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의 장애를 그리는 법, 비판과 우려

‘우영우’ 자폐 스펙트럼 지닌 변호사 “자폐는 질병 아니다” 비판 글로벌 OTT 넷플릭스 공개, 우려의 목소리도

사진=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장애인들은 자신의 능력을 내세워 ‘장애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사회의 일원으로서 잘 살아갈 수 있음을 증빙해야 할 상황에 놓이곤 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이런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장애인들은 꼭 무언가를 잘할 줄 알아야만 사회에 받아들여질 수 있는 걸까?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27살의 여성이다. 그는 자폐라는 장애를 지니고 있음에도 대형 법무법인의 변호사로 활약하며 타인을 돕는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법무법인 한바다 신입 변호사다.

성인자폐(성)자조모임 estas는 지난해 12월 31일 드라마 방영에 앞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대로 가면 국격 망신’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estas는 “제작사가 공식성을 인정한 보도에 따르면, 주인공 우영우는 소위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자폐증’을 가진 변호사라고 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자폐’는 질병이 아니라 장애라는 사실이 이미 증명됐음에도 ‘자폐증’이란 차별 표현이 기사에 쓰였다는 건 제작사가 자폐 당사자를 ‘서번트 신드롬’의 연장선에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번트 증후군’이란, 자폐나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이 암산, 기억, 음악, 퍼즐 맞추기 등 특정 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는 극히 소수의 경우를 가리킨다.

“이 같은 설정이 그간 한국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존재하던 자폐 차별적 시선에서 그나마 나아가고자 한 노력이라는 점은 존중한다”며 “한국 창작자들은 그동안 자폐 당사자를 무능력하고 이상한 존재라는 전형과 서번트 증후군이나 초능력을 섞어 묘사하며 당사자를 객체화해 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우영우가 고등교육을 이수하고 괜찮은 일자리를 얻는 모습을 그리는 노력은 인정했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글로벌 OTT 기업인 넷플릭스를 통해 송출되는 점에선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 영미권 시장은 인권침해와 차별, 사실 왜곡에 대한 감도가 타 국가에 비해 높기에 ‘아스퍼거 증후군’을 들먹이는 순간 불매 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시청자들도 우려와 의문을 표했다. 시청자 A씨는 “결국 여성이고 장애가 있는 사람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엄청난 실력이 있어야만 가능한가? 차별을 벗어나기 위해 개인의 능력에 의존해야 하냐”고 꼬집었다.

시청자 B씨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잘 만든 드라마인 건 맞지만, 서번트 증후군에서 클리셰를 따온 것도 맞지 않나”라며 “비장애인이 장애를 문화적으로 식민화한다는 비판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인권이 바닥 수준인 사회에서 비장애인을 겨냥한 콘텐츠 소재로 사용하는 건 뭘 해도 비판점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일침했다.

물론 자폐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잘 담아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스스로를 자폐 당사자라 밝힌 필리핀의 한 누리꾼은 “지금까지 작가와 감독은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모두 올바르게 이해했고 이에 대해 과장되거나 선정적으로 묘사하지 않았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몸을 좌우로 흔들거나, 감각의 과부하 및 민감도 표현, 고래와 같은 특정 주제에 매료되는 것 등 주인공이 보여주는 자폐 스펙트럼 묘사가 실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당사자들과 흡사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3화에선 자폐 스펙트럼 장애 그 자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자폐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고스란히 조명하기도 했다. 

같은 자폐 장애인이라 할지라도 자폐인들은 각자 천차만별의 증상을 보인다. 우영우처럼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을 정도의 경증도 있지만, 보호자의 보조 없이는 제대로 살아갈 수 없는 중증도 있다.

시청자 C씨는 “드라마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표한 시청자들에게 제작진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작품에 담아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줬다. 16부작 중 3화에 해당하는 내용이라 작품에 대한 신뢰도가 더 상승했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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