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OTT, 경쟁과 공존의 기로에 놓이다
TV와 OTT로 대표되는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가 경쟁과 공존의 기로에 놓였다.
5일 한국PD연합회는 창립 35주년을 맞아 ‘미디어 플랫폼 다양화와 대응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업계 현직자와 전문가들이 참석해 TV와 시장파 방송의 과거를 점검하고 오늘날 OTT로 시청자들이 옮겨간 흐름에 대해 논의했다.
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은 발제사를 통해 ‘OTT 플랫폼의 팽창과 방송 콘텐츠의 현주소’라는 주제로 OTT의 성장 및 지상파 방송의 대응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10대와 20대, 그리고 젊을수록 OTT, 인터넷 등으로 콘텐츠를 시청한다”며 “그 결과 광고 매출도 줄고 이는 방송사 수익 감소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이날 세미나에 앞서 진행된 ‘미디어 환경 변화, 정체성 등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한국PD연합회 회원 488명은 OTT 대중화에 대해 ‘시청자 감소로 TV 방송 영향력 축소'(58.4%)를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 미디어의 성장으로 ‘PD가 콘텐츠 생산을 독점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에는 89.5%가 동의했다.
유 소장은 “요즘 방송은 OTT 플랫폼에 공급하지 않으면 죄다 적자”라며 올드미디어가 처한 현실을 진단하며 저작권을 활용한 멀티유즈를 대응 전략으로 꼽았다. 그는 “파산한 코닥과 달리 후지필름은 저작권을 활용해 살아남았다”고 예를 들며 지식재산권(IP) 확보를 강조했다. 좋은 IP가 있으면 다양한 파생 콘텐츠를 만들어 지속적인 먹거리로 삼는 것이 가능하며 뉴미디어와의 공생도 가능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김기슭 SBS 교양디지털스튜디오 CP 역시 “뉴미디어의 등장을 우리가 잘 이용하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결합하면 또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며 변화해 가는 시장에 기존 TV 방송사와 제작진들 역시 발맞춰 나가야 할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하주용 인하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OTT는 원하는 때에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그동안 TV가 제공하지 못했던 서비스로 시청자 공략에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다만 OTT 사업자에 의한 콘텐츠 독점은 우려된다.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으로 보편적 문화 복지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올드미디어의 처절한 각성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문 히든시퀀스 대표 프로듀서는 “지상파는 주도권을 놓친지 오래다”고 진단하며 “3사가 이제는 익숙한 것들을 버릴 때가 되지 않았나. <굿닥터> 미국판은 ABC를 통해 방송됐지만, 제작은 소니 스튜디오(픽쳐스)에서 했다. 우리도 MBC가 제작해서 SBS에 공급하는 식의 공격적인 결합이 새로운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한국PD연합회장은 “OTT 영향력 확대, 유튜브 보편화로 정리되는 최근의 방송환경은 PD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PD들 모두 정체성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