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대세는 ‘성소수자’ 콘텐츠, 왜 흥행할까?

왓챠 ‘시맨틱 에러’ BL 열풍 웨이브 ‘성소수자 연애기’ 등 다양성 담은 콘텐츠 인기 판타지 BL-현실의 퀴어, 구분이 중요

사진=왓챠

‘성소수자’의 사랑이 OTT를 점령했다. 주로 웹툰과 웹소설에서만 다루어지던 퀴어 콘텐츠가 영상화되고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최근 국내 주요 OTT에선 성소수자들의 로맨스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었다. 동성 커플, 트랜스젠더 커플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동안 ‘이성애자 커플’을 비추던 기존 미디어의 성향과 대조를 이룬다.

웨이브는 여러 성별의 연애 리얼리티를 그린 ‘남의 연애’와 ‘메리퀴어’가 공개됐다. ‘남의 연애’는 성소수자 남성 6명이 한 집에 입주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채널A ‘하트시그널’과 비슷하다.

‘메리퀴어’는 스스로를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양성애자로 정체화한 성소수자 커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들의 일상을 담아 보여주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으로, 성소수자들을 향한 사회의 일상적 차별 등 문제 의식을 보여준다. 두 프로그램은 지난 16일 기준 웨이브 신규 유료 가입 견인 순위에서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 성소수자 콘텐츠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것. 

왓챠의 오리지널 콘텐츠 ‘시맨틱 에러’ 또한 남남(男男) 동성 커플이 주연으로 등장해 큰 인기를 얻었다.시맨틱 에러는 BL(Boys Love) 콘텐츠 열풍을 일으킨 작품으로, 남학생 두 명의 대학 내 연애 이야기를 담았다. 해당 작품은 지난 2일 왓챠에 공개된 이후부터 ‘왓챠 톱10’ 순위에 계속해서 오르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으며, 드라마 8회차의 이야기를 한 편에 담은 영화도 8월 중 공개될 예정이다.

성소수자 콘텐츠, 흥행 이유는?

성소수자 콘텐츠가 OTT 시장에서 흥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다양성 로맨스’에 대한 시청자들의 수요를 빠르게 수용한 OTT의 전략적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BL 등의 콘텐츠는 웹툰과 웹소설 시장에서 주요 장르로 자리 잡았다. 해당 종류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즐기는 안정적인 팬덤도 다수 존재한다.

웹소설·웹툰 플랫폼 리디나 NHN코미코 등은 BL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제작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리디는 BL등 웹툰이나 웹소설에 주력하면서 1조 6000억 원 기업가치의 유니콘으로 도약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OTT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흥행이 가능한 경쟁력 있는 소재로 퀴어 콘텐츠를 재평가 하고 있는 분위기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OTT는 방송과 달리, 일정한 소비층이나 팬덤이 존재한다면 특정한 취향을 겨냥해 콘텐츠를 만드는 게 수익성 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 OTT라서 성소수자 콘텐츠를 더욱 발 빠르게 운용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사진=왓챠

성소수자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과거보다 다채로운 줄거리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것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 것도 흥행에 한 요소를 차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의 작품들은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을 중심으로 비극적인 멜로 만을 그려냈다. 1993년 개봉한 중국 영화 ‘패왕별희’에서 주인공이 겪는 성정체성 혼란 및 심각한 내적 갈등, 나아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 비극 등 플롯이 종전까지 유지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최근 등장한 BL 장르의 작품들에선 ‘성소수자’라는 정체성 자체가 비극의 원인이 되는 경우는 확연히 줄었다. 예시로 중국 장편소설 ‘마도조사’에선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이 주인공들에게 일련의 시련을 주지 않는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조롱을 받는 경우가 나오긴 하나, 이것이 줄거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다수 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달라진 시대상에 따라 웹드라마, 웹소설 플랫폼 뿐 아니라 공중파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에서도 성소수자 캐릭터가 나타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이것이 플롯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2020년 방영된 JTBC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에선 트랜스젠더 캐릭터가 등장했던 바 있고, 2021년 JTBC에서 방영된 ‘알고 있지만’에선 레즈비언 커플이 등장했다. 성소수자를 ‘금기’로 여기던 기존의 시선이 변화한 것이다.

OTT 내 다양성 열풍 언제까지?

다양성 콘텐츠 열풍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성소수자 콘텐츠가 성공을 거두며 더 많은 콘텐츠들이 하반기에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왓챠는 연내 BL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신입사원’을 공개할 예정이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크래들스튜디오는 BL 웹툰 ‘비밀사이’의 드라마화를 추진한다. 키다리스튜디오도 하반기 BL드라마 ‘오 나의 어시님’ ‘해피메리엔딩’ 공개를 앞두고 있다.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 또한 성소수자들의 사랑과 연애를 주제로 한 콘텐츠 제작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유기환 넷플릭스 매니저는 지난 12일 열린 ‘넷플릭스 한국 예능 상견례’에서 “성소수자 콘텐츠라고 구분해서 제약을 두지 않는다. 딱히 제약을 두지 않기 때문에 좋은 이야기가 나오면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소수자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이 상당하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한몫한다. 성소수자 예능 프로그램을 접한 시청자들은 “우리 커플이랑 별다를 거 없는 저들의 연애를 보니 괜히 짠하고, 응원하게 되더라”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넘어가야 할 산도 있다. 성소수자 콘텐츠에 부정적인 시선도 분명 있다는 것. 특히 학부모층에서 아직 성적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TV 등을 통해 쉽게 퀴어 콘텐츠를 접하는 것은 부정적 영향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창작물인 드라마와 달리 실제 삶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예능일 경우, 가치관 형성에 더 큰 혼란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여러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만 풀어내다 보니 문제점 등을 이성적으로 판단할 충분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단 점도 지적사항이다.

사진=웨이브

성소수자 인식 개선에 도움 될까?

OTT 시장에서 성소수자 콘텐츠의 입지가 늘어가고 있긴 하나, BL 및 GL 작품이 실제 현실의 성소수자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지 여부도 미지수로 남는다. 애당초, BL·GL 작품들이 현실을 너무 왜곡한다는 지적이 존재하는 실정이다.

우선 성소수자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써먹는 것이 정당한가에서부터 의견이 엇갈린다. 성소수자들이 겪는 현실적 삶의 고충을 상품화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부적절하단 의견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BL·GL 작품은 허구의 이야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BL·GL에서 윤리성을 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작품들 다수가 선정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다수의 BL·GL 웹소설과 웹툰은 자극적인 썸네일을 사용하고, 때로는 상당히 선정적임에도 불구하고 15세 이상 연령부터 감상 가능한 것으로 명시돼 더욱 문제가 되곤 한다.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로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시맨틱 에러’ 또한 원작 웹소설은 19세 이용가다. 상당히 수위가 높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성소수자 콘텐츠를 ‘퀴어’와 ‘BL·GL’ 장르로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BL 콘텐츠인 ‘시맨틱 에러’와 퀴어 콘텐츠인 ‘메리퀴어’ 등을 구분지어야 한다는 의미다.

BL·GL은 성소수자의 삶보다는 상품성에 초점을 맞춘 작품으로, 주소비층인 10~30대의 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성소수자의 삶보다는 로맨스에 초점을 둔 반면 퀴어 작품은 보다 현실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성소수자들의 삶을 그려내 예술성을 띤다.

이 같은 구분은 결국 ‘현실성’의 구분으로 이어진다. 사실상 ‘환상’에 가까운 BL과 GL을 현실로 혼동하고 관련 작품들을 접한 것으로 현실 성소수자들을 이해했다 착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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