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시장, 대기업 중심 ‘대규모 재편’ 시작

‘경쟁심화’ OTT 시장, 대기업 중심 재편 구독자 수 감소, 성장세 정체 자본 부족한 소규모 OTT 소멸, 구제 방법은?

사진=왓챠, 웨이브, 티빙 로고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며 급성장을 이룩한 OTT 시장에 경쟁의 불씨가 타올랐다. 세제 지원 등 진흥책이 아직 시행되지 않은 만큼, 자본력이 부족한 소규모 업체들은 사실상 설 곳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월 국내 주요 OTT 플랫폼 7개(넷플릭스·웨이브·티빙·쿠팡플레이·디즈니플러스·시즌·왓챠)의 모바일 이용자 수는 2686만 명을 기록했다.(모바일인덱스 제공) 지난 1월 동기간 대비 약 340만 명의 이용자가 감소한 것.

업계는 코로나19 엔데믹으로 들어서며 사람들의 외부활동이 증가했다는 점, 유료회원이 이미 국내 인구의 절반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 등을 들며 그동안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장세가 정체된 국내 OTT 플랫폼들은 결국 대형 OTT서비스를 중심으로 ‘통합’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용자 수 감소 추세가 모든 OTT 사업자에서 예외 없이 나타나는 만큼 시장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19 거리두기를 해제한 이후 극장가가 살아나면서 OTT의 침체기도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극장가는 <범죄도시2> 천만 관객 돌파와 함께 3년 만에 여름 성수기를 맞으면서 대작 영하들이 줄지어 개봉되고 있다. OTT의 침체기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이에 토종 OTT 플랫폼은 대기업을 등에 업고 높은 점유율을 유지한 사업자 중심으로 통합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2, 3위 사업자로 경쟁하던 티빙과 웨이브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모양새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4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OTT 통합’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내 OTT 3사(웨이브, 티빙, 왓챠)가 협업하고 콘텐츠 제작 자금을 펀딩해 회사를 합치지 않더라도 콘텐츠 제작에 힘을 합치면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 언급했던 바 있다. ‘OTT 통합론’도 최근 OTT 통합 재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이용자들 또한 여러 사업자로 나뉘어진 서비스에 불편함을 느끼며 서비스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각 서비스마다 콘텐츠가 흩어져 있고 서비스 별로 구독료를 결제해야 해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큰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다.

대형 OTT ‘영토 확장’ 시작, 소형 OTT는 소멸 기로

최근 티빙은 KT의 OTT 플랫폼 seezn(시즌)을 흡수합병했다. 티빙과 KT스튜디오지니는 지난달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 결의안을 가결했으며, 합병 기일은 오는 12월 1일로 정해졌다.

웨이브와 경쟁을 펼치던 티빙은 시즌과의 합병을 통해 토종 OTT 1위 자리를 넘본다. 글로벌 OTT인 파라마운트 플러스 콘텐츠까지 독점 서비스하면서 넷플릭스에 대항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작업도 속속 진행 중이다.

웨이브는 글로벌 4위 OTT 사업자인 HBO맥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내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하우스 오브 드래곤>과 <레이즈드 바이 울브스> 등 HBO맥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웨이브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대형 OTT들이 영토 확장을 위해 움직이는 와중,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OTT는 소멸의 기로를 걷고 있다. 이미 KT seezn은 티빙에 흡수합병됐고, 왓챠는 자금난과 더불어 매각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최근 IB업계에선 왓챠가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하고 인수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인수 대상자로는 웨이브와 카카오, 크래프톤 등이 거론됐다. 다만 이에 대해 왓챠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인수 대상자로 거론된 기업들 또한 “논의된 바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업계에선 매각설이 제기된 것 자체가 왓챠의 심각한 수준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영실적 악화로 IPO까지 제동이 걸리면서 자금난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왓챠는 지난해 매출 70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성장했지만 영업손실도 248억 원으로 전년 대비 60% 가량 늘었다. 올해 초 오리지널 드라마 ‘시맨틱 에러’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오리지널 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자금난으로 신규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올 가을께 공개될 예정이던 ‘왓챠 2.0’도 연기됐다. ‘왓챠 2.0’은 영상 콘텐츠와 웹툰, 음원 등을 아우르며 콘텐츠 간의 시너지를 내는 신규 플랫폼이다. 당초 제작 예정이던 오리지널 콘텐츠에도 제동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왓챠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자금줄이 말랐다”라며 “왓챠와 비슷한 규모의 스타트업 대부분은 자금난에 허덕일 것”이라고 밝혔다.

왓챠가 실제 지분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왓챠는 현재 적자 규모가 큰 편이긴 하지만 영화평점 플랫폼 왓챠피디아가 보유한 6억 5,000만 건의 이용자 평점 데이터와 충성도 높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어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기업의 자금지원을 받아 오리지널 콘텐츠로 성과를 거둔 회사들을 중심으로 지형도가 재편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디즈니플러스나 애플TV 플러스 등 글로벌 기업은 예외가 될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시장구조 재편의 가장 큰 피해자는 왓챠”라고도 덧붙였다.

국내 업계 “정부 차원 진흥책 하루빨리 시행돼야”

OTT 시장의 침체는 비단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20만 명의 가입자가 감소했던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97만 명이 이탈하면서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아직 OTT 산업이 성장 중이란 점을 감안하면 넷플릭스의 부진은 다소 뼈아프다.

국내 업계는 소규모 업체의 생존을 위하 정부의 진흥책이 빠르게 도입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관련 진흥책은 OTT의 법적 지위를 규정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업계에선 그동안 관련 법적 지위와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정부의 진흥책으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했던 만큼 이번 개정안 통과를 통해 숙원 사업이라 불리는 세액공제 및 자율등급제가 추진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세액공제의 경우 OTT 업체가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제한적이고 자율등급제는 이상헌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화및비디오물진흥법(이하 영비법)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선결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OTT 산업의 발전 및 이용자의 선택권 보장 등을 위해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해야 한다”라며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 및 진흥 정책을 통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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