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FAST 바람… K-콘텐츠도 FAST 플랫폼 탄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전 세계가 신음하면서 매달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이용하는 1~2만원 선의 구독료도 아쉬운 이들이 늘고 있다. 이에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케이블TV나 IPTV, OTT 대신 광고를 보고 무료로 영상 미디어를 보는 광고기반무료스트리밍(FAST) 플랫폼이 각광받는 모양새다.

29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현재 2,47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동영상 시장에서 광고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490억 달러를 달성하며 구독형 시장 330억 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실시간 TV 광고 매출 650억 달러와의 격차도 점차 좁혀지는 추세다.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등 개발도상국에선 이미 실시간 TV 시장을 앞질렀다.

글로벌 시장에서 FAST 플랫폼을 주도하는 업체는 미디어그룹 ‘NEW’ 계열의 뉴아이디로, 삼성전자, LG전자 스마트TV에 탑재된 ‘삼성TV플러스’ ‘LG채널’을 비롯해 미국 스마트TV 시장 스트리밍 1위 기업 로쿠 등 30여 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최근엔 북미와 남미지역을 중심으로 YG, MBC플러스, SBS 등 30여 개 기업들과 K-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뉴아이디 관계자는 “더핑크퐁컴퍼니와 론칭한 ‘베이비 샤크 TV’의 경우 일부 플랫폼에서는 키즈 부문 최상위 유입량을 기록했다”라고 설명했다.

기세를 타고 K-팝, K-드라마, K-영화 등을 벗어나 이제는 K-예능이나 K-먹방 콘텐츠도 전 세계 시청자들의 사랑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무료 동영상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연초 OTT 박스인 ‘플레이Z’를 선보이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특화된 디지털 스트리밍 채널들을 탑재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일본 드라마를 서비스 중인 ‘도라마코리아’ 역시 월 구독료를 받는 대신 광고 기반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OTT 경쟁이 치열해지며 주요 OTT 업체들도 FAST 플랫폼에 뛰어들 모양새다. 넷플릭스는 이미 광고를 보는 대신 구독료를 낮추는 ‘저가형 행보’를 공식화했다. 국내 토종 콘텐츠 기업들 또한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서비스 FAST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해외에서 FAST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국내 콘텐츠제작사들이 날로 늘고 있다.

국내에선 대표적으로 아기상어로 유명한 더핑크퐁컴퍼니, YG엔터테인먼트 등이 국내·외 FAST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아기상어TV’ 채널을 로쿠·플루토TV 등에서 서비스 중이고, YG엔터테인먼트는 ‘YG TV’ 채널을 LG채널·플렉스·라쿠텐TV·채널Z 등에서 제공하고 있다. 현재 JTBC와 샌드박스네트워크도 FAST 채널 개설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FAST 플랫폼의 인기에 전문가들은 2025년을 기점으로 FAST플랫폼을 포함한 광고 기반 주문형 비디오(AVOD)의 매출 규모가 실시간 채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튜브와 FAST 등 광고형 스트리밍 서비스(AVOD)를 포함한 전체 온라인 동영상 광고 매출은 올해 1740억 달러(225조 원)에서 2025년 2590억 달러(335조 원)로 48.9%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FAST 활용한 ‘수명 늘리기’

FAST 플랫폼의 최대 장점이라 할 것은 아무래도 ‘콘텐츠 수명 늘리기’다. FAST에서 제공되는 콘텐츠는 최신 콘텐츠보단 과거 드라마와 영화가 위주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더 이상 수익이 나지 않는 과거 지식재산권을 활용할 새로운 공급 판로가 FAST를 통해 열리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FAST 플랫폼의 장점은 콘텐츠 수명 늘리기”라며 “콘텐츠 투자 비용이 적기 때문에 그만큼 무료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플랫폼이 커져도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해 전략을 세워야 하는 OTT와는 다르게 FAST 플랫폼은 일단 계약 맺은 콘텐츠에 대해서는 추가로 소모되는 비용이 없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언급했듯, 국내에선 뉴아이디가 FAST 플랫폼 사업의 선두주자를 달리고 있다. 뉴아이디에 따르면 회사가 FAST에서 운영하는 채널들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400만 명이다. 통계만 놓고 봤을 땐 OTT 웨이브 이용자 약 423만 명과 비슷한 수치다.

국내 토종 OTT 티빙 또한 최근 파라마운트의 FAST 플랫폼에 공동 투자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안 등을 놓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AST 플랫폼, ‘콘텐츠 선택 피로도’ 절감한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OTT 플랫폼 이용자가 감소하는 와중 FAST 플랫폼들이 이용자들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수 있는 이유는, FAST 플랫폼의 사업 전략이 OTT의 그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FAST 플랫폼은 OTT와 달리 최신작을 선호하는 이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지 않는다. 대신 여러 개의 채널을 공급하는 ‘다채널 전략’을 통해 다양한 성격의 채널을 동시에 공급해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FAST 플랫폼의 경우 다채널 전략으로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포츠·아이돌예능 등 특정 분야에서 신규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유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해당 채널의 성격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FAST 플랫폼은 OTT와 달리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 회차 등을 선택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이 같은 특성이 이용자들의 ‘선택 피로도’를 줄여 준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뉴아이디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FAST은 일련의 콘텐츠 선택 과정이 없기 때문에 매력적인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드라마 채널의 경우에도 해당 채널을 틀어놓을 시 추가 선택 없이 몰아보기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