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을 둘러싼 논란들 –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공개 9일, 세계 4위·8개국 1위 “외교적 결례다” VS “실화 바탕이니 문제 없어” 기독교계에선 “기독교 희화화 과해”

<넷플릭스 ‘수리남’>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의 인기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느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 때문에 억울하게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등 베테랑 배우들과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감독이 연출을 맡아 공개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19일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수리남>은 현재 ‘일간 OTT 전세계 톱10’ 시리즈 부문에서 4위를 기록 중이다. 동시에 한국을 비롯한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8개 국가에선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뜨거운 작품의 인기와 비례해 다양한 논란 역시 제기됐다. 앞서 14일 알버트 람딘 수리남 국제협력 장관은 “넷플릭스 <수리남>이 그간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고자 노력해 온 수리남을 마약국가로 묘사하고 있어 유감이다”고 밝히며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넷플릭스와 제작사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범죄 이야기를 다루면서 배경을 실존하는 국가로 설정한 것은 국가적 결례다”는 의견과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니 문제 없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수리남 현지 교민들은 “드라마가 수리남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반면 실제 한 수리남 국민은 글로벌 리뷰 사이트 IMDb를 통해 “작품이 수리남을 나쁜 국가로만 표현했다. 수리남 국민으로서 두고 보기가 힘들다”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런가 하면 작품 속 마약왕 전요환(황정민 분)이 한인교회 목사로 설정됐다는 점에서 기독교계에서 반발을 나타내기도 했다. 극중 전요환은 목사로 가장한 범죄 집단의 수장이다. 목사라는 신분을 이용해 신도들을 통제하는 것도 모자라 마약 운반책으로 삼기도 한다. 사탄, 회개, 구원 등 기독교 용어를 남발하며 자신의 악행을 덮으려는 모습도 보인다. 윤 감독은 목사라는 설정에 대해 “단순히 극적인 재미를 위한 설정일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독교인들은 “<수리남>에서는 기독교가 거짓과 기만, 위선으로 가득한 모습으로 그려졌다”고 지적하며 “목사 타이틀을 가지고 그가 하는 모든 말들이 희화화를 넘어 모욕처럼 보이더라”고 비판했다.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원장은 “기독교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이제는 통념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독교가 디스토피아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박힌 것에 진지한 성찰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콘텐츠 속 부적절한 표현이 항의를 받은 사례는 <수리남>이 처음은 아니다. 그리고 한국 역시 콘텐츠 속 부적절한 표현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엄브렐러 아카데미>를 비롯한 다수의 콘텐츠에 전범기인 일본 욱일기가 등장한 사례, 동해를 일본해로 오표기한 사례 등이다. 당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를 비롯한 다수의 네티즌은 콘텐츠가 서비스 중인 플랫폼에 정식 항의하고 수정을 요청한 바 있다.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에 대한 논란에 드라마업계는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 한다”며 콘텐츠의 양적·질적 발전을 위해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수리남>은 현재 시점이 아닌 1980∼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만큼 현재 수리남의 지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 영화 <호스텔>이 슬로바키아에서 발생한 잔혹 범죄를 그린 이후 슬로바키아 정부가 자국 관광사업이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한 사례를 들며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조금 더 신중한 접급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평론가는 “상대적으로 약소국이거나 제3세계는 미디어가 만든 이미지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관련 표현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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