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OTT 구조조정 – 3.광고요금제로 회귀?
OTT 생존 돌파구, 요금제 다양화 유튜브-넷플릭스, 광고 요금제 등장 국내 OTT는 미지근 “넷플릭스 선례 지켜봐야”
국내외를 가릴 것 없이 OTT 플랫폼들이 가입자를 10~20%씩 잃고 있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엔데믹에 따른 야외 활동 증가와 요금제 인상을 꼽는다. 넷플릭스의 경우 4명의 공동 사용자가 볼 수 있었던 요금제가 공동 시청에 요건이 더 깐깐해진 부분을 요금제 인상이라고봐도 무방할 것이다.
투자금으로 초기 가입자를 유치해 온 OTT 플랫폼들 대다수가 글로벌 투자 시장의 어두운 전망 탓에 투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상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디즈니 플러스의 스포츠 전문 OTT 플랫폼인 ESPN+는 US$4.99에서 US$6.99로, 그리고 올 가을에는 US$9.99로 급격한 요금 인상을 단행해왔다.
구글 인앱 결제 수수료 인상?
가입자 이탈을 각오하고 이렇게 가격 인상을 단행할 수 있는 해외 OTT 플랫폼들과 달리, 국내 업체들은 가격 인상에 다들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구글이 인앱결제 시스템을 전면 의무화함에 따라 구글에 지불하는 수수료인 15% 내외의 가격 인상을 올 4월에 단행한 바 있으나, 해외 업체들처럼 공격적인 가격 인상은 없다.
오히려 시즌(Seezn)이 매각되고, 왓챠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업계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중이다. 오리지널 컨텐츠 제작 여력이 충분히 있는 해외 OTT 업체들과 국내의 대기업 산하 OTT 업체들을 제외하면 가격 관련 움직임은 정중동(靜中動)에 가까운 분위기다.
해외 업체에 비해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던 토종 OTT 업체들은 구글 수수료로 인한 가격 인상 탓에 해외 OTT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력이 사라졌다는 압박감이 되려 커진 상태다. 전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넷플릭스의 국내 요금제가 현재 1만 7,000원인데, 토종 OTT 2위 업체인 웨이브는 구글 인앱수수료 인상으로 1만 3,900원에서 1만 6,000원으로 프리미엄 요금이 인상됐다. 사실상 가격 격차가 사라진 셈이다.
서비스 초기부터 오직 웹페이지를 통한 가입만 받았던 넷플릭스는 구글 인앱 결제 수수료 압박을 피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다가오는 가격 격차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었다.
광고요금제 등장
넷플릭스가 내년부터 요금제를 세분화 해, 현재보다 최대 50% 인하된 광고요금제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온라인 광고 플랫폼인 Xandr (전 AppNexus)의 동영상 광고 타게팅 역량에 상세 사항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현재 유튜브와 유사한 형태로 광고가 삽입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넷플릭스 요금제가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 넷플릭스의 신규 광고요금제가 일반 유튜브 요금제와 유사하다고 판단된다.
유튜브를 OTT로 보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의견이 있기는 하나, 기존 방송사가 아닌 곳에서 방송 컨텐츠를 공급한다는 OTT의 기본 가정을 따르면, 결국 1위 OTT업체인 유튜브와 2위 OTT업체인 넷플릭스가 모두 광고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 된다.
기존의 방송사, 케이블TV, 종편들이 사실상 광고요금제를 운영하는 것과 동일한 상황이라는 점을 놓고 볼 때, 결국 OTT 업계도 콘텐츠 업계의 전가의 보도인 광고요금제로 회귀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광고요금제 도입 시 장점은?
생존에 위협받는 왓챠 뿐만 아니라, 웨이브·티빙·쿠팡플레이 등도 흑자 전환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기다 가입자들은 1주일 정도 컨텐츠를 몰아보고 해지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아 운영 상의 장애도 상당하다.
광고요금제로 가격 경쟁력이 생길 경우 더 많은 유저를 확보하고 해지 신청을 줄일 수 있을까?
미국 OTT 업체인 훌루와 피콕의 사례를 보면, 보통 5~10분에 한 번씩 광고가 재생되고, 가격은 기존 서비스의 2분의 1이다. 내부적으로는 가입자 숫자가 늘었고, 광고에 거부감을 느끼는 가입자들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로 변경하는 경우도 많아, 광고요금제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평이다.
오히려 구독자가 감소하지 않을까?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OTT는 광고가 없다는 점을 내세워 구독자들을 모아왔다”며, 광고요금제는 되려 구독자들을 쫓아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광고요금제가 저가로 공급될 경우, 많은 가입자들이 광고요금제로 변경하면서 지금도 수익성이 나쁜데 더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를 가진 국내 OTT 관계자들도 상당히 많다는 반응이다.
콘텐츠 업계의 수익성
일반적으로 콘텐츠는 수익성이 나쁘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견해다. 신문, 방송부터, 매체를 이용한 광고 서비스 전반이 금융, 중공업 등의 기간 산업과 달리 기업의 매출액 대비 사회적 영향력이 훨씬 더 큰 경우가 일반적이다.
신우석 감독이 설립한 ‘돌고래 유괴단’은 독특한 컨셉의 영상 광고 컨텐츠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입사 경쟁률이 300대 1에 이르는 등, 대기업 못지않은 브랜드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기업이나, 카카오에 인수되기 전 마지막으로 알려진 매출액이 23억에 불과하다.
이런 콘텐츠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지난 수십년간 택해왔던 선택지인 ‘광고’에서 OTT 업계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이번 넷플릭스의 선택이 또 한 번 확인시켜 준 셈이다.
국내 업체들은 광고요금제?
토종 OTT 업체들은 아직까지 광고요금제에 대해 아무런 보도를 내놓고 있지 않다. 광고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 OTT 업체들이 대부분 대기업 DNA를 가진, 이른바 ‘남들이 해서 잘 되면 그 때 시도한다’는 태도를 가진 인력들이 결정권을 쥐고 있고, OTT에 광고 전문가가 전무한 실정이라 마이크로소프트 급의 기술력을 갖춘 업체가 찾아가도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황당한 질문을 받기 일쑤라는 평이다.
한 OTT 관계자는 넷플릭스 보도가 나간 이 후, 광고요금제를 해야된다는 내부 목소리는 있으나 위에서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다들 말을 아끼는 상태라는 분위기라고 귀뜸했다. 현재는 훌루, 피콕의 사례를 보고 받는 수준이고, 넷플릭스가 어떤 방식으로 광고요금제를 안착시키는지 우선 지켜보자는 태도가 전반적인 OTT 업계의 자세라는 것.
실제로 토종 OTT 업체들이 진지하게 광고요금제를 검토하는 것은 내년 하반기, 실제로 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은 그 이후가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