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상 휩쓴 ‘오징어게임’ 소식에 일본 반응은?
TV 부문 최고 권위로 꼽히는 에미상에서 6관왕에 오른 <오징어게임>을 두고 전 세계의 호평이 쏟아지는 가운데, 유독 일본에서 만큼은 “축하는 하지만, (일본인들은) 조금 억울한 것 같다”고 아쉬운 목소리가 나왔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은 현지 시각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진행된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작품 가운데 처음으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영광을 안았다.
외신들은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일제히 호평을 내놨다. LA타임스는 “<오징어게임>이 역사를 새로 썼다”며 “하룻밤의 영광이 아니라 에미상의 한 역사를 새로 썼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시즌2가 나오면 더 많은 트로피를 추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에미상이 그간 줄곧 보수적인 입장을 보여온 바, (비영어권 작품인) <오징어게임>은 수상이 힘들 것 처럼 보였다”며 “<오징어게임>의 수상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매체는 “<오징어게임>은 엄청난 인기를 끈 동시에 매우 폭력적이고, 어둡고, 이질적인 작품이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하며 “그런 이유에서 <오징어게임>이 감독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은 곧 에미상이 대담함을 과시했다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오징어게임>이 에미상 74년 역사상 최초의 비영어권 작품으로 뽑히며 최대의 승자가 됐다”며 “한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경제적 불평등과 도덕적 파탄의 현실을 조명하며 세계적 열풍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이에 반해 일본에선 아쉬운 평가가 나왔다. 일본 매체 일간 겐다이는 14일 보도를 통해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오징어게임>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지만, 한편으로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매체는 “(오징어게임의 스토리가) 일본 만화 <카이지>, <라이어 게임> 등과 비슷하다”고 짚으며 “(일본인들은) 조금 억울한 것 같다. 기뻐하기만 할 수는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징어게임>은 첫 공개 당시 데스게임이라는 컨셉과, 작품 내에 등장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이 일본의 ‘다루마상가 코론다(오뚝이가 넘어졌다)’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일본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데스게임 콘텐츠가 등장했을 때 항상 언급되는 <배틀로얄>과도 비교됐다.
다만 일부 네티즌은 “<오징어게임>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게임에 참가한 거지만, <배틀로얄>은 강제로 살인 배틀을 벌이게 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도박묵시록 카이지> 역시 그냥 빚쟁이가 도박에 미쳐 목숨을 거는 이야기일뿐, <오징어게임>과 분명히 다르다”며 소신있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후 일본 내에선 ‘데스게임’ 장르에서 강점을 드러냈던 일본이 정작 후발 주자인 한국을 능가하는 작품을 내놓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일본 콘텐츠의 부진에 대한 분석이 이어졌다. 마츠타니 쇼이치로 저널리스트는 “<오징어게임>은 사회적인 문제를 자세히 묘사한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분석하며 “<오징어게임>의 에미상 수상은 일본 작품의 약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 데스게임 콘텐츠가 왜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지 못하는지 생각해볼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