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표절과의 전쟁 ② – 오징어 게임 vs. 오징어의 승리

중국 또 표절, 韓 콘텐츠 생존 위협 이번에는 ‘오징어 게임’ 표절 궁색한 변명 끝에 타이틀 변경

중국 ‘오징어의 승리'(좌측)-한국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포스터/사진=요우쿠, 넷플릭스

지난해 10월 21일(현지 시각) 영국 BBC는 “중국의 스트리밍 사이트가 선보인 <오징어의 승리>가 한국의 히트작 <오징어 게임>을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요우쿠(YOUKU)는 <오징어의 승리>는 참가자들이 어릴 적 게임에 도전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오징어의 승리> 포스터 디자인도 <오징어 게임>의 포스터와 흡사했다. 중국 프로그램의 형식과 포스터가 <오징어 게임>을 연상케 하자 중국 내에서도 비판이 일었다. 이에 요우쿠는 “업무상의 실수로 폐기됐던 포스터 초안이 홍보에 쓰였다”고 해명했다.

BBC의 지적에 따르면 “중국 네티즌들은 요우쿠의 해명을 믿지 않는다”며 ‘중국의 플랫폼은 독창성이 없다. 부끄럽다’며 자책하는 분위기가 온라인 상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계속되는 한국 콘텐츠 표절을 지긋지긋해 하는 분위기도 있다.

사진=BBC, 본사DB

오징어면 다 이런 디자인?

중국 최대 OTT 서비스 중 하나인 요우쿠 측의 <오징어의 승리> 발표 당시 소개에 따르면, 유년시절 게임에 도전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담은 중국 최초의 소셜 버라이어티 쇼라는 주장이다.

요우쿠가 공개한 티저 이미지에는 ‘오징어의 승리’라고 적힌 한자가 적혀 있다. ‘오징어 게임’과 유사한 작품명은 물론 드라마 포스터 타이틀에 사용된 핑크색 동그라미(○), 세모(△), 네모(□) 캘리그라피까지 차용했다.

넷플릭스 접근이 국가 레벨에서 차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표절 컨텐츠를 제작하면서 또 다시 문화 갈등을 촉발하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20년에만 한국 프로그램 포맷을 최소 19건 도용했다. 한국과 정식 계약을 맺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보다 무단 도용 횟수가 더 많다.

중국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중국의 몇몇 매체가 해외 콘텐츠를 무단 표절한다고 해서 모든 업체가 같은 비지니스 매너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OTT 서비스 아이치이(iQIYI)는 지난해 10월 19일 중국 TMT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은 중국에서 리메이크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부각하는 이런 종류의 어두운 주제의 작품은 결코 중국에서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만의 주류 가치가 있고, 그것은 여전히 서구권 국가들과 매우 다르다”고 덧붙였다.

정확한 사실 확인 전 중국이라는 나라 전체로 묶어 비판을 하는 것이 옳지 않은 것은 분명하나, 중국의 불법 표절과 도용이 특별한 규제 없이 방치되고 있는 만큼 아이치이와 같이 자국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에 지적 재산권에 대한 보장을 의지해야하는 상황임에는 명백하다.

사진=YOUKU

<오징어의 승리>→<게임의 승리>, 여론의 승리?

국내외에서 강한 비난에 직면한 요우쿠는 결국 <오징어의 승리>라는 명칭을 <게임의 승리>로 변경했다. “이미 폐기한 초안을 실수로 사용한 것”이라고 수차례 해명하며 의도적 표절이 아님을 강조했으나,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공식 웨이보를 통해 수정된 프로그램 포스터를 공개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후속작에서는 프로세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수정된 포스터에서는 이전 포스터에 쓰인 분홍색 도형이 빠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각에서는 지적 재산권 보호를 위해 정부에 공식 요청을 넣고, 중국 정부에 공식 항의 서한을 보내는 일련을 절차를 거치는 것보다, 중국 일반인들을 이용한 여론전을 펼치는 편이 더 빠르지 않겠냐는 의견까지 나오기도 했다.

비록 <오징어 게임>을 이용한 각종 패러디물, 굿즈 등의 판매에서 넷플릭스가 수익을 가져갈 수는 없었지만, 여론전을 통해 중국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경고의 메세지는 분명히 줬다는 분위기다.

지적재산권 분쟁은 여론전으로 해결?

취재 중 만난 중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인들이 표절에 분노하는 것을 중국 네티즌들도 모두 다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들은 입을 모아 한국도 일본과 미국, 유럽을 표절하지 않았느냐고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한국은 표절에 대한 법적 처벌이 있기 전인 1990년대 후반부터 네티즌들의 자정 작용으로 법의 한계를 극복해왔다. 1996년, 함께 공개된 영화의 성공과 함께 인기가요 차트 1위를 4주째 달리고 있던 김민종의 「귀천도애」는 10월 30일 여의도 63빌딩에서 표절 기자 회견 이후 노래를 찾아보기도 힘들 정도가 되었다. 그 후 대중 가요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등 각종 콘텐츠에서 표절이 알려질 경우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여론의 뭇매를 감수해야했다.

전문가들은 <오징어의 승리> 제목 변경이 중국에서도 「귀천도애」 같은 사건이 될 수 있도록 OTT 업계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역설한다. 중국 정부의 해외 지적 재산에 대한 불인정을 쉽게 정치적으로 풀어낼 수 없는 만큼, 민간에서는 민간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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