 영화다. ‘바후발리: 폭풍의 신’은 ‘바후발리: 더 비기닝’의 후속작으로 2부작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2017년 인도에서 제작되었으며 국내 극장에서는 개봉하지 않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RRR’, ‘나는 파리다’, ‘마가다라’ 등의 영화를 제작한 S.S.라자물리 감독의 액션 드라마 모험 장르 영화다.

전작인 ‘바후발리: 더 비기닝’과 내용상 연결되지만 보지 않아도 이해에 어려운 부분은 없다. 아쉽게도 정액제로 서비스 중인 곳은 없지만, 티빙, 네이버 시리즈온, Google Pay 무비와 씨네폭스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프라바스, 라나 닥구바티, 아누쉬카 쉐티, 타만나 바티아 등의 주연으로 참여했으며, 람야 크리슈난, 사티아라즈, 나세르 등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영화 평점 사이트 왓챠피디아에서 5점 만점에 3.5점(평가자 2,480명)을 기록했으며 IMDB 별점 8.2점(평가자 9만 3,894명), 로튼토마토 신선도지수 86%를 달성했다. 러닝타임은 167분이다.

‘바후발리’ 2부작은 아들인 주인공 시부두와 그의 아버지인 바후발리의 이야기가 액자 형태로 구성된 작품이다. 한 노부인이 갓난아이와 함께 폭포 아래로 도주한다. 병사들이 쫓아와 부상을 입은 노부인은 강물에 빠져 죽지만, 그녀의 희생으로 아이는 살아남는다. 시부두라는 이름을 얻은 아이는 폭포 아랫마을에 사는 여인 상가의 손에서 자란다.

성장한 시부두는 본능적인 이끌림에 따라 폭포를 오르고, 그곳에서 운명의 여인 아반티카를 만난다. 아반티카는 대제국 마히시마티의 폭군 발랄라데바에 맞서 전투를 벌이는 반란군의 일원으로, 시부두는 그녀를 돕던 중 자신이 마히시마티 제국의 선왕 바후발리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바후발리를 모셨던 노예 ‘카타파’를 통해 이야기의 시점은 과거로 넘어간다. 시부두의 아버지 바후발리와 그의 형 발랄라데바가 후계자 다툼을 벌이던 중 전쟁이 일어나고, 포로가 된 백성을 구한 바후발리가 황태자 자리에 오르며 영화가 끝난다.

2편의 초반부에는 시부두의 아버지 바후발리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바후발리가 어떻게 해서 발랄라데바에게 목숨을 잃었는가에 대한 내용이 나아고, 이후 시부두의 시점으로 돌아가 그가 삼촌인 발랄라데바에게 복수를 하는 모습을 그렸다. ‘바후발리’라는 이름은 자이나교의 성인 바후발리의 이름을 따온 것으로 보이지만, 영화는 시작하기에 앞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사건, 장소 등은 허구이며 실제 인물이나 사건, 장소 등과 일치하는 점은 우연의 일치입니다.’라는 문구로 영화의 내용이 허구임을 강조한다.

이는 인도 고유의 종교인 자이나교가 살생을 엄격히 금하는 종교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영화 내에서 바후발리는 영웅적 면모를 발휘하기 위해 연달아 살생을 저지른다. 바후발리라는 이름에는 ‘강한 팔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 ‘바후발리’는 자이나교의 시초 리샤하나타의 아들이다. 고대 인도의 서사시 마하바라타에 따르면 리샤나하타는 모든 것을 버리고 수행에 들어가기 전 자신의 나라를 아들 100명에게 나누어 줬는데, 이때 ‘바라타’라는 아들이 특별한 무기를 개발해 98명의 형제들에게 항복을 받아냈으나 ‘바후발리’만은 최후까지 저항했다고 한다. 영화의 폭군 발랄라데바와 바후발리의 다툼을 생각하면 영화 ‘바후발리’가 이름뿐만 아니라 서사에서도 자이나교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에서도 종교적으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찾아볼 수 있는데, 죄를 지은 악인이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카르마(미래에 선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고 하는,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 사상이나 아들 시부두와 아버지 바후발리가 1인 2역으로 똑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데서 확인할 수 있는 윤회 사상이 그 예다.

사진=작품 포스터

바후발리에서는 인도의 대표적 종교인 힌두교의 상징도 확인할 수 있는데, 우선 주인공 시부두는 대놓고 힌두교의 세 주신 가운데 하나인 시바 신의 이름을 따왔으며 그의 아버지 바후발리 또한 시바 신의 현신으로 그려진다. 시부두의 어머니 데바세나가 발랄라데바의 아들 바드라의 머리를 들고 오는 장면은 시바 신의 부인 칼리 여신의 성화를 떠올리게 한다. 칼리 여신은 쓰러진 시바 신의 위에 한 발로 서거나 춤을 추며 잘린 머리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주로 묘사된다.

영화 내에서 바후발리가 활약할 때 노래 가사에 ‘루드라’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데, 루드라 신은 폭풍의 강한 파괴력에 바탕을 둔 신으로 시바신의 원형으로 일컬어진다. 영화 내에서 폭풍 속에서 등장하는 바후발리의 모습은 루드라 신의 모습을 따온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한국어 제목에 들어간 ‘폭풍의 신’이 바로 루드라 신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이 외에도 인도 신화의 내용을 알고 있다면 알아볼 수 있을 신화 차용 장면들이 가득하다.

영화는 인도의 신화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요소로 가득 채워져 있지만, 신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해도 충분히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역대 인도 영화 최고 제작비 2위에 해당하는 약 3,900만 달러(한화 약 5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로 화려한 화면과 가공할 액션 장면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신화적 인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허무맹랑하게도 느껴질 수 있는 액션이 영화의 가장 유명한 특징으로, 사람이 야자수에 올라 투석기의 돌처럼 발사되면서 공성전을 벌이는 장면이 화제가 되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 밖에도 마차를 맨손으로 집어 던지거나 한 시위에 화살을 세 개씩 걸어 쏘는 등 얼토당토않은 액션 장면도 크게 주목받았다.

코믹하기까지 한 액션이지만 영화의 주인공이 ‘신’의 현신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영화로 만들어진 신화인만큼, 액션의 현실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인도 영화의 전형적 특징 대로 서사에 맞춰 노래가 나온다는 점도 호불호가 갈릴 특징이다. 가상의 왕국을 배경으로 한 사극인 만큼 화려한 색상의 인도 전통 의상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허무맹랑한 액션 장면에 개의치 않는다면, 그리고 새로운 영화를 찾고 있다면 오늘은 톨리우드 영화 ‘바후발리: 폭풍의 신’을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넷플릭스에서 감상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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