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도 주목한 한국 퀴어 예능, ‘메리 퀴어’·‘남의 연애’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한국 최초 ‘다양성(性)’을 조명한 프로그램 웨이브 ‘메리 퀴어’와 ‘남의 연애’를 주목했다.

현지 시각 지난달 31일, 타임은 ‘사회의 장벽을 허무는 성소수자 프로그램의 비하인드(Behind the Scenes of South Korea’s Barrier-Breaking LGBTQ Reality Shows)’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두 프로그램을 이끈 임창혁 PD, ‘메리 퀴어’ MC 홍석천, ‘남의 연애’ 출연자 이정호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매체는 두 프로그램에 대해 “한국 최초의 성소수자(LGBTQ) 리얼리티 쇼”라며 “두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방송을 통해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제작배경을 설명했다.

임 PD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드라마는 연출된 상황이 많다. 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말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홍석천은 “커밍아웃 직후 3년 넘게 방송 활동을 못했던 때가 있었다. 당시엔 제 정체성 때문에 굉장히 많은 차별과 혐오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감사하게도 ‘메리 퀴어’ 같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시청자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차별, 혐오, 소수자 문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조금 늦었지만 ‘메리 퀴어’가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대중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첫 걸음을 뗀 소회를 밝혔다.

이정호는 “한국에서 성소수자 연애 리얼리티가 가능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앞으로는 성소수자들이 두려워하거나 숨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프로그램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메리 퀴어’는 당당한 연애와 결혼을 향한 ‘다양성 커플’들의 도전기를 다룬 프로그램으로, 게이·레즈비언·트랜스젠더 커플의 현실 연애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또 ‘남의 연애’는 솔직 과감한 남자들이 ‘남의 집’에 입주해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남-남 연애 리얼리티다.

OTT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 두 프로그램은 그간 금기시됐던 성소수자들의 연애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미화하거나 무조건적으로 응원하지 않고 담담히 그려내 진정성과 공감을 자아내며 호평을 받았다.

반면 일부 종교단체를 중심으로는 “동성애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며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임 PD는 “개인적으로 ‘메리 퀴어’는 가족이 함께 봐야 할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방송에선 성소수자들이 사회에서 차별받는 모습이 담겨 있다”며 “세상을 살다보면 자녀들도 이런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럴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우리 가족이 혹시 커밍아웃을 한다면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을까,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석천은 매체와의 인터뷰 후 자신의 SNS를 통해 “타임지에 인터뷰가 실렸네요. 커밍아웃 한 지 22년. 소수자 문제의 대표얼굴로 사는 게 그리 녹녹치 않았는데. 세상 참 많이 좋아졌구나 싶어 한결 어깨가 가벼워집니다. 나이 먹어가나 봅니다. 누군가가 제 어깨의 무거움을 대신 짊어져주니 저야 이제 좀 제 삶을 즐길 수 있겠죠. 큰 숨을 내쉬어 봅니다”고 말했다.

홍석천은 과거 커밍아웃 직후 2004년 타임지가 선정한 ‘아시아의 젊은 영웅’으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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