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넷플릭스 광고 요금제…국내 도입은 시기상조
넷플릭스, 4일 광고 요금제 출시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인기 시리즈 시청 불가 국내 OTT 업체 ‘시선집중’
넷플릭스 광고 요금제가 베일을 벗으며 국내외 OTT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 시간으로 4일 오전 1시, 넷플릭스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호주, 일본 등에 광고 요금제를 출시했다. ‘광고형 베이식’으로 이름 붙은 해당 요금제는 한국에서 월 5,500월의 요금으로 이용 가능하다. 지존 가장 저렴한 요금제였던 베이식보다 4,000원 싸지만, 한 시간에 평균 4분 이상의 광고를 시청하게 된다. 광고는 콘텐츠 시작 전과 중간에 삽입된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최고 운영 책임자 (COO)는 광고 요금제의 출시를 앞두고 “친 소비자 모델”이라고 칭하며 “처음 광고 요금제 시작 단계에는 5~10%의 콘텐츠는 시청이 제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트너십을 통해 공급받은 콘텐츠는 거래 내용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넷플릭스는 광고 요금제 출시에 앞서 제한되는 콘텐츠를 최소화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넷플릭스 광고 요금제에서 시청이 불가능한 콘텐츠는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를 비롯해 <못 말리는 패밀리> <뉴 걸> <피키 블라인더스> <굿 플레이스> 등 인기 시리즈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광고 요금제 사용자가 로그인 후 콘텐츠 목록을 열었을 때, 섬네일 우측 상단에 작은 자물쇠가 표시된 콘텐츠는 시청을 할 수 없다. 해당 섬네일을 누르면 “라이센스 제한으로 광고 요금제에서는 사용이 불가합니다”(Unavailable on Basic with ads due to licensing restrictions)라고 표시되어 재생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시청 제한 콘텐츠를 줄이기 위해 소니 픽처스,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 등 파트너사들과 계속해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HBOmax, 피콕(Peacock), 파라마운트+에 이어 이달 넷플릭스, 12월 디즈니+까지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면 글로벌 OTT 중 광고를 삽입하지 않는 플랫폼은 애플TV+만 남게 된다. 하지만 현재 애플TV+가 요금 인상을 예고한 상태이므로, 글로벌 OTT 시장은 크게 개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 넷플릭스 광고 요금제 향하는 국내 OTT 업체들의 시선
국내 OTT 업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 국내 광고 업계에는 넷플릭스 국내 광고 완판 소식이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광고 물량이 모두 완판된 것으로 안다”며 “단가가 다른 TV 등 영상 광고랑 비교했을 때 꽤 높았는데, OTT 매체 영향력이 워낙 커진 탓에 광고주들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은 티빙과 웨이브, 쿠팡플레이가 ‘토종 OTT 1위’ 자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공룡인 넷플릭스가 새로운 구독 모델을 출시하며 토종 OTT들의 시선 역시 넷플릭스를 향하고 있다. 새로운 광고 요금제 성패에 따라 국내 OTT도 광고를 도입할지 고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내 OTT는 기존 이용자들도 이미 광고에 노출되고 있다. 티빙의 최근 화제작 <환승연애2>는 출연자들이 데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한 외식업체의 간판과 음식을 반복적으로 보여줘 원성을 샀다. 시청자들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간접광고가 웬 말이냐” “티빙 구독료 내는데 광고까지 봐야함?”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 국내 OTT 광고 요금제 도입은 시기상조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TV 방송 콘텐츠를 무료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광고를 보면서 요금을 지불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며 “광고로 거두는 매출이 구독자 감소로 인한 매출 하락을 상쇄해야 광고 요금제 도입이 의미가 있을 텐데, 국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조사한 ‘넷플릭스 광고형 요금제 이용 의향’ 설문에서는 72%의 응답자가 “넷플릭스 광고 요금제를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간접광고 등에 의존하지 않고 구독료로만 수익을 올려 콘텐츠를 제작해오던 ‘넷플릭스이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다. 이미 수없이 많은 간접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OTT가 외부 광고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시기상조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