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드라마 ‘시맨틱 에러’ 극장 개봉, 특별한 이유는?
OTT 드라마 ‘시맨틱 에러’ 극장으로 탄탄한 마니아층, BL 마이너 장르의 확장 성소수자 보는 시각 달라져, 퀴어 예능도 인기
‘시맨틱 에러’와 BL의 성공
드라마 ‘시맨틱 에러’는 컴공과 ‘아싸'(아웃사이더) 추상우의 완벽하게 짜여진 일상에 에러처럼 나타난 안하무인 디자인과 ‘인싸'(인사이더) 장재영의 극과 극 청춘 캠퍼스 로맨스를 다룬 작품이다.
‘시맨틱 에러’는 남남(男男)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로, 이른바 ‘Boys Love’, 즉 BL 드라마다. 당초 사실상 ‘금기’로 여겨지던 동성간의 로맨스 드라마가 OTT 플랫폼의 확장 속에서 하나의 영상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시맨틱 에러’의 성공은 사실 이미 예견된 바였을지도 모른다. 웹소설과 웹툰 등지에서 BL 장르는 이미 메이저 장르에 포함됐고, 종전의 로맨스를 제외한, BL 만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한 플랫폼이 대다수일 정도이니 말이다.
숨어보던 BL이란 말은 사실상 옛말이 됐다. 이젠 웹소설, 웹툰을 넘어 ‘영상물’에까지 BL 장르가 대세가 됐다. 특히 여성 시청자들의 압도적인 관심 속에서 BL 장르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女시청자 관심 속 ‘쑥쑥’ 크는 BL 장르
10대부터 4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BL 드라마는 12~15세 관람가로 제작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시맨틱 에러’는 당초 원작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었으나, 대중의 접근성을 고려해 12세 관람가로 제작됐다. ‘새빛남고 학생회’ 또한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의 게임을 12세 버전으로 낮추어 제작했다.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드라마 ‘나의 별에게’ 시리즈 또한 15세 관람가로 제작됐다. 이렇게 BL 장르 영상물은 더더욱 OTT와 많은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중성 대신 특정 타깃, 소수 취향을 공략하는 콘텐츠들이 제작되는 환경 등이 BL 장르 영상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작품성,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그러다 최근 완성도를 높여 유의미한 결과를 얻은 웹드라마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등의 등장으로 BL 장르의 저변이 넓어졌다.
왓챠는 이후 ‘새빛남고 학생회’와 일본 BL 드라마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 등 작품을 서비스하면서 BL 팬층의 유입이 큰 의미가 있음을 확인했고, ‘시맨틱 에러’로 그 포텐을 완전히 터뜨려버렸다.
한 방송 관계자는 “BL은 여성 중심으로 웹소설, 웹툰 카테고리 내의 서브 컬처로 향유된 문화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던 중 왓챠 등 OTT 채널이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가 영상화되는 환경이 조성됐고, 최근 ‘시맨틱 에러’를 시작으로 BL 작품들이 완성도를 높여가면서 기존 BL 팬들 외에도 더 많은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게 됐다”라고 전했다.
최근 BL 흐름은 과거 인기 장르였던 멜로가 ‘BL’ 장르로 탈바꿈한 모양새다. 남남의 사랑이 신선함을 선사하는 것. 더불어 판타지인 BL를 통한 경험에 의해 성소수자를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이는 OTT 플랫폼의 특성에서 기인하다. 소비자의 취향에 의해 선택되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시맨틱 에러’의 인기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과거 보여 주는 것을 보는 TV 프로그램과 다르게 자신의 취향에 따른 선택과 개인적인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장르가 빛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맨틱 에러’가 특별한 이유?
BL 웹드라마 중에서도 특히 ‘시맨틱 에러’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건 원작의 영향이 크다. 지난 2017년 리디에서 연재됐으며, 2018년 리디북스 BL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시맨틱 에러’는 ‘BL 장르의 교과서’로 불리며 오디오 드라마, 웹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로 만들어졌고, 꾸준히 사랑받으며 그 흥행력을 이미 입증했다.
정은선 오렌지디 대표는 “캐릭터와 서사가 뚜렷하고 기본적으로 산뜻한 캠퍼스 로맨스물이라는 점에 ‘시맨틱 에러’의 큰 경쟁력이 아닐까 싶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 매력을 유지하되 시청자 풀을 늘리기 위해 선택한 것이 수위 낮추기”라며 “원작이 19세 이상 관람가로 연재됐기 대문에 기존의 웹소설 독자들은 아쉬움을 느낄 수 있겠지만, 이 덕에 BL 장르에 대한 유입이 한층 더 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BL 영상물은 캐스팅이 어렵다는 통념도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인기 웹소설 ‘시맨틱 에러’ 오디션에 참가한 이들은 무려 150여 명이 달했다. 이와 관련해 ‘시맨틱 에러’의 연출을 맡은 김수정 감독은 “좋은 결과를 얻은 기존의 작품들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배우들도 BL 영상물이 자신의 연기를 보여주고,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라고 받아들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시맨틱 에러’ 뒤를 이을 작품은?
