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20개국 1위, ‘우영우’ 왜 특별할까?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넷플 글로벌 3위 편견 없이 사실적으로, 유쾌하게 담은 이야기 박은빈의 열연과 따뜻한 스토리가 만든 쾌거

사진=ENA

‘우영우’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30일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지난 28일 기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첫 방송을 시작하고 고작 한 달 만에 이뤄낸 쾌거다.

국가별로는 우리나라 외 바레인, 볼리비아,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몰디브, 멕시코, 오만, 필리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스리랑카, 대만, 태국, 아랍에미리트, 베트남 등 총 20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우영우’는 왜 특별할까?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첫회 시청률 0.9%로 시작해 9회에서 15.9% 시청률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인기 요인은 주인공 우영우(박은빈 분)다.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인물이다. 작품에서는 우영우의 장애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실제 고기능 자폐를 지닌 외국 시청자는 ‘묘사가 사실적’이라는 리뷰를 직접 남겼다.

드라마, 영화 등 미디어에서 장애를 지닌 인물을 그릴 때는 신중해야 한다. 예컨대 서번트 증후군을 다룬 여러 영화로 “자폐인은 어느 한 분야에 천재성이 있다”라는 시선이 생길 수도 있다. 미디어는 시청자에게 편협한 사고가 아니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매개가 되어야 한다.

미디어에 장애인을 등장시키는 건 그만큼이나 조심스럽고 어려운 이야기다. 앞서 ‘우영우’의 문지원 작가는 이미 영화 ‘증인’에서 자폐아를 등장시켰던 바 있다. 영화 ‘증인’은 살인 사건 피의자 변호를 맡은 순호(정우성 분)가 유일한 목격자이나 자폐가 있어 증언이 어려운 지우(김향기 분)를 법정에 세우기 위해 접근했다가 함께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당시 영화 ‘증인’은 따뜻하고 감동적이라는 찬사와 함께 관객 250만을 돌파하고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대상 영화 대상 등을 수상했다. 그만큼 작가가 관련 주제에 대한 연구와 이해를 깊이 했다는 방증이다.

극 중 우영우로 분한 박은빈 또한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서 “기존 미디어에 나온 장애 캐릭터를 모방하고 싶지 않았다. 은연중에 장애 특징을 섣불리 떠올려서 잘못되게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신중하게 공부했다”라고 밝혔다.

갈등 없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우영우’에서는 갈등을 빚으려고 차별주의자 캐릭터를 배치하거나 장애를 지나치게 우울하고 동정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드라마 첫 화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고객을 상대할 수 있느냐’라고 따지던 팀장은 우영우가 훌륭한 변론 계획서를 제출하자 자신의 편견을 오롯이 사과한다. 장애인이 맞닥뜨리는 난관과 주변인이 가져야 할 올바른 자세를 함께 제시한 셈이다.

우영우가 해결해 나가는 사건에도 정치적 올바름을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가정 폭력, 동성애, 부모로부터의 자립 등을 소재로 하면서도 불필요한 갈등을 심화시키지 않고 상식이 구현되게끔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낭만닥터 김사부’(2016), ‘배가본드’(2019)를 연출했던 유인식 감독은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서 ‘우영우’의 주요 메시지로 ‘당연한 것들에 대해 질문하기’를 꼽았다.

유 감독은 “드라마 속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가 이상해 보이는 이유는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당연하게 보지 않고 귀찮게 질문하기 때문”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것들을 보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알고 보면 모두 이상하고 특별하다”라고도 덧붙였다.

갈등 없이 다양성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를 고심한 따뜻한 드라마, ‘ 우영우’의 가장 큰 강점이다.

막강한 ‘캐릭터의 힘’… 박은빈 열연도 ‘한몫’

주연 배우 박은빈의 열연으로 완성된 자폐 스펙트럼 변호사 우영우 캐릭터의 캐릭터성과 매력도 인기의 한 축이다. 드라마 초반에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를 동시에 가진 특징이 부각됐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어느 한 곳에 시선을 두지 못한 채 놀란 토끼처럼 동그랗게 뜬 눈, 춤을 추는듯한 리드미컬한 발걸음,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불쑥 내뱉어버리는 모습도 자폐인의 특징을 반영한 우영우 만의 매력이다. 여기에 딱딱한 법률 지식부터 고래에 관한 낯선 전문 지식까지 많은 양의 대사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는데 발음 하나하나가 정확해 전달력을 높였다.

약자 대변하는 ‘우영우’… “다 함께 잘 살자는 메시지”

‘우영우’는 법정물로서도 상당히 매력 있는 작품이다. 보통 법정 드라마가 치정, 살인, 권력형 비리 등 자극적이고 복잡한 사건들을 깊이 있게 다룬다면 이 작품에서는 노인, 자폐인, 성소수자, 탈북민, 영세업체 등 사회적 약자들이나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영우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사건에 접근하는 과정도 물론 흥미롭지만, 사건 하나 하나에 담긴 우리가 잊고 있던 가치들이 ‘우영우’를 빛나게 한다. ‘누구나 모두 함께 잘 살자’는 메시지가 전면에 드러나며 마음 따뜻해지는 시간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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