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프로필 전송’ 기능 도입…계정 공유 단속 강화하나
넷플릭스 ‘프로필 전송’ 기능 도입 계정 공유 단속 강화하나? 소비자 니즈 무시한 행보
넷플릭스에서 기존에 이용하던 프로필 정보를 새로운 계정으로 한 번에 옮길 수 있게 됐다. 넷플릭스가 그간 묵인해 오던 계정 공유에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는 17일(현지시간) ‘프로필 전송’(Profile transfer)기능을 이용해 새로운 계정 가입 또는 변경에서 이전에 이용하던 계정에서 시청 기록, 찜한 콘텐츠, 콘텐츠 추천 목록 등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가입할 때 등록한 이메일로 안내 메일을 받은 모든 구독자는 즉시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한국에선 웹사이트나 앱 내 설정에서 별도 활성화 과정이 필요하다.
넷플릭스는 “사람들은 집을 옮기거나, 가족 관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넷플릭스에서의 사용자 경험은 유지되어야 한다. 주변 환경은 변하더라도 이용자가 휴식을 취하는 시간 만큼은 방해받지 않도록 넷플릭스 프로필은 지켜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3월부터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에서 해당 기능을 테스트했다. 이 테스트에서 가족 이외의 타인과 계정을 공유하려는 구독자는 일반 요금보다 저렴한 비용 옵션을 선택, 추가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었다. 당시 미국 투자은행 Cowen&Co.는넷플릭스가 해당 기능을 전 세계에 출시하면 매년 1억 6,000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넷플릭스는 “많은 구독자의 요청이 있었다”고 새로운 기능 도입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회사가 계정 공유를 단속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했다. 현재 넷플릭스 서비스 약관에는 “계정은 가족 이외의 타인과 공유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회사는 전 세계 1억 가구 이상이 계정 공유 방식으로 넷플릭스를 이용 중이라고 추산했다.
올해 2분기까지 넷플릭스는 120만명의 가입자를 잃었다. 당시 회사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우리 구독자들 가운데 계정을 공유하는 비율은 여전히 많지만, 이는 사용자들이 이미 넷플릭스를 즐기는 데 익숙해져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계정 공유를 통해 넷플릭스가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 인정하며 이를 유료 가입자 확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시도가 실제 가입자 확대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한국의 경우 OTT 이용자의 86.3%가 계정을 공유 중이며, 38%는 구독 중인 플랫폼이 요금을 인상할 경우 이용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 게다가 OTT 시장 내 넷플릭스의 영향력도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선 “이용자를 늘리고 싶으면 차라리 주간 요금제를 재출시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넷플릭스는 앞서 2019년 주간 요금제를 출시해 월간 구독료의 4분의 1 수준으로 제공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OTT 시장 내 넷플릭스의 존재감이 거대했던 데다, 계정 공유도 가장 활발히 이뤄지던 때라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해당 서비스는 출시 한 달도 되지 않아 철수된 바, 재출시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따라 한두 달 간격으로 플랫폼을 옮겨다니는 것은 이제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그리고 이들이 계정을 공유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경제적 요인이다. 떠나는 사용자와 계정을 공유하는 사용자에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혜택은 프로필 전송같은 ‘없어도 되는’ 기능이 아닌, 눈으로 보이는 숫자 즉 ‘파격적인 가격 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