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1부’ 최동훈 감독 ‘첫 실패작’ 되나… ‘흥행 참패’ 이유는?

‘외계+인 1부’ 흥행 부진, 쪼개기 전략 실패 지루한 전개와 초점 없는 스토리 2부 OTT 공개 불가피?

사진=CJ ENM

‘흥행불패’ 최동훈 감독의 야심작 ‘외계+인 1부’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내년 공개 예정인 ‘외계+인 2부’는 OTT行이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외계+인 1부’는 28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17만명을 기록했다. 총 3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돼 손익분기점이 700만명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저조한 성적이다. 특히 27일 ‘한산: 용의 출현’이 개봉하면서 좌석 점유율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CJ ENM은 내년 공개를 앞둔 ‘외계+인 2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의 개봉을 취소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여름 블록버스터 라인업에 추가시키기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해외 직배망을 가지고 있는 CJ ENM은 판권 판매와 해외 개봉 등으로 손해를 줄일 수는 있다. 동남아 시장의 경우 배우의 영향력이 더욱 큰 만큼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김태리, 류준열, 김우빈이 출연한 무협 SF 영화 ‘외계+인’은 충분히 살아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흥행 실패작’이라는 꼬리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 일각에선 ‘외계+인 2부’를 티빙 동시 공개나 OTT로 넘겨야 한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외계+인 1부’는 일부 관객들에 한해 팬덤이 형성되면서 지금의 관객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는 팬덤만 가지고 자리를 살아남기 어렵다”라고 내다봤다.

수익을 보전하면서 결과물을 관객들 앞에 성공적으로 내놓기 위해서는 OTT 동시 공개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 CJ ENM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에 한해 극장과 티빙 동시 공개 전략을 채택했던 바 있다. ‘서복’, ‘미드나이트’, ‘해피 뉴 이어’ 등이 대표적이다. 극장 흥행과 관계없이 OTT 동시 공개를 통해 수익 보전에 성공한 사례다.

야심차게 내놓은 텐트폴 작품인 만큼 참패를 만회할 만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진=CJ ENM

‘외계+인’, 어디서부터 길 잃었나

‘쌍천만 감독’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은 어디서부터 길을 잃은 걸까? 지난 13일 ‘외계+인’ 1부의 시사회가 끝난 직후 간담회 말미에 최동훈 감독은 “한국적인 방식으로 ‘어벤져스’만큼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최동훈 감독은 2012년 ‘도둑들’(1298만명)과 2015년 ‘암살’(1270만명)로 ‘쌍천만 감독’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그런 만큼, 최동훈 감독이 자부한 ‘외계+인’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는 최고조에 달했다. 실제 2부작인 영화 전체를 동시 촬영하느라 촬영 기간도 387일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부 제작비 규모가 330억원인 것으로 전해져 더욱 눈길을 끌었다.

결과는 손익분기점을 넘기는커녕 절반도 채 채우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이 같은 결과가 나온 데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으나, 2부작으로 나눈 탓에 지루하다는 평이 압도적이다. 2부작 중 절반인 1부만 먼저 개봉하다 보니 초반 상황 전달을 위해 지나치게 뜸을 들이고, 전체 러닝타임 2시간 20분 중 절반이 지날 즈음에야 비로소 스토리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린다는 점이 관객들의 호불호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잦은 시점 분산도 속전속결을 원하는 최근 트렌드와는 어긋날 수 있고, 몇백 년을 걸쳐 시공간을 넘나들다 보니 이야기의 초점이 선명하게 잡히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최동훈 감독은 영화에 대해 “삼국유사에 많은 무술과 도술들이 나오는데 다 못 보여줘서 아쉽다. 언젠가 다른 작품에서 다 선보이고 싶다”라고 말했으나,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려 하다 보니 관객들 입장에선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길을 잃게 됐다.

흥행 참패 ‘외계+인’, 원인은 ‘바이럴 실패’?

‘외계+인’이 바이럴, 즉 ‘입소문’을 타는 데 실패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시기를 막론하고 입소문은 영화 흥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개봉 초기 다소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입소문만 잘 타면 역주행도 하고 장기 흥행도 꿈꿔 볼 수 있었다.

좋은 입소문을 위해선 ‘바이럴 홍보’가 필수인데, 최근 영화계에선 이 바이럴의 위력이 이전보다도 더 커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이럴 성공 여부에 따라 관객 수 차이가 천차만별로 벌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도둑들’(2012) ‘암살’(2015) 등으로 400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던 바 있는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에서 삐끗한 것도 이 바이럴 때문이라는 게 영화계 측의 시선이다. 이에 대해 국내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외계+인’이 최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할 때 재미가 떨어지는 건 맞지만 이 정도로 흥행이 안 될 영화였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영화에 대한 인식이 안 좋게 박히기 시작하자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진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기본적으로 영화의 만듦새가 관객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했고, 그것이 영화에 좋지 않은 인식을 심어주면서 자연스럽게 ‘실패’하게 됐다는 것. ‘외계+인 1부’는 포스터와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부터 좋지 않은 흐름을 탔다. 포스터와 예고편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호불호를 나누는 역할을 해버린 것이다. 시사회 공개 이후에도 혹평과 악평이 쏟아졌다.

영화 홍보 대행사 관계자는 “포스터와 예고편이 이런 평가를 받은 사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라며 “그런 평가들이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급격히 낮추면서 관객이 아예 찾지 않는 상황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사진=CJ ENM

영향력 커진 ‘입소문’… ‘탑건:매버릭’만 봐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스트리밍 시대가 열리면서 입소문의 영향력이 커졌다. 영화·드라마를 집에서 보는 게 익숙해지자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뜸해졌다.

바이럴 파워를 제대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탑건:매버릭’이다. 개봉 첫 날 관객 수는 약 18만명으로 ‘외계+인 1부’의 15만명과 차이가 크지 않았다. 주연 배우 톰 크루즈가 한국에 이틀 동안 대대적인 행사를 했던 걸 생각하면 오히려 부진에 가까운 수치였다.

그러나 서서히 입소문이 붙기 시작하더니 관객이 늘어 개봉 36일차에 670만 관객을 넘기는 데 성공했다. ‘탑건:매버릭’은 개봉 6주차에도 박스오피스 3위권을 유지하며 장기 흥행 중이다. 국내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외계+인 1부’와 ‘탑건:매버릭’은 딱 정반대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관객은 ‘탑건:매버릭’은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 ‘외계+인 1부’는 극장에서 안 봐도 되는 영화로 명확하게 나눴다”라며 “이런 구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무래도 온라인 입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영화 티켓의 가격이 상승한 것도 입소문의 영향력을 키웠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국내 극장 체인은 코로나 사태 후 경영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자 수차례 티켓 가격을 인상했던 바 있다. 현재 평일 일반 상영관에서 영화 한 편을 보려면 1인당 1만 4,000원, 주말엔 1만 5,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전 대비 30% 이상 비싸졌다.

온라인 스트리밍 한달 구독료와 비교해도 2~2.5배나 차이나는 값이라는 점도 관객들이 영화관을 가야 할 이유를 줄였다. 극장에서 영화 한 편 보는 데 드는 비용이 커지다 보니 영화도 더 신중히 고르게 됐고, 온라인상에서 리뷰를 철저히 검색해보게 가는 게 자연스러워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극장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전엔 입소문과 무관하게 데이트를 하면서 영화 한 편씩 보는 게 거의 관례였다”라며 “그런데 이제는 그런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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