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내라는 SKB, 넷플릭스는 “부당하다”

SKB ‘망 사용료’ 요구에 넷플릭스 “부당하다” 첨예한 의견 충돌과 대립

사진=넷플릭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계약 여부’를 두고 2년 넘게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항소심 4차 변론에서는 ‘무정산 합의’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지급에 대한 논의가 없었기에 무정산 합의가 성립됐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SK브로드밴드는 그런 합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를 주고받지 않았단 무정산 합의는 애초부터 없었으며, 이에 따라 넷플릭스 측이 프라이빗 피어링 연결을 한 시점인 지난 2018년 5월자부터의 이용 대가를 내야 한다”는 것. 넷플릭스가 2016년 미국 시애틀의 SIX를 통해 SK브로드밴드 망에 연결한 건 퍼블릭 피어링 방식이며 2018년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프라이빗 피어링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퍼블릭 피어링이란 다자간 연결방식으로, 이때 망 사용료는 발생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양자간 연결방식인 프라이빗 피어링으로 변경될 경우 망 사용료가 발생한다. 반면 넷플릭스 측은 “퍼블릭 피어링과 프라이빗 피어링은 본질적으로 같기 때문에 프라이빗 피어링을 시작한 시기부터 돈을 내야 한다는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은 옳지 않다”라고 말했다.

‘무정산’ 합의에 대해 SK브로드밴드 측은”넷플릭스와 무정산 합의를 한 적이 없고 단지 협상을 미뤘을 뿐”이라고 밝혔다. “만약 양사가 대가 선결에 집착했다면 최종 이용자에게 엄청난 피해가 갈 것이 명확했기 때문에 일단 연결방식에 대해서만 합의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인터넷 전용회선 서비스는 상행위로서 당연히 유상이 원칙이며 양사가 명시적인 계약 체결 없이 유상의 서비스를 무제한·무기한·무조건적으로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는 것은 상행위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 그러면서 “양사 간 ‘무상 합의’는 없었으며, 넷플릭스도 양사 간 어떤 내용의 ‘무상 합의’가 있었는지 제대로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넷플릭스의 입장은?

넷플릭스 측은 입장문을 통해 “SK브로드밴드 측이 ‘망 이용 대가’를 요구하는 근거로 내놓은 침해 부당이득, 급부 부당이득, 상인의 보수청구권 등이 법리적 근거를 명확히 규명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금전을 요구하는 권리가 있으려면 타인과 합의를 했거나 법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나, SK브로드밴드는 그 어느것도 주장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서비스를 시작한 건 2016년 1월이다. 당시 한국 회원들은 자신이 가입한 ISP를 통해 넷플릭스 콘텐츠를 전송받았고, SK브로드밴드를 사용하는 넷플릭스 회원들도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당시 SK브로드밴드의 네트워크는 넷플릭스의 자체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즉 오픈커넥트와 시애틀에서 직접 연결되어 있었다.

2018년 상반기까지 약 2년 반 동안 SK브로드밴드는 고객이자 넷플릭스 회원이 요청한 넷플릭스 콘텐츠를 자기 비용 부담으로 시애틀에서 받아 국내까지 전송했다. 같 은해 4월 SK브로드밴드 측에서 ‘도쿄로 연결 지점을 변경할 것’을 제안했고, 넷플릭스는 수락했다.  그 결과 2018년 5월부터 양사가 도쿄에서 피어링, 직접 연결을 했다는 맂달리가.

넷플릭스 측은 “종전 시애틀에서 연결하던 방식과 동일한 무정산 방식이었기 때문에 SK브로드밴드의 제안만으로 이렇게 간단하게 연결지점을 변경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사이의 연결지점이 시애틀에서 도쿄로 변경됐을 뿐, 트래픽을 직접 교환하는 피어링 방식에는 어떠한 변동도 없었다”라며 “자연스럽게 무정산 연결 합의 또한 그대로 유지된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 SK브로드밴드는 시애틀에서 도쿄로 연결 지점이 변경됨에 따라 훨씬 더 가까운 곳에서 넷플릭스 트래픽을 받아 국내 이용자들에게 전송할 수 있게 되어, 비용도 적게 들고 이용자들에게 더 나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라고 전했다.

서로 다른 네트워크가 직접 연결한 경우, 연결 지점부터 고객에게까지 자기 비용으로 트래픽을 전송하는 것이 인터넷의 확립된 거래 관행이라는 게 넷플릭스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는 “이 같은 경우에도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의 망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던 바 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는 최근 ‘시애틀에서는 무정산 피어링이었으며, 도쿄에서 연결한 이후부터는 금전을 받아야 한다’로 입장을 변경하며, 도쿄 연결은 시애틀 연결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관계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SK브로드밴드가 “시애틀에서는 일반망을 통해 전송했지만, 도쿄에서부터는 전용망을 통해 넷플릭스 트래픽만을 전송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점도 문제 삼았다. 이 주장대로라면 일반 이용자들은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받기 위해 돈을 내면서 ‘일반망’을 사용하는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트래픽을 일반망으로 전송할지 전용망으로 전송할지는 이용자들이 요청한 콘텐츠를 전송할 의무가 있는 SK브로드밴드가, 오직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자체적으로 결정한 사안임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즉, 트래픽 양이나 회선 용량 등을 고려해 넷플릭스 트래픽을 별도의 회선으로 전송하는 것이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관리함에 있어서 SK브로드밴드에게 가장 이익이 된다고 스스로 판단해 결정했단 것이다.

이 부분이 넷플릭스의 요청으로 인한 것이 아님도 재차 피력했다. SK브로드밴드는 “시애틀에서는 퍼블릭 피어링이었기 때문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할 필요가 없지만, 도쿄에서부터는 프라이빗 피어링이기 때문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라고도 주장했던 바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퍼블릭 피어링과 프라이빗 피어링은 당사자가 피어링 방식으로 트래픽을 ‘직접 교환’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퍼블릭 피어링 시에는 IXP 스위치를 이용하여 직접 연결하고, 프라이빗 피어링은 IXP 스위치를 이용하지 않고 당사자들의 회선을 연결한다는 점만 다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CP와 ISP가 피어링한 경우 ISP는 자신의 고객이 요청한 콘텐츠를 CP로부터 피어링 지점에서 전달받아 자신의 고객에게 전송하는 역할만 하므로 CP에 대한 관계에서 ‘착신 ISP’에 해당한다”라며 “이때 착신 ISP가 자신의 고객에게 콘텐츠를 전송하는 건 고객과의 관계에서 전송 의무를 이행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피어링 지점까지 자신에게 콘텐츠를 전달해 준 CP에게 콘텐츠 전송 역무를 제공하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다.

넷플릭스 측은 아울러 “프라이빗 피어링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은 부당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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