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예능에 꽂힌 넷플릭스…‘예능 부진’ 오명 벗나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19’ 일반인 참가자 모집 “로컬 콘텐츠 세계화” 언어·문화 초월, 효과적 자막 활용은 숙제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제작을 확정한 2편의 한국 예능에 일반인 참여자를 모집하며 이용자들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올 하반기 야심 차게 선보인 예능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했지만, K-예능으로 다시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9일 넷플릭스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 <데블스 플랜>을 제작한다고 밝혔다. 해당 프로그램은 최대 5억 원의 상금을 차지할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더 지니어스> <대탈출> <여고 추리반> 등 추리 예능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듣는 정종연 PD의 신작이다.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정 PD의 신작 소식이 알려지며 많은 팬들이 기대감을 내보이고 있다.

<데블스 플랜>에는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를 비롯해 일반인이 출연할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이날 일반인 공개 모집 웹페이지를 안내했다. 해당 페이지에 접속하면 이번 공개 모집이 예선 경기가 아닌, 출연에 적합한 인물을 선발하기 위한 ‘오디션’이라고 명시돼 있다.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이에 앞서 7일에도 <19>(가제)의 제작 확정 소식과 함께 일반인 참가자 모집에 나섰다. 이날 넷플릭스는 공식 SNS를 통해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 열아홉. 넷플릭스가 만드는 청춘 리얼리티에 참가할 2004년생(19세)들을 모집한다”고 알렸다. 해당 프로그램은 12월 중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며, 이달 30일까지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설명이다. 미디어 커머스 기업 시작 컴퍼니가 만드는 <19>는 다양한 개성과 매력을 가진 열아홉 청춘들을 한데 모아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예측 불가 사건들과 성장을 담아낼 예정이다.

넷플릭스가 최근 야심 차게 선보인 <테이크 원> 등 예능 프로그램이 흥행에 실패한 가운데서도 여전히 K-예능에 주력하는 것은 한국만큼 가성비가 뛰어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나라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데블스 라인>의 제작사 대표 김태호 PD가 MBC라는 대형 방송사를 박차고 나와 직접 자신의 제작사 TEO를 차리고 글로벌 OTT와의 협업을 이어가는 것은 이런 콘텐츠 유통 시장의 흐름을 빨리 읽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솔로지옥>을 직접 언급하며 “전 세계가 한국이 만든 연애 리얼리티에 열광했다”고 평가하며 “앞으로 한국의 훌륭한 예능 제작자들과 빛나는 결과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콘텐츠 소비자들의 평가는 달랐다. <솔로지옥> 이후 선보인 K-예능들이 줄줄이 참패한 것.

예능은 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리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크다. TEO가 선보인 예능 <서울체크인>과 <먹보와 털보>는 모두 OTT 오리지널로 공개되었지만 <서울체크인>이 큰 화제를 모으며 티빙의 유료 가입자를 모으는 데 일조한 반면, <먹보와 털보>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점을 떠올리면 쉽다. 상황에 적절한 웃음 포인트를 짚어주는 자막의 역할 역시 넷플릭스에 가면 출연자들의 말을 되풀이하는 데 그친다는 점도 K-예능이 극복해야 할 숙제다.

그런 가운데서 <솔로지옥>의 성공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글로벌 차트 5위까지 오르는 등 넷플릭스의 K-예능 ‘앓이’를 시작하게 만든 <솔로지옥>은 이야기설정과 주제면에서 한 나라에 국한된 이야기를 벗어나면서도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소재를 택했고, 한국 특유의 감성인 ‘썸’을 강조한 것이 글로벌 시청자에게 새롭게 다가간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이달 25일 <코리아 넘버원>을 비롯해 12월 <솔로지옥2>를 선보이며 분위기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 올해 공개 예정이었던 <피지컬: 100>은 내년 1월로 공개 일정을 연기했다. <코리아 넘버원>은 터키를 비롯한 해외 무대에서 활약한 배구선수 김연경과 방송인 유재석, 이광수가 호흡을 맞춘 예능으로, 한국 최고의 장인을 찾아가 체력도 정신력도 남김없이 쏟아부으며 전통 노동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마녀사냥>을 연출한 정효민 PD가 연출을 맡아 눈길을 끈다.

<솔로지옥2>는 현재 제작 마무리 단계에 있다. 커플이 되어야만 벗어날 수 있는 외딴 섬 ‘지옥도’에서 펼쳐질 솔로들의 솔직 화끈한 리얼리티를 예고했다. 일반인 출연자는 아직 공개 전이며, 패널은 이다희와 규현, 홍진경, 한해가 출연한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애플TV+ 등 글로벌 OTT들이 모두 한국을 주목하고 있는 만큼, K-콘텐츠 르네상스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는 작품을 관통하는 이야기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을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에 국한되는 것은 아닐지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로컬 콘텐츠를 세계화하겠다”는 넷플릭스의 자신감을 증명하기 위해 꼭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이 필요한 것인지 역시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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