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실시간 방송, ‘규제 혁파’ 한목소리… 상생 협력 강조
한국방송학회 세미나, 실시간 방송 규제 완화 목소리 “성장을 위해선 OTT-실시간 방송 상생해야” OTT 업계, “규제 혁파 필요해”
“실시간 방송-OTT 상생 필요, 관련 정책 마련되어야..”
지난 7일 서울 중구 미디어 교육원 가온 대강의실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한국방송산업 발전을 위한 실시간 방송 생태계 발전방안’ 세미나에서 미디어 업계 전문가들이 ‘실시간 방송 지원’을 위한 규제 완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토종 OTT 플랫폼이 기댈 언덕은 실시간 방송이며, 실시간 방송이 살아야 OTT도 함께 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시간 방송은 사회의 보편적 서비스로서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콘텐츠 제공 등의 역할을 해내고 있으나,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OTT가 실시간 방송의 대체제 역할을 하면서 실시간 방송의 중요도는 후퇴하는 모양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주정민 전남대학교 교수는 “OTT 서비스 이용률, 유료 결제 이용자 비율은 지속 증가하고 있지만, 유료 방송은 가입자 수 증가율과 방송사업매출에서 차지하는 가입자 매출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실시간 방송 생태계가 붕괴하면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 기능과 디지털 격차 완화·방송복지가 약화 될 것”이라며 “국가 차원의 콘텐츠 경쟁력·정체성 약화를 통해 국내 콘텐츠 제작시장의 ‘글로벌 OTT 종속’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실시간 방송이 위축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으로 ▲ 고령자 등 특정 계층의 소외 현상 ▲ 가짜뉴스 유통 대처 불가 등을 꼽았다. 주 교수는 “글로벌 OTT 시장 확대로 인한 국내 미디어 산업에 외국자본 유입 확대로, 국가 차원의 콘텐츠 경쟁력 저하와 정체성 상실이 우려 된다”라고도 지적했다. 이어 “국내 방송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OTT 하청 기지화 그리고 해외 문화와 해외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 제작에 중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시간 방송과 OTT의 상생 방안으로는 ▲ 실시간 방송과 OTT 등 신유형 미디어 간 ‘상생의 산업구조 형성’ ▲ 실시간 방송, 신유형 미디어의 역할 규정 및 법제화 등을 제언했다. 실시간 방송 규제를 대폭 완화해 지원을 강화하고 국내 OTT는 실시간 방송 생태계 기반 위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주 교수는 “실시간 방송에 대한 종합계획이 필요하다”라며 “OTT 육성정책은 있어도 실시간 방송 육성정책은 없는데, 이것은 굉장히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OTT 만큼이나 실시간 방송도 중요하다”라며 “두 생태계가 상생하는 구조가 장기적으로 방송과 미디어 산업 정책의 근간이 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실시간 방송은 기존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지원을 강화해 안정적으로 양질의 콘텐츠 생산 및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을 조성해주고, 국내 OTT는 국내 안정적인 실시간 방송 생태계 기반 위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외OTT(가전사 등 스마트미디어사업자 포함)는 국내 실시간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VOD로만’ 제공하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OTT 업계도 ‘규제 혁파’ 목소리
21일 ‘제5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 간담회’에선 미디어 업계도 ‘규제 혁파’를 강조했다. ‘제2의 우영우’를 탄생시킬 만한 미디어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시간 방송과 OTT의 수평규제 도입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같은 주장은 ‘제5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 간담회’를 계기로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과 미디어 업계가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넷플릭스 등 해외 OTT와 경쟁하고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낡은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미디어 업계 측 주장의 골자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 전환 등 미디어 시장 구조변화에 대응해 2021년부터 방송미디어 법제 개편을 추진 중이며, 새 정부 국정과제 ‘글로벌 미디어 강국 실현’을 통해 ‘낡은 방송미디어 규제 해소’ 등을 구상 중이다.