‘시맨틱 에러’의 인기에 힘입어 여타 BL 작품들도 줄줄이 뒤를 잇고 있다. 우선 티빙에서 공개 중인 ‘나의 별에게2’가 BL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첫 공개된 ‘나의 별에게’는 정상 궤도를 이탈한 배우 강서준(손우현)과 궤도를 벗어나고 싶지 않은 셰프 한지우(김강민)의 로맨스를 강렬하게 그린 작품이다.
‘나의 별에게’는 공개 이후 사이트 접속 폭주로 인해 서버가 다운되는가 하면 공개 첫날부터 일본 라쿠텐TV에서 전체 데일리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그 인기를 몸소 입증했다. 지난달 5일부터 티빙에서 독점 공개되고 있는 ‘나의 별에게2’는 티빙 실시간 드라마 전체 인기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 라쿠텐TV 월간 차트에서 종합 부문 2위, 한국 드라마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맨틱 에러’로 BL 장르에 한 지평을 연 왓챠는 ‘춘정지란’에 이어 ‘신입사원’ 등 새로운 BL 장르 드라마를 선보일 예정이다. 모스카레토 작가의 웹소설이 원작인 ‘신입사원’은 광고회사 워커홀릭 파트장 종찬과 인턴사원 승현의 사내 로맨스를 그릴 예정이다.
OTT 공개를 논의 중인 ‘비의도적 연애담’ 또한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제작에 돌입했다. ‘비의도적 연애담’은 피비 작가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했으며, ‘시작은 비도의적, 하지만 연애는 비의도적!’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에서 진짜 사랑이 된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비의도적 연애담’엔 배우 차서원과 B1A4 멤버 공찬이 각각 윤태준과 지원영 역을 맡기로 해 팬들의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지난 3월 웹드라마 ‘블루밍’을 선보인 NEW 영화사업부도 올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따라바람’과 ‘본 아페티’, ‘트랙터는 사랑을 싣고’ 등을 준비 중이다. 동명의 BL 웹툰이 원작인 ‘따라바람’은 밴드 따라바람 보컬 바람과 그의 절친이자 밴드 매니저인 한태가 꿈을 좇으며 벌어지는 청춘 음악 로맨스를 그린다.
‘본 아페티’는 인스턴트 푸드가 일상이 돼버린 직장인 도훈이 밥 잘해주는 옆집 남자 윤수를 만나 벌어지는 맛있는 로맨스를 그린다. 현재 ‘따라바람’과 ‘본 아페티’ 두 작품 모두 촬영을 완료한 상태며, 현재 후반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명을 웹툰을 원작으로 한 ‘트랙터는 사랑을 싣고’는 한 시골에 잠시 내려온 도시남 선율과 농촌을 너무나 사랑하는 시골남 예찬의 싱그러운 농촌 로맨스를 담을 예정이며, 현재 촬영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여러 BL 장르 작품들이 ‘시맨틱 에러’와 ‘나의 별에게2’ 등을 이어 BL 신드롬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BL 열풍’은 성소수자를 싣고…’퀴어 예능’도 대세
드라마 외 BL 장르의 시트콤과 성소수자를 전면에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도 제작된다. 시즌(seezn)은 지난 7일 국내 최초 BL 시트콤 ‘하숙집 오!번지’를 공개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하숙집 오!번지’는 세계 여행을 떠난 엄마 때문에 하숙집을 떠맡게 된 백수 설원, 하숙집에 새로 들어오게 된 각양각색의 세입자들이 함께 살아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다.
웨이브는 성소수자를 전면에 내세운 연애 리얼리티 ‘메리 퀴어’와 ‘남의 연애’를 공개했다. ‘메리 퀴어’는 당당한 연애와 결혼을 향한 다양성(性) 커플들의 도전기를 담은 국내 최초 리얼 커밍아웃 로맨스를 담았으며, 방송인 홍석천, 신동엽, 하니가 MC를 맡았다. ‘남의 연애’는 솔직하고 과감한 남자들이 남의 집에 입주해 서로의 진솔한 마음을 확인하는 국내 최초 남자들의 연애 리얼리티다.
성소수자 콘텐츠에 대해 웨이브 측은 “신선하면서도 파격적인 재미는 물론, 진지하게 생각하고 공감했으면 하는 사회적 화두도 던질 예정이니 기대해 달라”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