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플랫폼 한계 봉착? 토종 OTT는 ‘생존 경쟁’ 시작
토종 OTT 한계 봉착? 경영난 허덕 코로나19 수혜 끝, 구독자 감소 OTT 생존경쟁 돌입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 애플tv+, 파라마운트+까지 뛰어든 국내 OTT 시장에서 토종 OTT 플랫폼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최근 CJ ENM 자회사인 티빙은 KT 자회사 seezn(시즌)을 인수했고, 영화 별점 데이터 분석 서비스에서 시작한 스타트업 OTT ‘왓챠’는 이미 매물로 나온 상태다. 2019년 넷플릭스 독점에 대항하기 위해 지상파 3사의 푹과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를 통합한 ‘웨이브’가 출범한 지 3년 만이다.
이런 가운데, 토종 OTT 플랫폼은 아직 넷플릭스보다 가입자 확대 여력이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왓챠나 U+모바일tv 등에 대한 추가 인수합병,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한 광고요금제 론칭 등 새로운 시도가 국내 OTT 플랫폼을 살릴 수 있을까?
‘왓챠 지지마’ 목소리 높지만… “찐팬 많아도 돈벌긴 힘들어”
OTT 업계 전문가는 현재 기로에 놓여 있는 왓챠에 대해 “찐팬(진짜 팬)은 존재하나 돈을 벌기는 힘든 구조”라는 평을 남겼다. ‘왓챠 지지마’를 외치는 수많은 찐팬들이 있는 와중에도 ‘왓챠를 꼭 봐야 할 이유가 없다’라는 댓글도 있는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왓챠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 여력이 거의 없다”라며 “이런 상태에서 운영이 어떻게 이어지겠나. 팬도 있고 업력도 되지만 그 이상의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왓챠는 넥슨 엔지니어 출신의 박태훈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2016년 영화·드라마 별점 서비스에서 시작한 이후 뛰어난 콘텐츠 추천 엔진을 달며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독립 영화 등 문화의 다양성을 지킨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얼어붙은 자본시장은 왓챠의 프리 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어렵게 했고, 재무적투자자(FI)들의 거센 자본 회수 요구로 웨이브·티빙 등에도 인수합병(M&A) 의사를 전달한 상태다. 이에 대해 왓챠 관계자 측은 “경영권 매각이든 투자유치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라며 “2.0 버전 준비나 글로벌화 추진은 잠정 중단한 상태”라고 전했다.
당초 왓챠는 2.0 버전, 즉 영상과 웹툰, 음악 서비스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왓챠 프리미엄을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자 우선 미래 투자는 잠시 접게 됐다. 직원들에 희망 퇴직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당초 왓챠 소속 직원은 200여 명에 달했으나, 현재 시점으로 이미 두 자릿수의 직원들이 퇴직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시리즈D 투자를 받았을 당시 왓챠의 가치는 3000억 원 수준이었다. 앞으로 왓챠가 스스로의 몸값을 얼마로 하느냐에 따라 인수합병의 속도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토종 OTT, 한계 봉착했나… 아무리 해도 손실만
왓챠는 지난해 248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던 바 있다. 다만 이는 비단 왓챠만의 문제는 아니다. 토종 OTT 중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웨이브는 지난해 558억 원의 영업손실을, 티빙(시즌 합병 전)은 같은 기간 762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콘텐츠 수급 비용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방송 업계 관계자는 “tvN 채널도 초창기엔 대규모 적자를 보면서 콘텐츠에 투자하지 않았나.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엄청난 자본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토종 OTT 플랫폼들이 확대해 온 마케팅 제휴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티빙은 LG유플러스·KT와 웨이브는 SK텔레콤과 제휴해 통신상품에 얹어 팔고 있다. LG유플러스만 해도 OTT 제휴 상품에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까지 있지만 가입자 확대 효과가 제한적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까지 더해지며 저렴한 광고 요금제 도입도 중요 포인트로 떠올랐다. 고물가 상황 속에서 구독료를 내리는 대신 광고를 보게끔 함으로써 이익을 챙기겠단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미 광고 요금제 도입을 시사했던 바 있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지난 6월 칸 국제광고제에서 “그동안 넷플릭스는 광고를 보는 대신 더 낮은 가격을 원하는 고객층을 배제해왔다”라며 “그러나 앞으로는 이들을 위한 광고 요금제를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웨이브는 현재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달 웨이브에 국내 최대 동영상광고 사업자인 SMR 대표 출신인 우승현 CFO 겸 경영기획본부장이 합류한 바 있는 만큼 OTT 이용권의 광고결합 할인 모델은 앞으로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타고 득세한 OTT, 엔데믹으로 ‘휘청’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다가 엔데믹으로 휘청이는 것이 OTT 업계의 현실이란 지적도 있다. 실제 불과 1년 전만 해도 극장과 TV를 집어삼킬 기세였으나, 올해 들어 구독자가 확연히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시장분석기업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4월 국내 주요 OTT 플랫폼 7개(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시즌, 왓챠)의 모바일 사용자 수는 2,686만 명이다. 1월 모바일 사용자 수가 3,026만 명이었음을 생각하면, 3개월 사이 340만 명이나 유료 회원이 가파르게 줄어든 것이다. 여름 휴가철을 지나면 사용자 수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업계 1위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유료 구독자가 20만 명 감소한 데 이어 2분기에는 97만 명이 줄었다. 11년 만에 처음 겪는 구독자 감소세다. 이 같은 구독자 감소세는 이미 예견되어 있던 바다. 국내의 경우 유료 회원이 인구 절반 이상을 넘어서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고,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소비자들의 외부 활동이 늘면서 가입자 정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도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문제는 감소세가 예상보다도 빠르고 가파르단 점이다. 업계에선 OTT 업체의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독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이 급성장한 만큼 동력이 빠르게 소진돼 예상보다 빠르게 구조조정 시점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실제 소비자들은 OTT를 모두 구독하지 않는다. 전체 OTT 중 2, 3개 정도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구매 패턴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생존 경쟁’ 돌입한 토종 OTT
이 같은 상황 속 넷플릭스나 디즈니, 애플 등과 달리 거대 자본의 지원을 받기 힘든 국내 토종 회사들은 사실상 ‘생존 경쟁’에 돌입했다. 왓챠는 희망퇴직을 받으면서까지 비용 절감에 나선 상태고, 이미 사실상 매물로 나온 상태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른 회사들은 출구전략으로 OTT플랫폼 간 통합을 통한 가입자 수 지키기와 통신사와 협업을 통한 시너지효과 창출 등을 내세우는 모양새다.
KT의 OTT 플랫폼 seezn(시즌)과 CJ ENM의 티빙은 올해 12월까지 통폐합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로써 가입자 수를 531만 명까지(단순 합계산) 늘려 현재 토종 OTT 플랫폼 중 1위인 웨이브의 433만 명을 앞지르겠단 목표다.
통신사와의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통신사 요금제에 따라 OTT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을 기본 설치 앱으로 제공하고 OTT 이용권도 무료 제공하는 방식이다. 티빙은 기존 KT에 이어 LG유플러스와도 요금제 협업을 진행키로 했고, 웨이브는 SK텔레콤과 요금제 결합 상품을 내놓고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연말까지 OTT업계 숙원 과제였던 ‘자체등급분류제’를 도입하는 등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자체등급분류제는 콘텐츠 연령등급 등을 OTT플랫폼이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