이와 관련해 이종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선임연구위원은 “미디어 시스템의 디지털화 국면에서 플랫폼이 중심으로 부각됨에 따라 수직적 분류체계에서 수평적 분류체계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방송법을 폐기하고 공공과 산업을 나눠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제도 개선의 기본 방향성으로는 ▲ 사전규제 단계적(단기, 중기) 개선 ▲ 행정규제에서 자율규제 체계로의 전환 ▲ 미디어의 사회적 가치 실현과 공공성 구현 ▲ 방송과 디지털 미디어(OTT) 수평 규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방송·OTT 업계, “규제 혁신·수평 규제” 한목소리
관련 전문가들은 동일한 콘텐츠가 인터넷을 통해 방송과 동시간에 제공되는데 방송만 재허가 등 규제를 받는 것은 불합리하며, 근원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OTT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광고규제 완화 등 콘텐츠 지원 정책 강화와 함께 지역 중소SO에 대한 지원 등 다양한 정책과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CO담당은 “보다 과감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미디어 공적 영역과 사적영역의 확실한 분리하고 사적영역은 이용자 사용 행태에 따라 경쟁관계 구분을 명확히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적 섹터를 떼놓고 나머지 부분은 시장과 소비자 중심으로 누가 누구와 경쟁하는가, 누가 무엇을 가지고 경쟁하는가로 심플하게 시장 일정을 획정을 다시 해보면 어떨까 한다”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시장을 놓고 다시 누가 누구와 싸웠는지를 보고 그 둘 사이의 싸움이 공평한가 규제가 혹시 한쪽을 어렵게 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는 것이 어떤가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한오 금강방송 대표는 “방송도 타 산업과 같이 중소 유료방송 사업자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피력했다. OTT에도 큰 회사와 작은 회사가 있고, 다양성 차원에서라도 중소 OTT 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희주 웨이브 정책실장은 “해외 OTT사업자와 국내 OTT사업자간 규제 불균등 해소가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실장은 “넷플릭스나 유튜브와 경쟁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미디어 플랫폼과 미디어 사업자들의 규제는 그들 수준으로 풀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한국 미디어 산업의 미래는 없다”라며 “유료방송 사업자도 당연히 규제 완화가 필요하나, 그것이 ‘OTT와 규제 형평성을 맞춘다’는 차원은 아니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서장원 CJ ENM 부사장은 “콘텐츠 세제 지원을 상향시켜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2022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영상콘텐츠제작비용 세액공제 적용 기한 연장, OTT 콘텐츠 제작비용을 세액공제 대상에 추가한다고 발표했던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서 부사장은 “앞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플랫폼으로 다시 가입자 유치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처럼 콘텐츠하고 플랫폼이 따로 떨어져서 움직이지는 않는다”라며 “규제를 완화해서 혁신을 일으키자는 것에 여기 누구도 반대하는 분은 없다. PP에도 매출액 규제라든지 pp 채널 거래 규제라든지 이런 것들은 함께 없어져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콘텐츠 세제 지원이나 이런 부분들은 전혀 안 바뀌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디즈니나, 넷플릭스 같은 경우는 자국에서 한 30% 내외의 세제 지원을 받고 들어오는데 한국은 여전히 3%에 묶여 있다”라고 덧붙였다.
방송 업계 전문가들은 실시간 방송과 OTT 업계의 균형 있는 시장 발전을 특히 강조했다. 김정현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실시간 방송 생태계가 갖는 사회 문화적 가치가 굉장히 크고, 경제 산업적 가치도 크다는 데 대해서 의문의 여지가 없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실시간 방송에 대한 규제 완화와 실시간 방송에 대한 적절한 지원 육성책이 요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지금의 국정과제 정책은 전부 OTT에 쏠려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레거시라는 전통적인 다수의 매체들이 존재하는 하나의 큰 영역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담론으로 먼저 던졌어야 하지 않나 싶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OTT 규제가 주요 논점은 아니고, 대신 실시간 방송 규제를 어떻게 집중적으로 완화할 것인가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하주용 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OTT를 억제함으로써 레거시 미디어나 실시간 방송을 살리자는 게 아니다”라며 “두 개가 균형 있는 발전을 할 수 있도록 국가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는 그런 정책의 초점이 신유형 방송 서비스 특히 OTT 등의 활성화에 과도하게 잡혀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신유형 방송 사업자 활성화 과정에서 야기되는 문제와 레거시 미디어의 위축이 나타날 경우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마련하는 게 상당히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